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슈퍼스타'?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이것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8. 12. 09:03
[트렌드 언박싱] 진정한 혁신을 위한 삼위일체: 인문학, 공학, 경영학 (글 : 최병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최근 세계은행(World Bank)이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을 주제로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을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한 '슈퍼스타(Superstar)'로 명칭하였다. 보고서는 한국 외에도 폴란드와 칠레를 '모범국'으로 소개하였는데, 이 세 나라의 공통적인 성공 요인으로 혁신을 꼽았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MIT의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 교수는 일찍이 국가 간 경제 성장 격차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혁신을 지목했는데, 이러한 주장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국가 발전이라는 거창한 담론을 차치하더라도, 기업에게 혁신은 성장과 지속가능성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오히려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진부하고 반혁신적인 것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혁신을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거나 독창적인 아이템을 출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새로운 가치가 구현되어 소비자들이 이를 구매하거나 사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결과물과 그 과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다시 말해,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구상, 기술의 도입, 비즈니스 모델의 세 가지 요소가 하나로 어우러질 때 실현된다. IT 붐이 한창일 때는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컴퓨터공학과 전기전자공학이 주목받았고, 기술이 혁신의 주역으로 각광받았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인문학적 통찰력이 혁신의 핵심으로 간주되는 시각도 늘고 있다. 또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유행하면서 기술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의 설계 및 운영이 혁신의 열쇠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들은 개별 요인들을 주요 요소와 보조 요소를 나누는 차등적인 관점을 내포하고 있어 위험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세 가지 요소는 혁신이라는 개념 하에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삼위일체와 같다. 예를 들어, 목적을 가진 여행을 떠나는 '나'를 상상해 보자. 이때 가장 적합한 목적지를 정하는 '나', 그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수단을 구하는 '나', 그리고 그 수단을 활용하기 위한 시간과 자원을 운용하는 '나'는 모두 같은 '나'이다. 여행의 성격에 따라 특정 요소의 비중이 조금 더 부각될 수는 있지만, 이는 단지 상황에 따른 차이일 뿐이다. 이들 중 하나라도 없다면 '나'는 목적지에 이를 수 없게 된다.
인문학적 상상력은 혁신의 출발점이다. 인문학은 예술, 문학, 역사, 철학 등에서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드러난 욕망 혹은 심지어 잠재적인 바램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 사고를 이끌어낸다.
'애플의 창의적인 IT 제품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는 명언을 남긴 스티브 잡스의 일화가 다소 진부하다면, 미국 해군에서 건조한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인 USS 노틸러스(USS Nautilus)의 일화를 살펴보면 어떨까.
1955년에 건조되어 장기간 잠항이 가능한 이 잠수함은 1869년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쓴 고전 과학 소설 '해저 2만 리'에 해저를 누비는 가상의 잠수함 노틸러스(Nautilus)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이 최초의 원자력잠수함이 1958년 세계 최초로 북극점 수면 아래를 장기간 잠항으로 통과한 모험은, 소설에서는 공상의 영역이었던 노틸러스가 준 꿈에 헌정하는 세리머니가 아니었을까.
공학적 지식은 인문학적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도구이다. 자연 현상에 대한 이해를 의미하는 과학적 지식과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기술적 전문성에 기반한 공학적 지식은 인문학적 상상력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끝없는 호기심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끈질긴 연구 끝에 전기차의 대중화와 우주 탐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칭송받는 일론 머스크의 예시가 진부하다면, 수술의 새 시대를 열고 있는 다빈치 로봇 수술 시스템(Da Vinci Robotic Surgical Systems) 예시는 어떨까.
1997년 개봉한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에서는 로봇팔로 문신을 하고 외계 행성에서 온 초거대 벌레 괴물과 싸우다 다친 병사가 로봇 팔이 달린 치료 기기 안에서 자동으로 수술과 치료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로서는 피식 웃고 지나갈 장면이었겠지만, 이는 다빈치 시스템을 개발한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에 의해 현실화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2022년에만 150만 건의 수술이 다빈치 로봇 수술 시스템을 이용해 이루어졌으며,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은 미국 주요 매체인 포춘(Fortune)으로부터 '의료 공상과학(medical sci-fi)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다빈치 로봇 수술 시스템의 이름은 인문학의 전성기인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이자 선구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구현된 공학적 지식이 시장에 소개되어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혁신이 단순한 아이디어나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수없이 많은 아이디어나 실험실의 시제품이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유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수천 명의 인문학 전공자를 주기적으로 채용하고, 기술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구글의 성공은 독창적이고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에 기인한다. 구글은 정보를 탐색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기술적으로 혁신적인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상업화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이 필요했다.
