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사면권'에 도전한 한동훈, '尹 특검 거부권'에도 반대 안한단 보장 있나?
대통령의 '사면·복권'은 오롯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일이다. 대통령의 국회 법안 거부권(재의 요구권)과 같은 성격이다. 그런 권한에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했다. 당장 용산에서는 불쾌한 반응이 나오는데, 당연한 수순이다.
12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2022년 12월에 김 전 지사 사면을 결정할 때 복권까지도 전제했던 것"이라며 "대통령이 결정한 고유 권한에 대해 여당 대표가 왜 흔드나. 왈가왈부한다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당시 법무부장관으로 '김경수 사면'을 건의한 한동훈 대표가 '김경수 복권' 반대 입장을 표했을 때 대통령실의 이런 반응을 예상 못했다면 정치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즉 한 대표는 용산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반대 의사 표명'을 감행했다는 게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동훈은 왜 선을 넘으면서까지 용산과 대통령을 긁고 있는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여당 대표가 공개 반대했다는 말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다. 이런 무모한 일을 저지르기 위해서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한 대표에겐 그것조차 약하다. 김경수 복권 반대 이유가 드루킹 사건이 '민주주의 파괴 범죄'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럼 '민주주의 파괴 범죄'에 대한 사면은 되고 복권은 안된다는 것인가. '민주주의 파괴 범죄'인 국정 농단 주범들을 사면 건의하고, 선거 때 박근혜를 찾아가 사죄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인가.
한동훈 대표는 이제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 한동훈은 '사면'과 '복권'의 차이점에 대해 '정교하게' 설명하겠지만, 의미 없는 일이다. 유권자들은 그런 '법기술'의 관점보다 '정치적 일관성'에 대해 더 주목한다. 특히 한 대표가 왜 대통령의 권한에 정면 도전하는지 유권자들은 궁금해할 것이다. '친윤계'에서는 '대통령 권한에 도전한다는 건 본인이 대통령급이라는 얘기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이번 사례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과 '갈등 봉합'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갔음을 상징한다. 애초에 '갈등 봉합' 같은 건 없었다는 것이다. 용산과 여당은 다시 긴장 관계로 돌아섰다.
한 대표가 일부러 대통령을 도발하는 이유를 추론하자면, 두 가지 정도가 가장 논리적이다. 첫째, 대통령에 대항하는 이미지를 확립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에 정면으로 도전하면서 '각 세우는 여당 대표'의 이미지를 획득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당 지지율이 상회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보수 정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유일한 사례는 이명박과 박근혜의 사례다. 당시 박근혜는 현직 대통령 이명박의 '세종시 수정안'에 공개 반대하면서 차기 주자로서 존재감을 확립했고, 이후 당 대표직을 접수하며 '당 우위' 관계를 이어갔다. 친윤계의 집요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대중 지지율을 앞세워 당권을 장악한 것도 '박근혜 사례'와 유사점이 있다.
둘째, 한 대표는 김경수 사면이 '야권 분열책'이라는 친윤계 일각의 전략이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는 가설이다. 즉 '대통령이 추진하는 김경수 사면은 여권 결집과 야권 분열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동훈 당대표 출마를 처음으로 공개 지지했던 '친한' 조해진 전 의원은 김경수 사면을 '하지하책'이라고 비판하며 "현재 야권은 이재명 유일 대안체제이자 그를 제외하면 대안 부재인 구조라 법원이 정상적으로 판결을 내려 이재명만 사라지면 대선을 치를 수 없는 외통수 체제인데, 이런 상황에 김 전 지사 복권은 야권 정권교체 가능성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과 용산이 '김경수 사면'이 한동훈 본인에게 불리하다는 걸 용산에 어필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째됐든 한 대표가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것만은 불변의 사실이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에 반대할 수 있다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거부권'에 반대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한동훈 대표는 제3자 특검 추천을 골자로 하는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당대표가 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다. 만약 한 대표가 채상병 특검법 처리에 동의한 후 '대통령의 거부권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다면 여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지만 한 대표도 '리스크'를 져야 한다. 당장 공수처는 '한동훈 댓글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일부 친윤계는 '한동훈 댓글팀' 의혹을 '제2의 드루킹' 사건에 비유한다. 한 대표는 일관되게 '댓글팀은 없다'고 부인하지만,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무슨 변수가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김경수도 '드루킹' 사건이 터졌을 때, 자신은 결백을 주장하면서 '여권 추천 특검 임명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호기롭게 밝힌 바 있었다.
윤석열과 한동훈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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