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롯데 감독이 바라는 ‘안경 에이스’의 부활…“당당하게, ‘박세웅이면’ 그정도만 해도 충분하거든”[스경X현장]
김태형 롯데 감독에게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안경 에이스’ 박세웅을 어떻게 살리느냐다.
지난 겨울 롯데의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을 ‘에이스’라고 칭했다. 외국인 투수 바로 다음인 토종 1선발 자리를 그에게 맡겼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한 스프링캠프에서 지바롯데와 ‘자존심 대결’을 할 때 박세웅을 일본 에이스 사사키 로키의 상대로 내보내기도 했다. 박세웅 역시 그런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시즌 준비를 열심히 했다. 팀 성적에 대한 책임감도 더 커졌다.
하지만 그런 에이스가 최근에는 힘이 떨어졌다. 지난 9일 KT와의 경기에서는 4이닝 12안타 1홈런 5볼넷 1삼진 8실점 7자책으로 조기 강판됐다. 올시즌 22경기에서 6승8패 평균자책 5.34를 기록 중이다.
박세웅은 2021년부터 3점대 평균자책을 유지하면서 팀의 마운드를 지켜왔다. 2021년에는 10승(9패)를 기록하며 2017년(12승6패) 이후 4년만에 두자릿수 승수를 쌓았고 2022년에는 10승11패로 2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도 9승7패 평균자책 3.45로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금메달을 따 큰 고민을 지우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기복있는 피칭으로 사령탑을 고민에 빠지게 한다. 7월에도 6이닝을 넘긴 경기가 2경기나 되는가 하면 5이닝도 소화하지 못한 경기가 2경기였다. 8월에도 1일 SSG전에서 6.1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으나 최근 경기인 KT전에서 흔들렸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11일 수원구장에서 박세웅에 대한 고민을 슬쩍 내비쳤다. 이날 선발 등판인 애런 윌커슨에 대한 질문을 받다가 박세웅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그는 “윌커슨보다는 지금 박세웅”이라며 고민 섞인 웃음을 지었다.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에게 이제 ‘너를 안 볼게’라고 해야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박세웅이 투구를 하다가 벤치를 쳐다본다. 두 번 정도 뭐라고 했다. 신경 쓰일 수도 있다”라며 “못 던지더라도 그러면 안 되는데 고개를 갸우뚱한다던가 그런 모습들은 상대에게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꾸 눈치를 보는 모습들이 상대를 이길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봤다.
김 감독은 박세웅이 충분히 할 수 있는 투수라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말 할 수 있었다. 그는 “맞더라도 당당하게, 마운드에서 ‘박세웅이면’ 그 정도로 하면 된다. 충분하다. 구위도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라고 했다. 사령탑으로서는 박세웅이 자꾸 벤치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모습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맞더라도 당당하게 자신의 공을 던지면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좋을 때 보면 볼카운트 싸움도 좋지 않나”라며 “계속 도망가면 상대가 속지 않는다. 맞더라도 또 던져도 된다”라며 계속 격려했다.
롯데로서는 결국 박세웅이 해줘야한다. 박세웅이 제 모습을 보여줘야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줄곧 박세웅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왔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능력을 믿고 불안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수원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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