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밤녀' 정은지가 전하는 '젊음'과 '시간'의 소중함[TF인터뷰]

문화영 2024. 8.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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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과 '2인 1역'…"다정한 언니 같아"
"나이는 마음먹기 나름…각자 속도 존중받아 마땅"

배우 정은지 최근 <더팩트>와 만나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IST엔터테인먼트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T(Thinking 사고형) 성향이지만 F(Feeling 감정형)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혔했다. 처음엔 '왜 그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였지만 서서히 작품에 스며든 정은지다. 그는 '낮밤녀'를 통해 '젊음'과 '시간'의 소중함을 전하며 진한 울림을 선사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극본 박지하, 연출 이형민 최선민, 이하 '낮밤녀')는 어느 날 갑자기 노년 타임에 갇혀버린 취준생(취업 준비생) 이미진(정은지 분)과 낮과 밤 올 타임 그에게 휘말린 능력 있는 검사 계지웅(최진혁 분)의 기상천외한 인턴십과 로맨틱 코미디다.

정은지는 최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IST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낮밤녀'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촬영부터 방영까지 약 1년이 걸렸는데 '낮밤녀'만 생각하면서 지냈다. 그래서 여전히 끝났다는 기분이 많이 들지 않고 여운이 남아있다"고 현재 심경을 전했다.

작품은 첫 회 시청률 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으로 시작했지만 코미디 소재와 이정은 정은지의 열연이 입소문을 탔고 매 회 최고 시청률을 갈아끼웠다. 6회엔 7.7% 12회엔 9.4%로 앞서 배우들이 희망 목표라고 밝힌 10%를 넘을 듯 말 듯 하다 최종회에 11.7%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제가 (시청률을) 신경 쓰면 많이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항상 단톡방에 정은 언니가 소식을 전해주셨어요. 10% 넘는 것도 '기대 안 해야지' 했지만 사실 기대가 됐고요. 마지막 회 전에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이 좋은 성적을 얻어 그 기세를 이어 받지 않았나 싶어요."

배우 이정은(위)과 정은지는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 '2인 1역'을 맡았다. /JTBC 방송화면 캡처

정은지가 연기한 이미진은 20대 취업준비생으로 계속된 취업 실패를 경험하던 찰나 하루아침에 50대가 돼버리는 급속노화를 겪는 인물이다. 50대로 변한 이미진은 임순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취업에 성공해 검찰청 시니어 인턴으로 살아가고 계지웅과 매일 부딪힌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2인 1역'이다. 이정은과 정은지는 각각 50대와 20대지만 한 사람을 표현해야 했다. 이에 정은지는 "우선 정은 언니와 동일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게 너무 부담이 됐다"면서도 "다정한 언니, 선생님 한 분이 생겼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의외로 감독님이 2인 1역에 관한 디렉팅을 많이 주시지 않았어요. '정은 씨가 이렇게 했다' 정도만 알려주고 '그럼 저는 이런 감정으로 하겠습니다' 정도로의 회의만 진행했고요. 그리고 녹음본을 정은 언니에게 틈틈이 보내드렸어요. 언니가 워낙 애정이 많아요. 너무 많은 걸 배웠고 일상생활에서도 선생님 한 분이 생긴 것 같았죠. 마지막 회 끝나고 언니가 '진심과 솔직함이 정말 큰 무기인데 은지는 그걸 갖고 있어'라고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지난 6월 제작발표회에서 이정은과 정은지는 한 인물처럼 보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 밝혔다. 당시 이정은은 "은지의 말투를 비슷하게 하려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정은지 역시 이정은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세심하게 살폈다고 한다. 서로의 노력이 모여 하나의 인물이 완성됐고 이는 고스란히 작품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미진이가 '쭈그리' 같은 모습에서 손이나 입술을 자주 뜯는데 그 모습을 언니가 똑같이 하시더라고요. 또 평소 언니한테 없는 오로지 미진이한테만 보이는 어린 눈망울 표정이 있어요. 이걸 보는데 묘하게 겹쳐 보이더라고요. 저 역시 언니가 울 때 아래턱을 떨리면서 우는데 이걸 따라 하려 했죠."

정은지는 "극 중 이미진이 인간 정은지와 결이 맞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IST엔터테인먼트

'짠내' 나는 취업 준비생 이미진을 완벽하게 소화한 정은지지만 "미진이는 나랑 결이 안 맞다"고 고백했다. T 성향이 강한 탓에 눈물 많고 여린 미진이가 인간 정은지와 비슷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미진이가 'ENFP(재기 발랄한 활동가)' 같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오죽하면 미진이 어떻게 했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정은지의 MBTI(성격 유형 지표)는 INTP(논리적인 사색가)와 ISTP(만능 재주꾼, 장인)다.

