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학기 "포크, 30년 전 우리 떠오르게 하는 음악이죠"
"故 김민기 빈자리에 눈물…마지막까지 고맙다고 하신 분"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포크라는 음악이 남긴 유산은 가수가 만들려 하지 않아도 듣는 이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음악을 다시 꺼내보고 의미를 만들다 보면 청자들의 마음에 무언가 남게 됩니다."
가수 박학기에게 포크 음악은 꿈을 남겼다. 그는 조동진, 김민기가 남긴 음악을 들으며 자기 생각을 자기 언어로 전달하는 가수가 되기를 꿈꿨다.
사람들은 포크 음악을 들으며 변치 않는 추억이라는 유산을 찾기도 한다. 유행을 타지 않는 단출한 통기타 연주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기억과 감성을 되살리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2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콘서트 '포크 포에버'(Folk Forever)에 모인 이들도 저마다 포크가 자기에게 남긴 것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동물원, 여행스케치와 함께 출연하는 박학기는 포크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연을 예고했다.
최근 서울 강서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박학기는 "포크는 화려하고 신나는 음악보다는 30년 전 내 모습을 문득 떠오르게 하는 음악"이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포크의 매력을 느끼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에 오르는 세 팀은 1980∼2020년대를 넘나드는 각자의 히트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합동 무대도 준비하고 있다. 포크라는 공통 분모로 숱하게 교류해온 팀이라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박학기는 "공연을 함께하는 팀들은 같이 무대에 서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라며 "친구끼리 모여 노래하는 기분도 들고, 위로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들을 묶어주는 또 하나의 이름은 최근 별세한 가수 김민기다. 김민기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한 이들은 학전 소극장 폐관을 앞두고 열린 '학전 어게인 콘서트'에서 각자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박학기는 "나름대로 음악을 진지하게 하던 친구들이라면 생각이 모두 비슷하다"며 "모든 음악인에게 영향을 주신 분이기에 다들 그분의 음악과 생각을 따르고 싶어 했다"고 돌아봤다.
다만 콘서트에서 김민기에게 바치는 헌정 무대가 이루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헌정 무대를 생각 중이기는 하지만, 본인의 이름을 거론하시는 것을 좋아하시지도 않았고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기와 형제 같은 관계를 유지했던 박학기에게 김민기의 존재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는 후배 가수들과 김민기의 대표곡 '아침 이슬'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개최하기도 했고, 김민기가 설립한 김광석 추모사업회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그는 김민기의 빈자리가 느껴진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솟았다고 한다.
박학기는 "공연이든 어떤 일이든 늘 형에게 의견을 묻곤 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물어볼 수 없다는 점에서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며 "몸을 기대고 있는 벽이 사라진 느낌이라 형의 빈자리를 바라보니 낭떠러지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억울함이 많았을 수도 있고, 원망도 많았을 수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박학기는 '학전 어게인 콘서트' 기획을 맡았던 일을 특별한 경험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콘서트를 계기로 후배 가수들과 대중에게 김민기라는 사람과 그의 음악을 알릴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진심으로 참여했던 공연이 또 있을까요. 김민기라는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고, 그런 일을 하는 가운데에 있어 행복했습니다."
1989년 1집 '이미 그댄'으로 데뷔해 '향기로운 추억', '비타민' 등의 대표곡을 남긴 박학기는 가수이자 공연 기획·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신곡 발매가 뜸했던 그는 지난 3월 11년 만에 신곡 '커즈 유'(Cuz You)를 발매하며 향후 활동의 방향을 잡기도 했다.
그는 "올해 여러 차례 공연 출연이 예정되어 있어 여러 차례 관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공연 기회를 만들어서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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