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자금 칼 뺀 정부···디딤돌 대출 금리 최고 3.95%로 인상
정부가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의 금리를 최고 0.4%포인트 인상한다. 정책자금 위주로 가계대출이 불어나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를 올려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기금의 대출금리와 시중금리 간 적정한 차이를 유지하도록 이달 16일부터 대출금리를 0.2~0.4%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다만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소득 구간에 따라 차등 인상하고 신혼·출산 가구의 주거 지원을 위한 △신생아 특례대출 △전세사기 피해자 대출 등의 금리는 현행대로 유지한다.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은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로 각각 주택구입자금과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은행권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60%가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금융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책자금이 시장에 과도하게 풀리자 정부가 집값 자극을 막기 위해 긴급 처방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영끌' 부추기는 정책자금 손질···적게 빌리고 중도상환땐 금리 깎아준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 자금줄을 조이는 것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거침없이 오르고 있는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현행 체계로는 시장금리보다 디딤돌 대출 등 정책 자금의 금리가 훨씬 낮아 최대한 대출을 끌어와 무리하게 집을 사는 ‘영끌’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동시에 수요를 줄이기 위한 정책에 나서면서 불붙은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특히 대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대출 규모와 기간에 따른 우대 금리도 처음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일반 디딤돌 대출과 신혼부부 디딤돌 대출 모두 원금 중도상환시 0.2%포인트, 소액 대출시 0.1%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이밖에 △청약저축 가입(0.3~0.5%포인트) △유자녀 가구(0.3~0.7%포인트) △신규 분양(0.1%포인트) △전자 계약(0.1%포인트) 등 중복 혜택도 제공한다. 또 일반 디딤돌 대출의 경우 △한부모 가정(0.5%포인트) 또는 △생애최초, 다문화가정 등(0.2%포인트) 요건에 해당되면 추가 우대 금리 적용도 가능하다.
이번 금리 조정으로 기존 2.15~3.55% 수준이던 디딤돌 대출의 금리는 2.35%에서 최고 3.95%로 높아진다. 연간 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은 이자비용을 내야 한다. 예컨대 연 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사람이 30년 만기로 디딤돌 대출을 받을 경우 지금까지는 연 2.70%의 금리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2.90%으로 0.20%포인트 높아진다. 반면 연 소득이 8500만 원 이하인 경우 기존 3.55%에서 3.95%로 0.40%포인트 상승한다. 여기에 우대 금리를 적용받을 경우 최저 1.5%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연간 1.5~2.9% 수준이던 버팀목 대출의 금리는 2.0~3.3%으로 오른다. △차상위계층(1.0%포인트)이거나 △다문화가정(0.2%포인트)일 경우 우대 금리를 부여한다. 이밖에 디딤돌 대출과 동일하게 △전자계약(0.1%포인트) △유자녀 가구(0.3~0.7%포인트) △소액대출(0.2%포인트) 요건에 해당할 경우에도 우대 금리를 적용받아 최저 1.0%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
기존 대출의 금리도 곧바로 오른다. 변동금리 디딤돌 대출 가입자의 경우 차회차 원리금 상환시부터 인상된 금리를 적용받는다. 5년 주기형은 매 5년마다 기금운용계획상 금리가 적용된다. 다만 고정금리 대출자는 해당하지 않는다.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버팀목 대출 가입자도 차회차 이자 상환시부터 금리가 변동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인 주택청약저축의 금리를 현행 최대 2.8%에서 3.1%로 인상하는 등 가입 유인을 늘리기로 했다. 기존 예고한 대로 청약저축 소득공제와 비과세 요건을 무주택 세대주뿐 아니라 배우자까지 확대하고, 비과세가 적용되는 청약저축 월 납입 인정액도 기존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상향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9월부터 청약저축 가입자 약 2500만 명 가량이 금리 인상 등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책 자금 대출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매수세가 일시적으로 주춤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최대 0.40%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실수요자들의 매수세를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만 신생아 특례 디딤돌·버팀목 대출, 신혼희망타운 모기지 등 저출생 대응을 위한 정책 상품은 이번 금리 조정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가계대출 증가세나 부동산 시장 등 문제보다 저출생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지난 1월 29일 출시한 신생아 특례대출은 약 5개월 만인 6월 말까지 신청액이 6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3분기부터는 부부 합산 연 소득 기준이 2억 원으로 확대되는 만큼 정부는 연말까지 10조 원의 정책 자금이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둑이 터진 듯한 대출 수요를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전면 적용하는 등 부채 총량을 조절하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우 장관 "재건축 14년→6년 줄여야···공공 개입해 사업 속도"
박상우(사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건축에 소요되는 기간을 현행 14년에서 궁극적으로는 6년까지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사실상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의 주요 수단인 만큼 공공이 적극 개입해 절차와 인허가 등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초기 단계 절차를 확 줄인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통한 재건축 기간을 6년 정도로 본다”며 “노후계획도시를 6년 만에 재건축하고 일반 아파트는 8~9년 만에 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공공이 필요한 부분에 적절히 개입해 절차를 단축해야 한다”며 “주택 공급은 공공의 영역”이라고 말해 공공의 개입·조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 동안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조합 등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적극 개입해 사업을 끌고 가도록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정부는 ‘8·8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특례법’을 제정, 인허가 절차를 통합·간소화해 재건축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행 ‘기본계획 수립→정비계획 수립·정비구역 지정→추진위원회 설립→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 인가→착공→준공’ 등 8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정비사업을 통합 심의와 절차 간소화를 통해 5단계로 대폭 줄이는 것이 골자다.
박 장관이 특례법 제정 추진 계획을 밝힌 후 민간 재정비 사업 기간 단축 의지까지 드러낸 것은 서울 도심에 신축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재건축·재개발 외에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비사업은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 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공급원이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가 12년 만에 서울 강남 등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규 주택 물량을 늘리기로 협의했지만 사실상 7~10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가시적인 주택 공급 효과는 없는 셈이다.
문제는 입법이다. 정부 계획대로 재건축 절차를 조정하려면 야당의 동의를 얻어 도시정비법을 개정하고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 국토부가 추진 중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기존 법안들도 아직 여소야대 국회 지형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박 장관은 “특례법을 만들 때 혹여라도 정치 쟁점화될 수 있는 부분은 다 뺄 것”이라며 “재건축 절차 단축을 위한 법안은 지역 개발에 관한 것이기에 노후계획도시 특별법과 철도 지하화 특별법처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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