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위비분담금 협상 시작 3개월 지나서 ‘소요형’ 전환 연구용역 착수…“준비 부족” 비판
‘한·미 방위비분담금 체제 개선 방안 연구’
올 7~8월 진행…총액형에서 소요형 전환 개선
한·미, 지난 4월 제12차 SMA 협상 이미 시작
이 의원 “협상팀 준비 부족 여실히 드러내”
정부가 지난 7월 주한미군에 제공하는 방위비분담금 결정 방식을 현행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 변경하는 등 체제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그러나 한·미가 차기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이미 시작한 뒤에야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정부가 소요형 전환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외교부·국방부는 공동으로 ‘한·미 방위비분담금 체제 개선 방안 연구(안)’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수의계약을 통해 연구자가 지정됐고, 연구 기간은 올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다. 연구 내용은 현행 방위비분담금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체제 전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체제 전환’이란 현행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 변경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연구용역은 국회가 2021년 8월 제11차 SMA를 비준 동의하면서 부대의견을 통해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는 당시 부대의견에서 “정부는 현재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종합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점을 고려해 외교부·국방부 공동으로 방위비분담금 결정 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용역을 실시하라”라며 연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라고 밝혔다.
총액형은 한국이 지급할 방위비분담금의 전체 액수를 우선 결정한 뒤, 세부 지출 내역을 추리는 방식이다. 반면 소요형은 필요한 지출 내역부터 따져서 합의하고, 이에 맞춰 전체 분담금을 결정하는 구조이다. 총액형은 분담금 전체 액수의 급격한 인상을 억제할 수 있으나, 분담금 집행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소요형은 소요 제기의 타당성과 집행의 투명성 및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그간 국회와 시민사회에서는 소요형 전환을 촉구해왔다. 국회는 2019년 제10차 SM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킬 때도 부대의견에 소요형 전환 등 제도개선을 지속 추진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2021년 3월 국회의원 시절 국방위원회에서 “(전 세계에서) 국가 예산을 타는데, 총액으로 뭉뚱그려서 알아서 쓰라는 데가 있나”라며 소요형을 주장한 바 있다.
문제는 국회가 요구한 지 3년이 지난 뒤에야 정부가 연구용역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현재 한·미는 2026년부터 작용할 제12차 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한·미는 지난 4월 첫 논의를 시작했고, 이달 12일 여섯번째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협상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 방위비분담 체제의 기본 틀인 분담금 결정 방식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소요형 전환을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제도 개선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선 의원은 “방위비분담금 결정 방식에 따라 협상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협상 전에 치밀한 분석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라며 “국회가 3년 전에 한 요구를 외교부가 지금까지 묵살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고, 협상 중에 제도 개선 관련 연구용역을 하는 것은 협상팀의 준비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현시점에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을 두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정부는 제11차 SMA 비준 관련 국회 부대의견을 존중하며 한·미 간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라며 “그간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의 전환 등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제반 검토를 하고, 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 오는 등 제12차 SMA 협상 개시 이전부터 대응 방안을 충실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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