"회차가 갈수록 미진이의 방향과 저의 바람이 달랐어요. 특히 (50대로 변화하는 것을) 말해야 하는데 그 타이밍이 제일 달랐죠. 지웅이한테 제일 먼저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그런 사람도 있어'라고 말해주더라고요. '네가 봤을 때 (미진이가) 답답해 보이겠지만 실제로 용기 내는데 어려워 하는 사람이 있어'라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고 저 역시 미진이를 받아들였어요. 그래도 매사에 안 빼고 열심히 하는 건 공통점이에요. 그리고 특유의 쭈굴쭈굴함이랄까. 저의 '쭈그리 모습'을 극대화한 것 같았어요.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에서 강지구가 비교적 극단적인 T라 이때 좀 많이 풀었던 것 같아요. 제 성격과 가장 많이 닮아서요"

2011년 그룹 에이핑크 메인보컬로 데뷔한 정은지는 '응답하라 1997'를 시작으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트로트의 연인' '술도녀' 시리즈까지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아이돌 정은지'가 아닌 '배우 정은지'로서 10년이 넘은 지금, 그는 스스로에게 '열심히 했다'고 토닥였다. 아울러 에이핑크 완전체에 대해 약간의 '스포'도 겻들었다.

그룹 에이핑크 메인보컬과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정은지는 "10년을 돌아본다면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JTBC 방송화면 캡처

"10년을 돌아본다면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감사하고 연기를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평소 펑펑 울거나 악을 지르며 화내는 등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이 많지 않잖아요. 이런 촬영을 하며 힐링했던 순간이 많아요. 그런 감정들을 그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게 달라졌어요. 완전체에 대해 공연, 컴백, 콘셉트 등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고요. 앨범이 나온다면 솔로보다 단체가 먼저예요. 얼마 전 개인 팬미팅을 돌며 에이핑크 노래를 불렀는데 '아, 에이핑크랑 공연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출연하는 작품마다 자신의 입지를 굳힌 정은지다. 특히 '응답하라 1997'과 '술도녀'에서 사투리를 쓰는 연기로 호평을 받으며 화제성을 견인했다. '낮밤녀'에서도 엄마 아빠한테 투정 부리는 어리광 있는 딸로 활약하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그의 차기작이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조정석과 남매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 아빠는 성동일, 엄마는 라미란이어야 한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우연히 봤어요. '골 때리는 가족 영화' 이런 걸 원하시더라고요. '술도녀' 이후 수치심을 잃어서 창피함이 없어진 것 같아요. 망가진 게 워낙 많아서요.(웃음) 용기가 생겨서 그런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작품은 있는데 아직 공식적으로 나온 건 없어요."

정은지는 작품이 주는 의미에 대해 "몸으로 체감되는 나이가 있지만 살아가는 방향성에 있어서 나이는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정의했다. /IST엔터테인먼트

많은 작품이 '시간'을 소재로 활용하고 있지만 젊어지는 것이 아닌 노화를 통해 새로운 인물이 탄생하는 설정은 다소 보기 드물다. 독특한 소재에 정은지 역시 마음이 움직였을 터다. 그는 선택 이유로 '정은 언니'를 1순위로 꼽으면서도 "시간 소재에 원래 관심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시간은 소중하잖아요. 이걸 드라마에서 풀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좋아해요. 주는 메시지 역시 확고하잖아요. '낮밤녀'가 주는 메시지는 '몸으로 체감되는 나이가 있지만 살아가는 방향성에 있어서 나이는 마음먹기 나름이다'예요.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보게끔 하는 드라마죠. 또 나이로 어떤 '선'이 생기지 않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매력적이에요."

실제로 마지막 회에서 이미진과 임순이 마주 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하루에 20대와 50대를 모두 살아가는 두 사람은 각자가 느낀 아픔과 배움을 모두 쓰다듬어주고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이에 정은지는 "제일 만나기 싫으면서도 제일 기다려진 장면"이라 정의했다. 아울러 '젊음'과 '시간'이 주는 소중함을 거듭 당부했다.

"그 장면 들어가자마자 눈물이 펑펑 났어요. '이게 무슨 감정이지?' 싶을 정도로요. 나이 든 미진이 즉, 나 자신과 대화인 거잖아요. 눈물은 계속 났지만 찍고 나니 후련했어요. 미진이를 연기하며 느꼈던 점은 '각자의 속도가 다 있고 느리든 빠르든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라는 거예요. 미진이는 이미 나이 들어 살아봤기에 뭔가 걱정이 없을 것 같지만(웃음) 정은 언니와 함께 말한 '젊음이라는 것 자체가 소중하고 막상 그 안에 있을 때 모르는 거다' 이 말이 와닿더라고요. 오늘의 젊음을 많이 사랑하고 많이 안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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