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발릭’ 안구건조증 시장서 급부상...‘한올·HLB테라’ 개발 현황은?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애브비가 주도해 온 안구건조증 시장을 두고 독일 노발릭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노발릭은 지난해 안구건조증 신약 ‘미에보’를 미국에서 승인받은 데 이어 최근 ‘베자바이’의 유럽 연합(EU) 내 허가 절차에도 청신호가 켜지면서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올바이오파마(009420), HLB테라퓨틱스 등도 미국이나 EU에서 안구건조증 신약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안구건조증 신약에 대해 최소 4건의 서로 다른 임상 3상을 요구하는 만큼, K-바이오텍 역시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3~4건의 글로벌 임상 3상을 거듭 수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노발릭의 베자바이(성분명 사이클로스포린 안과용 액제·미국 제품명 베바이)에 대한 허가 권고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해 6월 이 약물이 베바이란 이름으로 미국에서 허가된 지 1년여 만에 EU 진출도 가시화권에 들어온 셈이다.
베자바이는 특정 균주에서 유래한 천연물질인 사이클로스포린 0.1% 액제이며, 유분이나 계면활성제 등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물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애브비의 ‘레스타시스’와 같은 계열로 통한다. 베자바이의 EU허가가 이뤄지면 주요국 시장에서 레스타시스와 대결 구도를 형성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약 1700만 명)과 EU(약 1300만 명) 내 안구 건조증 환자는 3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에 더해 지난해 5월 노발릭은 캐나다 바슈롬 코퍼레이션(바슈롬)과 공동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안구건조증 신약 미에보(성분면 플루오르핵실옥탄)를 승인받기도 했다. 미에보는 안구 가장자리에서 눈물막의 증발을 막는 마이봄샘의 기능을 개선하는 신기전을 보유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미에보와 같은 신기전 약물이 등장은 레스타시스와 인테그린 억제 기전의 ‘자이드라’(성분명 리피테그라스트) 등이 주도해 온 안구건조증 치료 시장의 성장성을 높일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춘에 따르면 사이클로스포린과 리피테그라그라스트 등 관련 약물이 주도한 안구건조증 시장은 2021년 52억 달러(당시 한화 약 7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안구건조증 신약 개발 업계 관계자는 “노바티스의 안과 질환 사업부를 인수하며 자이드라를 손에 넣은 바슈롬이 미에보 등을 허가받으며 주목받고 있고, 협력사인 노발릭 역시 안과질환 분야에서 자체 성과를 올리고 있다”며 “베자바이같은 사이클로스포린 성분 약물은 비슷한 계열의 약이 많아 큰 시장성을 띠긴 어렵다. 새로운 기전과 효능을 겸비한 후발 약물 개발이 시도되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한올바이오·HLB테라 美서 안구건조증 3상 반복 中
안구건조증 신약 심사에 가장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K-바이오텍의 도전도 거듭되고 있다.
FDA의 안구 건조증 신약 개발 가이드라인에는 효능 입증 위한 임상(2건)과 증상 관련 임상(2건) 등 총 4건의 임상 3상을 수행하라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FDA는 “안구건조증에 수반되는 증상과 관련한 임상 3상을 1건 더 수행하라”며 미국 알데히라가 개발한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 ‘레프록살랍’의 허가 심사를 반려했다. 레프록살랍은 항염증 관련 반응성 알데하이드(RASP)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셔머테스트 검사를 1차 지표로 한 임상에서 효능을 충족한 물질이다. 이 검사는 안구건조증 환자의 눈꺼풀 밑에 3㎝ 가량의 종이를 걸쳐 5분간 적셔진 종이 길이를 측정해 눈물의 양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FDA의 요구에 대해 알데히라는 이미 수반되는 증상을 설정한 임상 2건을 진행했지만, 추가 임상 3상을 새롭게 진행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HLB테라퓨틱스 관계자 “안구건조증은 하나의 증상이나 징후, 발병 기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질환이다. 여러 번의 임상으로 일관성있는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하지만 반드시 4종의 서로 다른 임상을 수행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임상에서 여러 지표를 설정해 이를 확인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한올바이오파마는 종양괴사인자(TNF) 저해 기전의 자체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 ‘HL036’(성분명 탄파너셉트)의 미국 내 7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세 번째 임상 3상을 개시했다. 이번 임상 3상의 1차 지표는 이전 임상의 2차 지표였던 셔머테스트 검사로 채택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내년 하반기 중 HL036에 대한 3상 탑라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임상에서 HL036의 눈물 분비량 개선 효능 입증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HLB 테라퓨틱스는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물질 ‘RGN-259’에 대해 총 1500명의 안구건조증 환자를 대상으로 3건(ARISE-1·ARISE-2·ARISE-3)의 임상 3상을 미국에서 완료했다. RGN-259는 항염증 관련 티모신베타4(Tβ4) 억제 신규 기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해당 물질에 대해 안구건조증 대상 네 번째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HLB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지난 2022년 RGN-259의 네 번째 안구건주증 관련 임상에 대해 프로토콜 특별평가제도(SPA)를 신청했고,이에 대해 FDA에 의견을 받았지만, 현재 대응을 않고 있다”며 “안과질환 관련 임상을 진행할 자금적 유동성은 충분하다. 다만 전략적으로 미국에서 신경영양성 각막병증 관련 임상을 우선해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GN-259의 또다른 적응증인 신경영양성 각막병증 관련 미국 내 임상 3상을 마치는대로 안구건조증 관련 추가 임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클리니컬 트라이얼에 따르면 신경영양성 각막병증 관련 RGN-259의 3상은 오는 11월 말에 만료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내 RGN-259의 신경영양성 각막병증 관련 임상 3상은 환자 모집이 빠르고 순항하고 있다. 연내 이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호 (two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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