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13시간 16분 10초… 조오련, 대한해협 횡단 성공[역사 속의 This week]

김지은 기자 2024. 8. 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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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조오련이하고 바다거북이하고 수영 시합하면 누가 이기는지 아나?" 영화 '친구'에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다.

1970년대 아시안게임 2회 연속 2관왕을 차지하며 '아시아의 물개'로 불린 조오련은 한국 수영계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이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한해협 횡단 30주년을 기념해 재도전을 준비하던 조오련은 2009년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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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속의 This week
1980년 8월 11일 대한해협 횡단에 성공한 조오련이 쓰시마섬에 도착해 웃고 있다. 자료사진

“니 조오련이하고 바다거북이하고 수영 시합하면 누가 이기는지 아나?” 영화 ‘친구’에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다. 1970년대 아시안게임 2회 연속 2관왕을 차지하며 ‘아시아의 물개’로 불린 조오련은 한국 수영계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이다. 은퇴 후에는 대한해협을 헤엄쳐 건너는 도전으로 바다에서도 새 역사를 쓰며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80년 8월 11일 0시 5분, 부산 다대포 앞바다에 뛰어든 조오련은 상어와 해파리 등 위험에 대비해 3척의 배가 이끄는 쇠 그물망 안에서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낮은 수온과 거센 바람, 높은 파도와의 기나긴 싸움이었다. 죽을 장대로 받아 빨아먹으며 영양분을 섭취하고, 수중 스피커로 디스코 음악을 들으며 지루함을 달래기도 했다. 강한 해류에 근육마비가 오는 고비를 맞기도 했으나 위기를 넘기고 드디어 일본 쓰시마(對馬)섬 등대에 도착했다. 대한해협 48㎞를 횡단하는 데 걸린 시간은 13시간 16분 10초. 당초 18시간 정도 예상했으나 조류 덕분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사상 처음으로 대한해협 횡단에 성공한 그는 태극기를 들어 올리며 대한민국 만세를 부른 뒤 “대한남아의 용기와 기상을 발휘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전남 해남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조오련은 수영선수가 되기 위해 1968년 해남고 1학년 때 자퇴서를 내고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구두닦이 등을 해서 모은 돈으로 YMCA 수영장에서 실력을 갈고닦아 이듬해 전국체전 서울시 예선에 출전했다. 수영복이 없어 사각팬티를 입고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보란 듯 1등을 차지했다. 양정고에 스카우트된 그는 1970년 방콕아시안게임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일본의 독무대였던 수영에서 2관왕을 차지한 그는 단번에 수영 영웅으로 떠올랐고, 1974년 테헤란아시안게임 같은 종목에서 또다시 우승해 2연패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1978년 선수 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50개의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다.

조오련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은 계속됐다. 대한해협에 이어 1982년 도버해협 횡단에 성공했고, 2003년 한강 600리를 종주했다. 독도 사랑이 남달랐던 그는 2005년 두 아들과 릴레이로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93㎞를 18시간 동안 헤엄쳐 갔다. 2008년에는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독도를 33바퀴 도는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한해협 횡단 30주년을 기념해 재도전을 준비하던 조오련은 2009년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를 추모하기 위해 모교인 양정고에 세워진 기념비에는 그가 생전 자주 했던 말이 새겨져 있다.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시작하는 순간 도전이 된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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