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무늬만 ESG, 'ESG 워싱'에 속지 않으려면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해결 요구가 확대되면서 환경적(environmental), 사회적(social), 그리고 지배구조(governance) 이슈를 다루는 ESG 경영이 기업의 새로운 경영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ESG 경영은 기업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사회에 공헌하면서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경영 활동을 의미한다. 최근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대두됨에 따라, 많은 기업이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비즈니스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ESG 경영을 추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생존과 번영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어떻게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행동이 합법적이고 사회에 적합하다고 인식할 때, 기업은 정당성을 확보하고 성장하며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은 자사의 비즈니스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사회적, 도덕적으로 허용 가능한 기업가적 행동이라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기업은 자신의 정당성을 관리하기 위해 실질적 또는 상징적 행동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시도하며, 이러한 행동들은 정당성을 높이는 주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된다. 정당성은 본질적으로 이해관계자의 평가적 인식에 기초하기 때문에, 기업은 그들과의 소통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구사한다.
한편, ESG 경영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유용한 전략이지만, 막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기업의 운영 및 관리비용이 증가하고 재정적 부담이 발생한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자본을 비교적 많이 소비하지 않고 경제적 효과와 기업 평판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ESG 워싱(ESG washing)을 전략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의 본질을 훼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SG 워싱은 기업이 환경적, 사회적 및 지배구조적 이슈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는 데 있어, 사실과 다른 허위 광고 및 행동 또는 정보 조작 등의 부정직한 행위로서, 실제로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서 외부에는 마치 ESG 경영을 추진하는 것처럼 속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1960년대 중반 이후, 환경운동의 확산과 함께 비즈니스 전략차원에서 환경적 활동을 오도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을 시작으로 ESG 워싱으로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ESG 워싱은 그린 워싱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는 물론 기업과 사회를 포함하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시급히 해결되어야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면, 기업의 ESG 워싱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근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그에 대한 자사의 정보를 자발적으로 외부에 공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보공개는 자사의 ESG 활동을 이해관계자에게 고지함으로써 인식을 변화시키고 필요하면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대응 과정에서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금과 인력 등의 경영 자원을 동원하여 ESG 전략을 채택하고 이를 기반으로 운영 체계를 개선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ESG 실천과 상관없이,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과 홍보를 바탕으로 이미지 개선을 위한 상징적 활동에 치중하는 기업도 있다. 따라서 언론 매체 및 기사 등을 통한 ESG 추진 성과에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는, ESG 이행을 위해 기업이 어디에 투자를 강화하고, 누구와 협력하며,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있는지를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결국, ESG 워싱으로부터 속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이 제공하는 일방적 정보가 오도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ESG 실천에 대한 실질적 행동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민재 목원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예금 보호 한도 '5000만→1억' 상향… 여야 6개 민생법안 처리 합의 - 대전일보
- '세계 최대 규모'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3.6㎞ 전 구간 개방 - 대전일보
- 안철수 "尹 임기 넘기면 더 심한 특검… DJ·YS 아들도 다 감옥" - 대전일보
- 약발 안 드는 부동산 대책…지방은 '무용론' 아우성 - 대전일보
- 가상화폐 비트코인, 사상 첫 9만 달러 돌파 - 대전일보
- 미리 보는 내 연말정산 환급액은?…관련 서비스 15일 개통 - 대전일보
- "방축천서 악취 난다"…세종시, 부유물질 제거 등 총력 - 대전일보
- 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생중계 안한다 - 대전일보
- 대학 졸업해도 학자금 못 갚는 청년들… 체납액 급증 - 대전일보
- "요즘 음식점·카페, 이용하기 난감하네" 일상 곳곳 고령자 배려 부족 -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