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생각] 아는 만큼 보이는 금융시장

2024. 8.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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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경구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것이었다.

복잡한 금융시장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보다 그 이면을 알게 되면, 각종 금융상품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풋옵션은 금융시장에서 자산가격의 하락 전망 시 정해진 가격으로 미래의 일정 시점에 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진 파생상품이다.

파생금융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면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투자대상으로서의 금융상품을 선별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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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산 농협세종교육원장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경구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것이었다. 내가 요즘 열심히 배우는 수영의 자유형만 하더라도 물속에서의 팔동작을 어떻게 하는지 알면 선수들의 경기장면을 더 실감나게 볼 수 있는 거 같다. 복잡한 금융시장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보다 그 이면을 알게 되면, 각종 금융상품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파생금융상품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올해 금융시장의 화두는 '주가연계증권(ELS)'이었다. ELS는 파생결합증권(유가증권과 파생상품이 결합된 형태의 증권)의 한 종류로 작년 말 기준 파생결합증권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ELS는 유럽에서 1980년대 후반에 처음 도입되었고, 한국은 2000년대 초반에 도입된 후 작년 말 기준 발행 잔액은 62조 원으로 지난 20년간 꾸준히 판매됐던 금융사의 베스트셀러 상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면 '파생결합증권'의 한 종류인 ELS는 어떤 파생상품과 결합 되어 있는 것일까?

첫 번째는 풋옵션(Put Option)이다. 풋옵션은 금융시장에서 자산가격의 하락 전망 시 정해진 가격으로 미래의 일정 시점에 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진 파생상품이다. 그런데 ELS 투자자의 수익구조(Pay-Off)는 주가지수 풋옵션을 매도한 것과 유사하고, 풋옵션 매도는 권리를 파는 것이므로 수익이 발생한다. 즉 ELS 투자자는 주가지수 풋옵션을 ELS 발행자인 금융기관(증권사, 자산운용사)에게 매도해 수익을 얻게 된다. 풋옵션 매도로 발생한 수익은 ELS 투자 시 약정된 투자수익 일부에 포함된다. 한편, ELS 발행자는 ELS 투자자로부터 매수한 풋옵션을 투자 포트폴리오로 관리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은 ELS 투자자에게 약정한 투자수익 지급에 충당된다. 이 과정에서 약정된 투자수익보다 저조한 투자결과로 ELS 발행자가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조기상환(Auto Call) 옵션이다. ELS는 만기 전에 일정한 조건 도달 시 자동으로 조기상환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이는 조기상환 옵션의 행사자는 ELS 발행자가 된다는 의미이므로, ELS 투자자는 조기상환 옵션을 ELS 발행자에게 매도 한 것과 동일하다. 여기서도 조기상환 옵션 매도에 따른 수익이 발생하게 되고, 풋옵션 매도 수익과 함께 ELS 투자자에게 약정한 수익에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ELS투자자는 주가지수 풋옵션과 조기상환옵션 매도 포지션을 가지고 있고, 두 가지 옵션 매도에 따른 수익은 ELS 투자자가 받는 약정수익에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은행, 보험, 연기금 등의 기관 투자가는 파생결합상품 투자 시 파생상품 내부 평가 모델 혹은 외부 평가기관을 통해 파생상품에 대한 가치를 평가해서 적정가치(Fair Value)라고 판단 될 경우에만 투자를 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기관 투자가처럼 외부 평가기관을 통해 검증할 수 없지만, 파생상품의 수익 구조를 알고 투자를 할 수 있다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대표적인 파생결합상품인 ELS를 예로 설명하였다. ELS 이외에도 금리, 환율, 신용(Credit), 실물자산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파생결합상품들이 있으며, 금융시장은 우리가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주가지수, 금리, 환율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조 달러 이상 규모의 파생금융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파생금융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면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투자대상으로서의 금융상품을 선별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리라."

최영산 농협세종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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