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유튜버들이 앞다퉈 책 내는 이유
10초짜리 영상으로도 수십만, 수백만의 조회수를 빚어내는 유튜버들이 하나둘 출판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영상 언어로 말하는 그들이 활자로 한 번 더 이야기를 전하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3%를 기록했다. 10명 중 6명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 매년 최저치를 기록하는 성인 독서율과 함께 출판업계의 불황도 깊어지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2023년 출판시장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업계의 총영업이익은 11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4% 감소했다.
2 유튜브 채널 '꼰대희’를 운영하는 개그맨 김대희
3 유튜브 채널 '방가네’를 운영하는 방효선, 방효진, 방미르 삼남매
4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이 발간한 '홍보의 신’
모순적이게도 출판시장을 견인하는 것은 영상매체의 인기에 힘입은 책들이다. 출판업계에선 독서 인플루언서와 북튜버(책 유튜버)들의 추천이 도서 판매량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내다본다. 나아가 책과 관련 없는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 틱토커 등 영상 크리에이터가 직접 쓴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권을 꿰차고 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에세이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서 유명인의 에세이가 일곱 권을 차지했다. 명사·연예인 에세이 판매량도 전년 대비 21.4% 증가했다. 구독자 150만 명의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를 운영하는 문상훈이 쓴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은 올 초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 1위에 올랐다. 부부 크리에이터 '얼미부부’의 에세이 '우리는 날마다 조금씩 행복해진다’는 지난 6월 발간 직후 3개 온라인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했다.
‘개인’ 그 자체가 콘텐츠
채널에 올린 콘텐츠를 활용해 책을 내기도 한다. 채널의 주제 의식이나 콘텐츠 색깔이 뚜렷한 경우에 자주 쓰이는 방식이다. 이색 동물 전문 유튜버 '다흑’과 양서류 전문 인플루언서 '안개구리’가 출간한 '안녕하세요, 개구리입니다’가 대표적이다. 촬영한 영상 및 사진을 토대로 구성한 에세이다. 비빔국수 레시피로 조회수 1114만을 기록한 시니어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는 요리법을 모아 '박막례시피’를 썼다.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터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인물 기반 에세이는 최근 가장 각광받는 장르다. 크리에이터가 아닌 개인으로서 영상 너머의 삶을 담아낸다. 화면 속 밝고 유쾌한 모습 이면의 역경을 극복해간 과정이 주요 주제다. 구독자 111만 명의 유튜브 채널 '빵먹다살찐떡’을 운영하는 양유진 저자는 지난 3월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를 출간했다. 난치병 '루푸스(만성 자가면역질환)’를 10년째 앓고 있는 환우로서 깨달은 삶의 소중함을 덤덤히 전한다. 가족 유튜브 채널 '방가네’를 운영하는 배우 고은아와 보이 그룹 엠블랙 출신 미르 등 3남매는 복잡한 가족사와 우울증, 공황장애를 극복한 과정을 책 '오늘도 평화로운 방가네입니다’를 통해 알렸다.
"작가와 비작가의 경계 무너져"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된 만큼 출판사들은 인플루언서 저자를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팬들의 구매욕을 높이기 위해 책의 구성품도 다각화한다. 구독자 164만 명의 유튜브 채널 '꼰대희’가 출간한 '밥묵자’는 초판 한정 친필 인쇄 사인본과 미공개 영상을 제공한다. 팔로어 170만 명의 틱토커 노은솔의 '마르지 않아도 잘 사는데요’는 구매 시 저자 셀카가 담긴 포토 카드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북 콘서트 티켓, 스티커 키트 등 팬덤 소비를 자극하는 굿즈 개념의 부록들을 함께 제공한다.
팬덤의 관여도는 인플루언서가 출간한 책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리현 21세기북스 정보개발팀장은 "똑같이 구독자 100만인 유튜브 채널이어도 구독자들의 충성도는 제각각"이라며 "조회수를 포함한 댓글, 좋아요 등을 분석해 팬들과 유대감이 높은 크리에이터가 출간할 때 실제 판매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책이 일종의 '비싼 명함’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출판업계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의 활발한 출간으로 출판시장 저변이 넓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책에 대한 독자들의 전통적인 태도가 바뀌었다기보다는 상품으로서의 책의 가치가 확장된 것"이라며 "작가와 비작가의 경계가 이제는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책이 팬덤 소비의 대상이 되는 것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굿즈로 기능하는 책들의 영역이 뚜렷해질수록 학술적인 책의 가치와 영향력이 보다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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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교보문고 유튜브 '충주시’ '빵먹다 살찐떡’ '노은솔’ '웃소’ '흔한남매’
조지윤 기자 geor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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