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교제 요청 거절했다고, 도시락 싸다닌다고…“잘렸어요”

박채연 기자 2024. 8. 1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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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이유 해고’ 피해
5인 미만 사업장이 더 심각
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 ‘아우성’에 참석한 한 당사자가 지난해 7월4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불합리한 이유로 해고를 당하고, 직장 내 괴롭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등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11일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1년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받은 e메일 제보 46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직장갑질119가 모두 신원을 확인한 제보다.

생존권과 연관된 해고·임금 상담이 97.8%(45건·중복 집계)로 가장 많았다.

상담 사례 중에는 ‘사장이 제게 호감을 느낀다며 교제를 요청했는데,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갑자기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 ‘식비 아끼려 점심 도시락을 싸 왔는데, 마음대로 할 거면 나가라며 해고 통보를 했다’ ‘주휴수당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다’는 등의 내용이 있었다.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정직 등이 제한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은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과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상담도 82.6%(38건)에 달했다. 상담 사례엔 ‘원장이 환자들 앞에서 늘 소리를 지르고 성질을 냈다’ ‘국장이 회의 중 본인 심기를 거스르면 폭언을 했다’ ‘대표가 자신과 함께 매일 점심 먹는 것이 업무라며 따르지 않으면 업무 불이행으로 해고하겠다고 협박했다’ 등이 있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관련 규정은 적용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대한 근로기준법에선 제외된다.

초과 근무를 요구하면서도 초과 근무 수당은 지급하지 않는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연장·휴일 근로 등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임금 체불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노동시간과 휴가 관련 상담은 28.2%(13건)였다. ‘3일 입원 후 연차 소진을 요구하자 이렇게 작은 회사에서 무슨 연차를 찾냐고 했다’는 등 사례가 있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임금명세서 미교부·4대 보험 미가입 등 현행법 위반 사례에 해당하는 상담도 41.3%(19건)에 달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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