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로 작동하는 ‘해수 전지’, 성능 저하 막을 방법 찾았다

화학연·UNIST 공동 연구진

한국화학연구원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이산화탄소 분해 촉매의 작동 원리. 이산화탄소를 탄소 2개 이상인 다탄소 알코올로 만들 수 있다. 해수 전지에 사용하면 성능 저하를 유발하는 침전물 형성도 막는다./한국화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 전지의 단점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 해수 전지의 성능 저하를 막는 동시에 산업 원료를 얻을 수 있어 경제성을 높이고 상용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현탁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과 권태혁·강석주·이근식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해수 전지의 성능 저하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비금속 촉매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해수 전지는 바닷물에 녹아 있는 나트륨(소듐)을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충·방전하는 이차전지 기술이다. 나트륨 이 전지의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에너지를 충전하거나 방전한다. 바닷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만큼 저렴하게 재료를 얻을 수 있고 친환경적으로 안전한 전력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다른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저장 용량이 적고 염분으로 인해 부식이 빠르다는 문제가 있다.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도 해수 전지의 성능 저하를 유발한다. 이산화탄소는 나트륨과 결합해 석회 침전물을 만드는 데, 이로 인해 충·방전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수 전지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분해해 침전물을 줄이면서, 화학 산업의 중요 소재인 알코올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해수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경제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진은 탄소 소재에 붕소, 질소를 첨가한 비금속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는 탄소와 산소로 이뤄진 이산화탄소를 분해한 후 메탄올, 에탄올, 프로판올 같은 알코올로 전환한다.

연구진은 이렇게 개발한 촉매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해수 전지의 성능을 확인했다. 그 결과, 기준 전압보다 0.7V 낮은 상태에서 충전 효율이 87.9%로 16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렴하게 이산화탄소를 다탄소 알코올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존 촉매 기술을 활용할 때도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었으나, 일산화탄소(CO), 포름산(HCOOH) 같은 탄소 1개로 이뤄진 물질로만 전환이 가능했다. 2개 이상의 탄소를 가진 에탄올, 프로판올은 가격이 비싼 금속 촉매를 이용해야 전환이 가능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2030년까지 해수 전지의 실증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 분석기관 와이즈가이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해수 전지 시장은 지난해 1600만달러(약 218억원)에서 2032년 20억달러 (2조72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온실가스를 산업 원료로 바꾸는 제조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도 가능하다”며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CS 캐탈리시스’에 지난 6월 25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ACS Catalysis(2024), DOI: https://doi.org/10.1021/acscatal.3c04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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