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잘못되지만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4. 8. 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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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상사의 언행을 따라한다

조직장에게 솔선수범의 모범을 보이라고 한다. 직원들이 조직장이 하는 언행을 지켜보고 따라하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인 A회사의 인사팀장은 매년 100명 가까이 되는 신입 및 경력사원을 채용한다. 서류심사의 경쟁률은 거의 100:1 수준이며, 면접은 최종 합격자의 5배수를 뽑는다. 1만명이 지원하여 9,500명이 서류에서 탈락하고, 500명 중 400명이 면접에서 탈락한다.

채용 브로커인 B는 인사 팀장과 동향으로 고등학교 1년 후배이다.

B는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이 회사에 서류전형 합격을 200만원, 면접 합격은 1,000만원을 받고 물밑 거래를 시도했다. 인사팀장은 B에게 입사 지원자, 예상 합격자 명단을 주고 매월 300만원을 받았다. 별도로 서류 합격을 요청 받아 합격하면 100만원, 최종 합격은 500만원을 받았다. 3년이 지나도록 이들의 부정은 성공리에 진행되었다. 금번, 면접 합격을 해준다고 1,000만원을 준 지원자가 탈락되었는데, 낸 돈을 받지 못하자 이를 공론화하여 밝혀지게 되었다. 브로커인 후배가 검거되었고, 결국 인사팀장도 회사에서 해고되고 구속되었다.

B회사의 재무팀장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이익잉여금을 활용하여 부동산에 투자했다. 투자한 부동산이 얼마 가지 않아 1.5배 가격이 뛰어 큰 이익을 주었다. 공금을 집어넣고 기회가 생기면 또 활용하고 여러 번 개인 이익을 챙겼다. 하루는 지인으로부터 값싸게 건물이 나와 구입하면 큰 이익이 된다는 정보를 들었다. 큰 돈이었지만, 회사 이익잉여금, 자신이 갖고 있는 자금, 대출을 받으면 가능한 금액이었다. 재무팀장은 회사 공금을 활용해 여러 번 이익을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이익을 기대하고 투자를 했다. 계약이 체결되었지만, 이전 건물주가 입주 상인들의 전세 및 보증금을 가지고 해외로 도망을 갔다. 결국 재무팀장은 공금횡령으로 구속되었다.

인사 팀장과 재무 팀장은 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문제될 일은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자신이 담당하는 일이기에 자신만 실수하지 않는다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직원들은 팀장이 이런 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달라진 그들의 모습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본인들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공정하고 떳떳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직원의 부정 행위에 강하게 질책하고 다시는 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었을까? 자신은 부정을 일삼지만, 직원들은 모두 규정과 기준을 지키며 공명정대하게 일 처리를 한다고 믿었을까?

정도 경영은 말로만 외친다고 지켜지지 않는다.

A백화점을 방문했다. 어릴 적부터 ‘남의 집에 갈 때, 빈 손으로 가지 말라’고 배웠다. 굳이 선물을 사서 가는 것보다는 회사 제품을 포장해 약속 시간에 담당자를 만났다. 명함을 교환하고 회의장으로 이동했다. 방문 내용을 사전에 전달했기 때문에 A백화점에서 회의장에 설명 자료가 준비되어 있었고, 담당 팀장이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묻고 정한 시간이 되어 담당자에게 감사의 표시로 회사 제품을 전달하였다. 담당자는 마음만 받겠다고 한다. 자신들의 정도 경영에 어긋나는 행동이며, 정도 경영 지침은 명함 뒤에 있으니 명함을 봐달라고 한다. 7가지 정도 경영 준수사항이 적혀 있는데, ‘그 어떠한 경우에도 고객의 선물을 받지 않는다’가 적혀 있었다. 이것은 선물이 아니고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해도 정중히 마음만 받겠다고 한다. 결국 전달하지 못하고 방문을 마친 적이 있다. A백화점을 나오면서 담당자에게 감사 문자를 보냈다. A백화점 정도 경영 사무국에 방문 내용을 설명하며, ‘이렇게 현장에서 정도 경영이 철저하게 준수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귀사의 지속 성장을 기원한다’고 문자를 남겼다.

정도 경영이 잘 실천되는 기업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윗사람의 솔선수범이다.정도 경영을 가장 준수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 CEO와 경영층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윗사람이 어떻게 처신하는가 지켜본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은 맑을 수밖에 없다.

둘째, 추진 조직이 있어 기획, 실행, 점검 그리고 적극 피드백을 한다. 정도 경영의 모습, 전략, 방안,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재화 하고 체질화 되도록 한다. 현장에서 실천되는 것을 점검하고 조치한다. 잘하는 조직은 인정과 칭찬하고, 지키지 않는 조직은 더욱 내재화하고 정 안되면 강력 처벌한다.

셋째, 전 임직원의 관심과 참여이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나부터, 작고 쉬운 것부터, 지금 즉시 철저하게 실행이다. 할 일은 반드시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그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는다. 모든 조직과 임직원의 참여로 당연이 지키는 정도 경영이 문화로 구축되어 있다.

넷째, 제도와 연계이다. 채용 시부터 입사지원서, 인적성 검사, 면접을 통해 정도 경영에 어긋나는 지원자를 선발하지 않는다. 입문 교육부터 평가, 승진 제도 속에 정도 경영이 반영되어 있다.

지금 우리 회사의 정도 경영은 잘 실천되고 있으면, 몇 점 수준일까?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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