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올림픽 데뷔전' 브레이킹, 전 세계 열광→왜 IOC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나

김가을 2024. 8. 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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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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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춤(Magic dance)'.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콩코르드 광장. 이곳은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의 중심지였다. 200여년이 훌쩍 지난 2024년, 이곳에선 또 한 번의 혁명이 일어났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젊음'의 상징인 브레이킹이 펼쳐졌다.

브레이킹은 1970년대 초반 미국 뉴욕에서 힙합 댄스의 한 종류로 탄생했다. 음악 중간에 나오는 브레이크 다운 파트(악기 없이 드럼 비트만 나오는 부분)에 맞춰 춤을 춘 데서 유래했다.

그동안 예술 부문에 한정됐던 브레이킹은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의 영역으로 확대됐다. 지난 201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유스 하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스포츠 무대에 데뷔했다. 2021년부터는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이 주관하는 세계선수권대회도 열리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젊은 세대를 올림픽으로 끌어들이고자 파리올림픽에 세계 청소년들의 관심을 끄는 종목을 추가했다.

'센세이션'했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한국시각) 열린 브레이킹은 전 세계의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미국의 NBC는 비걸(여자부) 경기가 끝난 뒤 '브레이킹이 첫 번째 올림픽 쇼에서 흥미진진함으로 관중들을 끌어 모았다. 힙합을 위한 강력한 순간이었다. 비트가 울려 퍼졌고, MC는 군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엇다. 경기장 안은 올림픽 역사상 어떤 장면과도 같지 않았다. 모든 연령대의 관중들은 경기 내내 억제되지 않은 기쁨을 간신히 억누를 수 있었다. 특별한 동작이 나올 땐 자리에서 일어서서 열광했다'고 보도했다.

사진=AP 연합뉴스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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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엔 남녀부 각 16명이 출전했다. 4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렀다. 각조 1, 2위가 토너먼트 진출해 순위를 가렸다. 각 선수는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어울리는 브레이킹 기술과 예술적인 동작을 선보였다.

평가 기준은 5가지다. 기술성(기술의 완성도와 신체에 대한 정교한 컨트롤), 다양성(무대 사용 반경과 다양한 기술 사용 여부), 독창성(선수 개인의 창의적인 움직임), 수행력(기술 간 매끄러운 연결과 실수 여부), 음악성(음악의 분위기와 리듬에 어울림)을 고루 따진다.

브레이킹 무브는 톱록(Toprock)-다운록(Downrock)-파워무브(Power move)-프리즈(Freeze)로 이뤄져있다. 톱록은 본격적인 기술에 들어가기 전이나 기술과 기술을 연결할 때 무대에 서서 음악의 리듬을 타는 일종의 준비 동작이다. 다운록은 바닥에 손과 발, 상체, 하체 등 몸을 댄 상태에서 움직이는 동작이다. 파워무브는 원심력을 이용해 회전하는 기술 등 각종 고난도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프리즈는 기술과 무브 도중에 특정 자세로 정지하는 기술을 뜻한다.

올림픽 사상 처음 열린 브레이킹은 미국, 프랑스, 일본의 강세가 예상됐다. 브레이킹계 관계자는 "미국과 프랑스는 전통의 강국이다. 스포츠를 떠나 브레이킹 인구가 많다. 일본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 최강으로 꼽혔다. 그러나 한국이 기술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뒤집었다. 하지만 일본은 그 사이 유소년을 육성했다. 브레이킹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인지한 뒤로는 빠르게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프랑스, 일본은 이번 대회에 남녀 쿼터 2장씩 총 4장을 모두 채웠다. 한국은 남자부 김홍열(Hong10) 1명이 출전권을 챙겼다. 그는 조별리그 C조에서 조 3위로, 1~2위에 주어지는 결선 티켓을 따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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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XINHUA-XinHua 연합뉴스

화끈하면서도 화려한 경쟁의 결과 여자부 초대 금메달리스트 영예는 유아사 아미(일본)가 차지했다. 은메달은 니카(리투아니아), 동메달은 671(중국)이 목에 걸었다. 남자부에선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 필립 김(Phil Wizard·캐나다)이 우승했다. 은메달 다니스 시빌(프랑스), 동메달 빅터 몬탤보(미국)가 획득했다.

브레이킹은 올림픽 데뷔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파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 2028년 열리는 LA 대회에선 제외됐다. 2032년 브리즈번 대회 채택 여부도 불투명하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브레이킹은 스포츠라기보단 파티에 가까웠다. 음악은 훌륭했고, 관중석은 가득찼다. 미디어 좌석도 넘쳐났다. 모든 사람들은 그 자리의 일부가 되길 원했다. 이번 대회는 처음이지만,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의 환경도 썩 좋지 않다.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관계자는 "현재 등록 선수는 성인 및 유소년 남녀 통틀어 100여명 된다. 2021년까지만 해도 300여명이었다. 하지만 국가대표, 1등을 뽑는 자리다보니 등록수가 줄어들었다. 브레이킹이 2026년 열리는 나고야아시안게임까지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있다. 하지만 그 뒤 열리는 메이저대회 채택 여부는 불투명하다.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은 그동안 세계선수권 등 굵직한 대회를 개최했다. 전용 경기장은 없고, 실내체육관을 빌려서 사용한다. SK핸드볼경기장, 장충체육관 등에서 진행됐다. 또 다른 브레이킹계 관계자도 "브레이킹은 젊은층의 눈길을 끌 요소가 많다. 하지만 스포츠로 확장한 상태에서 올림픽에서 제외되면 관심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프랑스 언론 프랑스24는 브레이킹 모든 경기가 끝난 뒤 '마법의 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브레이킹이 올림픽에서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관중들의 열렬한 반응을 판단해보면, 브레이킹이 올림픽 트리비아의 한 조각으로 끝난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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