혁명은 끝났다…좌파의 몰락 다룬 신간 '좌파의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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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프랑스혁명 이래로 좌파는 패배의 역사를 딛고 전진했다.
빅토르 위고의 걸작 '레 미제라블'의 배경이 된 1848년 2월 혁명을 비롯해 파리코뮌, 스파르타쿠스단 혁명, 바르샤바 게토의 봉기, 체 게바라의 투쟁은 좌파 입장에서 우울한 패배의 기록이었다.
그러나 이런 좌파의 패배와 우울함이 진정한 '멜랑콜리아'(우울)로 굳어가고 있다고 역사가 엔조 트라베르소 미국 코넬대 교수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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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1789년 프랑스혁명 이래로 좌파는 패배의 역사를 딛고 전진했다. 빅토르 위고의 걸작 '레 미제라블'의 배경이 된 1848년 2월 혁명을 비롯해 파리코뮌, 스파르타쿠스단 혁명, 바르샤바 게토의 봉기, 체 게바라의 투쟁은 좌파 입장에서 우울한 패배의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 우울은 희망에 젖줄을 대고 있었다. 좌파 사상가 대다수가 "지금의 고난은 승리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 우울과 패배감에는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맛이 깃들어 있었다. 좌파가 낳은 가장 유명한 여전사 로자 룩셈부르크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이런 좌파적 세계관을 여실히 드러낸다.
"사회주의의 길 전체는 오직 우레 같은 패배로만 포장된다. 하지만 동시에 역사는 한 걸음, 한 걸음 최종승리를 향해 가차 없이 전진한다!"
즉, 좌파 사상가들에게 있어 패배는 전략적·전술적 교훈의 대상으로, 단지 전투에서 진 것에 불과했다. 체 게바라는 1967년 10월 볼리비아에서 게릴라 운동이 실패했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혁명은 "불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좌파의 패배와 우울함이 진정한 '멜랑콜리아'(우울)로 굳어가고 있다고 역사가 엔조 트라베르소 미국 코넬대 교수는 지적한다. 신간 '좌파의 우울'(Left Wing Melancholia)에서다.
저자에 따르면 다른 모든 패배와 달리, 소련의 패배는 좌파에 치명적이었다. 외부 세력에 의해서 무너진 것이 아니라 "내적 모순"으로 자멸했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점차 '차르'로 변해갔다. 원시적 조건에서 권위주의와 폭력 없이 국가를 현대화하고 산업화하는 것이 힘든 측면이 있었지만, 소련의 전체주의화와 그에 따른 몰락은 영국 역사가 에릭 홉스봄의 지적처럼 "환멸"을 낳았다.
그간 좌파들은 헤겔식 변증법을 활용해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들이 목도한 건 "자본주의의 적들(좌파)이 파괴를 통해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소련의 몰락은 신자유주의를 강화했고, "주식시장의 독재"를 허용했다. 그로 인해 유럽의 노동자 운동은 사회적 토대뿐 아니라 문화도 잃어버렸다. 저자는 "좌파의 감정 구조는 사라졌으며 패배로부터 태어난 우울은 그것을 초월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만만치 않은 역사서인 이 책은 수많은 인용으로 가득하다. 마르크스부터 그람시까지 다양한 좌파 사상가와 아이젠슈타인, 뒤러 같은 뛰어난 예술가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좌파 이론가이자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을 분석했던, 그리고 "우울이 그의 가장 깊은 성향"이었던 벤야민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을 담았다.
새물결. 김주은 등 옮김. 52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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