애드센스와 애드워즈로 대표되는 구글의 광고 플랫폼은 구글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며,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생태계 구축이라는 거대한 그림 안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광고 수익을 얻는-소위 두세 수 앞을 내다보는- 경영학적 안목이 없었다면 지금의 구글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최근 세계은행(World Bank)이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을 주제로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을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한 '슈퍼스타(Superstar)'로 명칭하였다. 보고서는 한국 외에도 폴란드와 칠레를 '모범국'으로 소개하였는데, 이 세 나라의 공통적인 성공 요인으로 혁신을 꼽았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MIT의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 교수는 일찍이 국가 간 경제 성장 격차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혁신을 지목했는데, 이러한 주장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국가 발전이라는 거창한 담론을 차치하더라도, 기업에게 혁신은 성장과 지속가능성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오히려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진부하고 반혁신적인 것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혁신을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거나 독창적인 아이템을 출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새로운 가치가 구현되어 소비자들이 이를 구매하거나 사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결과물과 그 과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다시 말해,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구상, 기술의 도입, 비즈니스 모델의 세 가지 요소가 하나로 어우러질 때 실현된다. IT 붐이 한창일 때는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컴퓨터공학과 전기전자공학이 주목받았고, 기술이 혁신의 주역으로 각광받았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인문학적 통찰력이 혁신의 핵심으로 간주되는 시각도 늘고 있다. 또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유행하면서 기술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의 설계 및 운영이 혁신의 열쇠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들은 개별 요인들을 주요 요소와 보조 요소를 나누는 차등적인 관점을 내포하고 있어 위험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세 가지 요소는 혁신이라는 개념 하에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삼위일체와 같다. 예를 들어, 목적을 가진 여행을 떠나는 '나'를 상상해 보자. 이때 가장 적합한 목적지를 정하는 '나', 그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수단을 구하는 '나', 그리고 그 수단을 활용하기 위한 시간과 자원을 운용하는 '나'는 모두 같은 '나'이다. 여행의 성격에 따라 특정 요소의 비중이 조금 더 부각될 수는 있지만, 이는 단지 상황에 따른 차이일 뿐이다. 이들 중 하나라도 없다면 '나'는 목적지에 이를 수 없게 된다.
인문학: 혁신의 나침반
'애플의 창의적인 IT 제품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는 명언을 남긴 스티브 잡스의 일화가 다소 진부하다면, 미국 해군에서 건조한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인 USS 노틸러스(USS Nautilus)의 일화를 살펴보면 어떨까.
1955년에 건조되어 장기간 잠항이 가능한 이 잠수함은 1869년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쓴 고전 과학 소설 '해저 2만 리'에 해저를 누비는 가상의 잠수함 노틸러스(Nautilus)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이 최초의 원자력잠수함이 1958년 세계 최초로 북극점 수면 아래를 장기간 잠항으로 통과한 모험은, 소설에서는 공상의 영역이었던 노틸러스가 준 꿈에 헌정하는 세리머니가 아니었을까.
공학: 혁신의 구현
끝없는 호기심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끈질긴 연구 끝에 전기차의 대중화와 우주 탐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칭송받는 일론 머스크의 예시가 진부하다면, 수술의 새 시대를 열고 있는 다빈치 로봇 수술 시스템(Da Vinci Robotic Surgical Systems) 예시는 어떨까.
1997년 개봉한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에서는 로봇팔로 문신을 하고 외계 행성에서 온 초거대 벌레 괴물과 싸우다 다친 병사가 로봇 팔이 달린 치료 기기 안에서 자동으로 수술과 치료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로서는 피식 웃고 지나갈 장면이었겠지만, 이는 다빈치 시스템을 개발한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에 의해 현실화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2022년에만 150만 건의 수술이 다빈치 로봇 수술 시스템을 이용해 이루어졌으며,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은 미국 주요 매체인 포춘(Fortune)으로부터 '의료 공상과학(medical sci-fi)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다빈치 로봇 수술 시스템의 이름은 인문학의 전성기인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이자 선구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경영학: 혁신의 실현
수천 명의 인문학 전공자를 주기적으로 채용하고, 기술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구글의 성공은 독창적이고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에 기인한다. 구글은 정보를 탐색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기술적으로 혁신적인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상업화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이 필요했다.
애드센스와 애드워즈로 대표되는 구글의 광고 플랫폼은 구글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며,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생태계 구축이라는 거대한 그림 안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광고 수익을 얻는-소위 두세 수 앞을 내다보는- 경영학적 안목이 없었다면 지금의 구글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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