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스포츠, 가을엔 미술… 이젠 비엔날레다

박동미 기자 2024. 8.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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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개막 ‘부산 비엔날레’
‘해적 계몽주의’ 역설서 착안
기존 감각·틀 벗어난 관람 유도
■ 내달 7일 개막 ‘광주 비엔날레’
테이트모던 출신 예술감독 지휘
시각 중심인 미술에 ‘소리’ 접목
부산비엔날레 참여 작가에 이름을 올린 송천 스님의 ‘보국사 삼세여래후불탱’(2016). 스님은 불화의 전통과 실험 정신을 동시에 드러내는 작품을 선보인다. 부산비엔날레 제공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미미 박의 설치작품 ‘파란 만화경 안에서의 웅얼거림’. 박 작가의 작품은 일상적이면서도 아름다움을 품은 하나의 소우주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處暑)가 얼마 남지 않았다. 뜨거운 여름도 곧 끝난다. 그리고 새 계절이 온다. 예술로 물들고, 예술이 영그는 가을 말이다. 부산과 광주에서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대규모 미술 축제인 비엔날레가 시작된다. 미술품을 사고파는 아트페어와 달리, 비엔날레에선 순수하게 감상만을 목적으로 한 현대 미술품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오는 17일 개막하는 부산비엔날레 2024와 다음 달 7일 시작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미리 본다. 주제, 작가, 공간 등 관람 포인트를 꼼꼼히 챙기자. 그리고 다음은 기차표 예매다.

◇부산비엔날레, 어둠을 쫓아내지 말기 = 10월 20일까지 약 두 달간 펼쳐지는 부산비엔날레는 서로 다른 두 감각을 결합해 생경한 상상으로 이끈다. 키워드는 ‘해적’과 ‘불교’. 이질적인 두 요소는 어떤 방식으로 ‘어둠에서 보기’(Seeing in the Dark)라는 주제를 만들어 냈을까. 각각 뉴질랜드와 벨기에 출신 공동감독 베라 메이와 필립 피로트는 미국의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1961∼2020)가 쓴 ‘해적 계몽주의’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그레이버는 유럽 계몽주의가 평화와 민주주의를 이끌었다는 통념과 달리, 이미 해적 사회에서 실천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는데, 두 감독도 “‘해적’이 해양을 배경으로 언어·문화가 다른 다양한 사람이 이룬 공동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했다. 또 “다양성을 포용하는 불교 철학에서도 영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방정아의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 2021.

계몽주의가 빛이라면, 해적은 ‘빛의 차단’이다. 이는 포용해야 할 어둠으로 일종의 역설이며, 주체적 전시 관람을 유도한다. 전시는 서구 열강의 지배와 같은 은유적 어둠을 내포한 동남아시아 작품에서부터 인종과 종교 때문에 분쟁 중인 중동 작가들의 작품, 평소 접하기 힘든 마다가스카르 등 아프리카 현대미술 작품도 선보인다. 36개국 62팀(78명)이 참가하는 비엔날레엔 통도사 성보박물관장 송천 스님도 참여해 주목된다. 스님은 가로 10m의 초대형 회화를 선보일 예정. 방정아·이두원·윤석남 등도 참신한 작품으로 관람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올해 비엔날레는 공간도 아주 흥미롭다. 기존 전시장인 부산현대미술관 외에 중앙동 현대빌딩과 초량재 등이 더해졌다. 자동차 전시장이었던 건물(현대빌딩)과 배의 모양을 한 1960년대 양옥집(초량재)이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입장료 1만6000원.

◇광주비엔날레, 21세기의 소리를 듣다 = 12월 1일까지 약 석 달간 지속되는 광주비엔날레는 시각예술 중심의 미술 축제에 ‘소리’를 들고나온 파격으로 화제다. ‘판소리: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부딪침 소리(Larsen effect), 겹침 소리(Polyphony),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의 3개 섹션으로 펼쳐진다. 영국 테이트모던 출신 스타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은 판소리의 ‘판’에 주목했다. 그는 이번 비엔날레를 “소리와 풍경이 어우러진 ‘오페라적 전시’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장종완의 광주파빌리온 전시작, 2022.

내년 창설 30주년을 앞두고 열리는 올해 비엔날레에는 30개국 7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그중 파리에서 주로 활동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 비앙카 본디도 주목할 작가다. 그는 장소와 연계성을 갖는 설치미술을 통해 삶과 죽음의 순환, 덧없음을 드러내 보일 예정이다. 지난달까지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필립 파레노, 화이트큐브 서울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마르게리트 위모도 놓쳐선 안 된다.

이번 비엔날레는 대다수 작품이 이번 전시만을 위해 새로 창작됐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여기에 출품작들의 작가가 모두 생존해 있으며, 절반 이상이 여성인 것도 시선을 끈다. 이에 대해 부리오 감독은 “일부러 여성을 더 뽑은 것은 아니다.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또한 최하늘, 김영은, 권혜원, 이예인 등 한국 작가의 비중이 15%나 되는 것도 고무적이다.

광주 시내 곳곳의 역사적인 장소들도 전시장으로 활용돼 의미를 더할 전망이다. 다채로운 공간을 탐색하며 21세기 존재들의 목소리를, 그 울림을 들어보자. 공명과 공존을 위한 미래 사유의 시간이 될 것이다. 입장료 1만8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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