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8명 중 1명 “가족돌봄 부담 높은데, 노후준비도 못했다”
한국 중년 8명 중 1명은 부모와 자녀에 대한 돌봄 부담이 큰 상황에서 노후 준비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중년의 이중과업 부담과 사회불안 인식: 가족돌봄과 노후 준비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45~64세 중년 인구 중 가족돌봄 부담이 있으면서 노후 준비도 되지 않은 비율은 12.5%로 집계됐다. 보사연은 2022년 전국 3575명 중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사회적 문제 경험과 인식 조사’를 활용해 이 연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중년 4명 중 1명은 가족돌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가족돌봄으로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 등에서 어려움을 겪은 비율은 26.7%, 노후 준비를 못했다는 응답은 43.0%로 나타났다. 돌봄 부담이 없고 노후 준비도 했다는 응답은 42.7%였다. 일반적으로 중년층은 청년기와 노년기 등 다른 연령집단보다 안정적 환경에 놓여 있다고 인식되지만, 자녀와 부모 등 가족돌봄을 모두 책임지는 이중부양 부담이 있는 데다 본인의 노후까지 준비해야 하는 이도 많다. 특히 성인 자녀인 청년층의 교육 수준 상향으로 교육 기간이 연장되고,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일자리 감소로 경제적 자립이 늦어지는 점은 중년층의 자녀 부양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와 더불어 노년 부모에 대한 돌봄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이중과업 부담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돌봄 어려움이 있고 노후 준비를 하지 않아 이중과업 부담이 있는 집단의 비율은 40대 중후반, 실업 상태인 경우, 소득 하위계층에서 더 높았다. 반대로 가족돌봄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으며 노후 준비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집단 비율은 대학교 졸업 이상, 상용직, 소득 상위계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고령화·만혼으로 인해 부모·자녀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노동시장 불안정성과 공적연금 한계로 인해 노후 준비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사회보장 정책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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