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으로 아파요”…코로나 재유행에 직장인들 ‘시름’

2024. 8. 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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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종 ‘KP.3’…독감초기 증상과 유사
백신 접종·면역력 있어도 재감염 가능성 높아
입원환자·재유행에 치료제·진단키트 품귀현상
전문가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방지 최선책”
최근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6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전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약국에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여름에 흔한 냉방병인 줄 알았는데, 저번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보다 몸이 더 아프더라고요. 이 상태에서 출근하려니 몸도 힘들고 주변에도 민폐라 걱정입니다”

직장인 박모(32)씨는 공연장에 놀러 갔다가 코로나19에 걸렸다. 함께 놀러 갔던 일행 6명 중 5명이 집단으로 감염됐다. 박 씨는 개인 약속을 줄줄이 취소했지만, 코로나19 감염시 재택근무가 의무에서 ‘권고’로 바뀐 탓에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엔데믹’이 공식 선언된 지 1년여 만에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재유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마스크·진단키트·치료제 등을 찾는 사람들도 다시 늘고 있지만,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 걱정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 220곳을 표본 감시한 결과 올해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2월 첫째 주 875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다가 6월 말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에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오미크론 계열 변이종인 ‘KP.3’이다. KP.3는 다행히 감염증 중증도와 치명률이 높지 않지만, 면역회피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을 접종받았거나 감염으로 자연히 면역력을 갖게 된 사람도 다시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재유행하는 코로나19는 독감과 비슷한 증상으로 초기에 발열, 근육통과 인후통으로 시작되고, 이후 기침 등이 동반된다. 심한 경우 폐렴이 발생하여 기침, 가래와 호흡곤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입원환자도 증가 추세다. 최근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7월 둘째 주 148명, 셋째 주 226명, 넷째 주 475명에서 8월 첫째 주 861명으로 4주 새 6배 가까이 늘어났다.

의료 현장에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와 진단키트 품귀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미 치료제의 주간 사용량은 6월 넷째 주 1272명분에서 7월 다섯째 주 4만2000명분 이상으로 33배 급증했다.

경기도 하남시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어느날 갑자기 목이 찢어질 듯이 아파서 진단키트를 해봤더니 두 줄이 나왔다”라며 “역대급으로 아픈데, 가족들에게 옮길지 몰라 약국과 편의점에서 치료제와 진단키트를 사서 모으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황모(31) 씨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부족해 인근 약국으로 환자들을 안내하고 있다”라며 “이곳저곳 알아봐도 치료제가 많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라고 했다.

올여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편의점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찾은 수요도 크게 늘었다. 사진은 7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자가진단키트. [연합]

이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휴가 규정을 사업체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탓에 직장인들 사이에서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엔데믹 이후 코로나19는 독감과 같은 4급 감염병으로 등급이 낮아져 격리 의무가 없어졌다.

원칙적으로는 확진이 되더라도 정상 출근을 해야 하지만, 일부 사업장의 경우 감염 위험 등을 들어 휴가를 쓰도록 강제하고 있다. 반대로 휴가철이 겹친 상황에서 업무로 인해 그조차도 쓰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체온이 38도까지 오르고 인후통·두통에 마른기침도 계속됐지만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라며 “머리가 멍하고 약을 먹었다 하면 잠이 쏟아지는데 쉴 수가 없으니 너무 힘들다”라고 했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감염 위협에 휴가를 쓰도록 강제하는 곳도 있다. 직장인 정모(27)씨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마스크 착용 후 정상 출근을 하려고 했지만, 상사 지시에 따라 개인 연차를 소진했다.

정 씨는 “코로나19에 걸렸다고 휴가를 강제로 쓰라는게 말이 되느냐”라며 “예전처럼 재택근무를 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규정이 생기면 좋겠다”라고 했다.

전문가는 8월 말 대유행을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8월 셋째 주 넷째 주를 정점으로 해서 환자가 많이 늘어나고 그 이후로 중환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오미크론 하위 변이 중 또 하위 변이인 KP3로 면역 회피 능력이 있어 유행을 가속화하고 유행 진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연령이 높거나 면역 질환, 만성 질환이 있는 분들은 가급적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전체적인 유행을 줄여주는 데 기여한다”라며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오는 10월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어르신과 면역저하자,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는 무료로 접종 가능하다. 다만 고위험군이 아닌 12세 이상 일반 국민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때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2024~2025절기 코로나19 예방접종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9월 공개할 예정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KP.3 변이 비중도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외 기관이 분석한 결과 중증도와 치명률이 이전 변이와 비교해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국민들께서는 기침과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경우 가까운 의료기관에 방문해 적절한 처방을 받고 증상이 회복될 때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해달라”고 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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