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승마 시대' 저문 근대5종…'장애물 시대' 대비 돌입

배정훈 기자 2024. 8.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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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5종 성승민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여자 결승전에서 동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 선수가 5가지 종목을 소화해야 하는 근대5종에서 한국이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이라는 수확을 안고 2024 파리 올림픽을 마쳤습니다.

어제 막을 내린 이번 올림픽 근대5종에서 성승민(한국체대)이 여자부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 대회 남자부의 전웅태(광주광역시청)가 사상 첫 동메달을 딴 데 이어 2회 연속 시상대에 태극기를 올렸습니다.

2회 연속 입상을 노린 전웅태가 결승 레이저 런까지 메달권 다툼을 이어가다가 사격에서 고전하며 밀려나 눈물을 쏟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성승민이 아시아 최초의 여자부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남겼습니다.

남녀 일반부 등록 선수가 100명도 되지 않는 '불모지'에 가까운 현실은 여전하지만, 한국 근대5종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개인전(전웅태)과 단체전을 석권하고 올림픽에선 연속 입상에 성공하며 '효자 종목'으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종목을 만든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모국이라 '종주국'으로 여겨지는 프랑스에서 개최돼 더 큰 의미를 지녔던 이번 올림픽 이후 근대5종은 격변의 시기에 접어들게 됐습니다.

펜싱, 수영, 사격, 육상과 더불어 근대'5종'의 한 축을 맡던 승마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겁니다.

도쿄 올림픽 때 여자부 경기에서 아니카 슐로이가 다른 종목에서 선두를 달리다가 승마에서 말 문제 때문에 0점을 받으며 메달권에서 멀어져 논란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국제근대5종연맹은 '5종'에서 승마를 제외하기로 전격 결정했습니다.

몇 개월의 논의를 거쳐 2022년 5월 연맹은 2028년 LA 올림픽부터 승마를 대체할 세부 종목으로 '장애물 경기'를 채택했습니다.

대형 구름사다리나 로프, 링, 허들 등 다양한 형태의 장애물을 빠르게 통과하는 것으로, 해외에서는 '닌자 워리어'라는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포맷으로 알려진 이 경기가 청소년 단위를 시작으로 국제 대회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승마와는 완전히 다른 종목인 만큼 새롭게 대비가 필요한 가운데 한국 근대5종도 적응에 나섰습니다.

대한근대5종연맹은 지난해 국제 경기 규정에 따라 장애물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체험 기회를 주고, 각종 국내 대회에서도 도입하기 시작해 올해 전국체육대회 일반부에서도 장애물 경기가 열릴 예정입니다.

연맹은 필리핀에서 국가대표 코치 출신의 장애물 경기 전문가를 초빙해 강습회를 열고, 훈련 방법과 경기 방법을 영상으로 제작해 각 팀에 배포하는 등 선수와 지도자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승마가 열린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대표팀과 장애물 경기를 위한 대표팀을 별도로 두고 준비한 결과, 장애물 경기가 치러진 올해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선 2000년대생 유망주 김유빈(한국체대)과 신수민(서울체고)이 남녀 개인전을 석권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회 남녀 개인전 외에 단체전에서도 한국이 금메달을 싹쓸이했습니다.

특히 신수민은 장애물 경기가 적용된 지난해 7월 19세 이하(U-19)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새 시대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근대5종연맹은 내년부터 전 부문 대회에 장애물 경기를 적용해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꾀할 계획입니다.

특히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장애물 경기 훈련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으로, 실현되면 대표팀은 그간 둥지로 삼은 문경 국군체육부대를 떠나 진천선수촌 시대를 열며 2026년 나고야 아시안게임부터 대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진=연합뉴스)

배정훈 기자 baej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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