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은 왜 갑자기 아홉수가 걸렸나… 이범호 분석과 흐뭇함, 그리고 MVP 자격의 증명

김태우 기자 2024. 8. 1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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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인 30-30까지 홈런 1개를 남겨두고 있는 김도영은 이번 주 다시 남은 홈런 1개를 채우기 위해 나선다. ⓒKIA타이거즈
▲ 김도영은 타격감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볼넷을 고르며 타율과 출루율을 지켜내는 어린 선수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올 시즌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김도영(21·KIA)은 12일 현재 시즌 108경기에서 타율 0.346, 29홈런, 82타점, 3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53이라는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정확하게 치고, 멀리 치고, 또 잘 달린다. 재능의 종합선물세트다.

이런 누적 기록 외에도 이미 임팩트가 큰 인상적인 기록도 여럿 세웠다. 4월에는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를 동시에 달성한 선수가 됐다. 지난 6월 23일에는 올 시즌 리그에서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선수로도 기록됐다.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20-20을 달성한 선수였고, 전반기에 20-20을 달성한 역대 네 번째 선수이기도 했다. 7월 23일에는 내추얼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히트)을 달성하기도 했다.

특별히 아홉수가 없다는 것도 조금은 특이했다. 보통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선수가 이를 의식해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김도영은 그렇지 않았다. 4월 월간 10-10을 달성할 당시에도 9호 홈런과 10호 홈런의 시차는 이틀이었다. 20-20도 그랬다. 18호 홈런은 6월 20일 LG전에서 나왔고, 19호 홈런은 6월 21일 한화전에서 나왔다. 6월 22일 비로 경기가 취소됐는데 김도영은 20호 홈런을 그 다음 날인 6월 23일 한화와 더블헤더 1경기에서 때렸다.

김도영은 올 시즌 장기 슬럼프 없이 순조롭게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이미 도루는 32개를 했고, 홈런도 29개를 때렸다. 김도영의 시즌 28호 홈런은 7월 27일 키움전에서 나왔다. 당시 3경기 연속 홈런으로 26·27·28호 홈런 고지를 연이어 밟았다. 29호 홈런은 8월 3일 한화전에서 나왔다. 그래서 8월 6일부터 11일까지 홈 6연전 중 30-30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이왕이면 홈팬들 앞에서 달성하면 더 좋았다.

하지만 이 6연전에서 모두 홈런 생산에 실패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따지면 김도영은 3.7경기마다 한 개의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그래서 기대를 했던 대목인데 경기 내용은 홈런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김도영은 지난 주 5경기에서 안타 3개를 치는 데 그쳤다. 장타는 없었다. 시원한 타구가 나오지 않았다. 반대로 5경기에서 삼진은 6개를 당했다.

기본적으로 체력적으로 다소 지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올해 많은 경기에 나서고,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했으니 무더위가 찾아오는 지금 시점이 체력적으로 힘들 때다. 많이 뛰는 유형의 선수고, 결정적으로 144경기 풀타임 시즌을 치러본 적이 없다. 경험적인 측면에서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

이범호 KIA 감독은 조금 다른 의견도 내놓는다. 상대 투수들의 견제다. 이 감독은 11일 광주 삼성전을 앞두고 “확실히 그런 기록들이 걸려 있으면 투수들이 쉽게 공략을 안 한다”고 말했다.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거르는 한이 있더라도 좋은 공을 잘 주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김도영 뒤에 위치하는 선수들의 타격감이 아주 좋으면 모르겠는데 최형우가 부상으로 빠지고 나성범과 소크라테스의 감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김도영의 우산이 마땅치 않다.

▲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이 기록에 욕심을 내지 않고 최대한 팀에 공헌하려 한다면서 대견함을 드러냈다. ⓒKIA타이거즈

이 감독은 “실투가 왔을 때 한 번에 결정을 내야 한다. 언젠가는 하지 않겠나. 우리 입장에서도 도영이가 컨디션이 빨리 올라와주면 좋다”면서 “지금도 워낙 잘 치고 있지만 잘 쳐주면 팀 이기는 데 있어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남은 경기와 남은 개수를 봤을 때 부상만 없다면 어차피 확실시되는 30-30이다.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임하길 바라고 있었다.

분명 최근 성적을 놓고 보면 장타가 줄었고, 타율도 떨어졌고, 삼진도 늘었다. 아직까지는 ‘미니 슬럼프’ 수준이지만, 구간을 잘라보면 올 시즌 가장 타격감이 저조한 시기라는 것은 맞는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기록이 안 무너지는 게 대단하다는 시선도 있다. 단타라도 꾸준히 만들면서 타율은 여전히 0.346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볼넷을 고르면서 타율 관리를 한다. 김도영은 지난 주 타격감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총 7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출루율을 유지했다.

어린 선수라면 기록에 욕심을 내 존이 갑자기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물론 김도영도 삼진이 늘기는 했다. 그러나 올 시즌 대활약의 근본적인 비결인 자신의 존 설정은 어느 정도 지켜내고 있다. 이 감독도 “욕심을 안 낸다. 어린 친구인데도 감사한 마음도 있다”면서 “웬만하면 포볼 나가는 것보다 좋은 타구를 만들려고 욕심을 낼 것이라 생각하는데 자기 공이 아니면 안 건드리고 출루하고 나가서 뛰는 것을 보니 굉장히 성장을 많이 했구나는 생각이 든다”고 대견하게 바라봤다. 어차피 30-30은 곧 온다. 하루 휴식일로 체력을 보충하고 나설 이번 주 일정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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