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옛 쌍용차 임직원의 수십억원대 추가 횡령 정황 드러나나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경찰이 옛 쌍용자동차(인수 이후 KG모빌리티) 임직원들의 횡령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추가 범행 정황이 나왔다. KG모빌리티에 대한 경찰 수사가 확대될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올해 3월19일 정용원 당시 KG모빌리티 대표와 이아무개 전 총무팀장 등 전현직 임직원 4명이 연루된 횡령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들은 KG모빌리티가 홍보 및 청소 관련 용역 업체에 지급한 용역비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돌려받는 식으로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업계의 이목은 경찰 수사가 확대될지에 집중됐다. 그리고 최근 이번 사건 피의자들이 경비용역 업체를 통해서도 수십억원 규모의 횡령을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본사 건물 및 경비대 사무실 등에서 현금으로 매달 800만원을 전달받는 등 총 40억원 규모의 상납이 이뤄졌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지급한 용역비 일부 리베이트로 전달 정황
시사저널이 확보한 문건과 녹취 등에 따르면, 대규모 경비용역이 투입된 2009년 '쌍용차 사태'와 2014년 '굴뚝농성' 당시에 큰 자금이 오갔다. 쌍용차 사태는 노조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2009년 5월22일부터 8월6일까지 76일간 쌍용차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건이다. 당시 쇠파이프와 헬멧, 방패 등으로 중무장한 경비용역들은 노조원 강제 해산을 위해 폭력 등 불법행위를 벌였다. 이 일로 수백 명의 노조원이 부상을 입었다.
이때 경비용역을 제공한 업체는 마린캅스다. KG모빌리티는 당시 사태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마린캅스와 경비용역 1인당 24만7500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마린캅스는 2009년 5월26일부터 같은 해 8월30일까지 하루 380여 명의 경비용역을 공급하면서 약 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마린캅스는 경비용역 1인당 4만5000원을 리베이트로 지급한다는 취지의 이면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를 통해 이 전 총무팀장 등에게 1억7100만원씩 총 10회에 걸쳐 17억1000만원의 현금이 전달됐다는 것이다.
사태 봉합 이후인 2009년 9월부터 12월까지도 KG모빌리티는 '사태 안정화'라는 명목으로 월 120명의 경비용역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에도 매달 3억6000만원씩 총 14억4000만원이 리베이트로 건네졌다는 의혹이 나온다. 다만 이때부터 KG모빌리티 경비용역은 마린캅스 대표가 설립한 태위가 맡았다. 쌍용차 사태 과정에서 폭력 등 불법행위로 마린캅스의 경비업 면허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2014년 굴뚝농성 당시의 상황도 비슷했다. 당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소속 이창근 정책실장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쌍용차 평택공장 굴뚝에서 101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다. KG모빌리티는 태위와 11월15일부터 이듬해인 2015년 3월31일까지 경비용역 1인당 34만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간 태위에는 총 16억7000만원의 용역비가 지급됐다. 이 중 약 9억원이 리베이트로 책정된 것으로 의심된다.
이런 사실은 KG모빌리티 감사실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다. 2018년 말 내부 고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내부 감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태위의 전직 대표이사인 선아무개씨가 감사팀에 '제보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 총무팀장 등이 대가를 약속하고 선씨에게 감사 무마를 청탁한 정황이 엿보인다. 실제 선씨가 작성한 사실확인서에는 '감사실에 제보가 사실이 아님을 확인시켜서 감사를 조용히 마무리하고 그 대가로 사정을 챙기고 도모해 주겠다는 이 전 총무팀장 등의 회유와 요청에 제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허위 확인서를 작성해 감사팀에 송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쌍용차 시절 발생한 개인의 비리"
현재 KG모빌리티의 경비용역 업무는 태위의 후신 격인 S사가 맡고 있는 상태다. 감사실에 횡령 의혹에 대한 제보가 들어간 직후 태위가 '유언비어에 휘말려 쌍용차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연간 계약 규모 40억원의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기 때문이다. 이후 KG모빌리티의 새 경비용역 업체로 태위 관계자가 설립하고 태위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는 S사가 선정됐다.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사실상 간판만 바꿔 달았다는 시선도 있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쌍용차 시절에 발생했던 개인의 부정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라며 "현재의 KG모빌리티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시사저널은 지난 4월 '[단독] 직원 횡령 KG모빌리티, 추가 비리 드러나나' 제하의 기사를 통해 KG모빌리티 횡령 사건 피의자들의 추가 범행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KG모빌리티에 운전기사와 사내 차량 수리기사 등 인력을 공급한 태평으로부터 용역비 일부를 돌려받는 식으로 횡령을 저질렀다는 내용이다.
이때도 이 전 총무팀장 등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무마한 정황이 있다. 태평 측은 직원의 내부 고발로 용역비 횡령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 전 총무팀장 등이 김아무개 전 태평 대표에게 변호사 비용 지원과 용역공급계약 유지 및 연장 등의 조건을 내걸고 단독 범행임을 자백하도록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김 전 대표는 2022년 2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그러나 태평 측은 이후 계약 유지 및 연장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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