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 "'밀걸' 덕분에 가능했던 '빅토리', 멤버들 열정에 나태해질 수 없었죠" [인터뷰]

김종은 기자 2024. 8.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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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 이혜리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힘들었던 연습 기간과 짧지 않은 촬영은 아홉 배우들을 더 끈끈하고 탄탄하게 만들었다. 극 중에서나 현실에서나 동료들과 '밀레니엄 걸즈' 그 자체가 됐다는 배우 이혜리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빅토리'(감독 박범수·제작 안나푸르나필름)는 거제의 댄스 콤비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가 댄스 연습실 마련을 위해 서울에서 전학 온 세현(조아람)과 함께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얼렁뚱땅 탄생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는 거제상고 축구부의 승리를 위해 신나는 응원을 펼친다.

'판소리 복서'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혜리는 "의도치 않게 오랜만에 새 영화를 선보이게 됐는데,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라 얼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기대와 설렘이 크다"라는 벅찬 소감을 전하면서도, 막상 출연을 결심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해 의문을 자아냈다.

"'빅토리'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너무 재밌고 필선이가 너무 매력적이라 도전해 보고 싶었다. 다만 걱정도 됐다. 우선 주인공인데다 사투리와 치어리딩도 해야 하지 않냐.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하며 스스로를 못 믿었던 것 같다"라고 '빅토리' 출연을 망설였던 이유를 밝혔다.

이때 힘을 준 건 박범수 감독과 제작사 대표. 이혜리는 "대표님과 감독님께 '너무 부담스럽다. 다만 영화는 너무 좋으니 차라리 다른 역할을 하겠다'고 했는데, 두 분이 '필선이는 혜리여야 한다'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건 혜리밖에 없다'라며 오래 설득을 해주셨다. 나 스스로도 날 믿지 못하는데 두 분이 그렇게 날 믿어주시니까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해봐야겠다 결심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오랜 고민 끝에 출연한 '빅토리'에 대한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사실 처음 나의 작품을 볼 땐 나만 보게 되는데 '빅토리'는 이상하게 처음부터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보였다"는 그는 "내가 날 보면서 울고 있더라. 굉장히 민망한 경험이었다. 내 연기가 대단해서 울었다기보단 그때 우리의 시절이 떠올라 울컥했다. 또 마치 추억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너무 어렸을 때 데뷔해 학창 시절이랄 게 없는데, 소중한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는 것 같아 신기했다. 마치 기억 조작을 당한 느낌이었다. 앞으로 두고두고 꺼내보며 되새겨볼 것 같은 작품이 될 것 같고,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빅토리'의 하이라이트를 꼽자면 단연 치어리딩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심지어 이혜리는 극 중 박세완과 함께 파워풀한 걸스 힙합을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이런 완벽한 군무가 완성될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들의 피땀 흘린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3월 말 즈음에 크랭크인을 했는데, 촬영에 들어가기 4개월 전부터 박세완 배우와 춤 연습에 들어갔다"라는 이혜리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해야 할 안무들을 체크하는 데 11곡이나 춰야 하더라. 처음 그걸 봤을 땐 너무 막막했다. 이 시간 안에 11곡의 안무를 다 외울 수 있을까, 심지어 사투리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컸다"라고 말했다.

아이돌 출신이라 유리했던 점은 없었냐 물으니 "없었다"라고 망설임 없이 답하며 "오죽하면 걸스데이 언니들이 '너무한 거 아니냐. 이렇게나 춤을 잘 추던 애였냐'라고 할 정도였다. 걸스데이 때나 이렇게 열심히 하지 왜 이제야 열심히 하냐라고 하더라.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연습생 기간 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짧았는데, 그래서 기본기가 약했다. 연습생 때 해야 할 걸 이번에 다 한 기분이다"라고 솔직하게 들려줬다.

이어 "다행히 열심히 노력한 덕에 언니들과 지인들로부터 '춤 잘 춘다'라는 얘기를 듣게 돼 안심이 된다. 수많은 내 연습실의 시간들이 생각나면서 '처음의 뚝딱이 같은 모습들은 들키지 않았구나'하고 안도했다"는 그는 "사실 이 모든 댄스 신은 함께 노력해 준 '밀레니엄 걸즈' 멤버들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시작하기 전만 하더라도 '배우 친구들이 이걸 다 소화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는데 웬걸, 너무 잘하더라. 그런 걱정을 한 게 미안하고 부끄러울 정도로 열심히 하고 몸도 잘 쓰더라. 그런 모습에 반성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에 임했다"라고 덧붙였다.

이혜리의 '밀레니엄 걸즈' 멤버들을 향한 칭찬 릴레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멤버들 중엔 '빅토리'가 스크린 데뷔작인 친구도 있고, 아예 첫 작품인 친구도 있는데 심지어 댄서였다가 온 친구도 있다. 그 친구들 하나하나가 모두 열정적이고 매사 열심히었다"는 그는 "대사가 한 마디밖에 없어도 어떻게든 잘해내려 노력하는 모습이 '밀레니엄 걸즈' 그대로였다. 조금 나태해지려 하다가도 그런 모습에 나 역시 자연스레 필선이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촬영을 하는 내내 이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또 멤버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들의 장점을 꼽아주기도 했다.

"(최)지수는 연기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만큼 내공이 두터운 친구예요.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열심히 연구하는 친구이기도 하죠. 밀레니엄 걸즈 사이에서 맏언니 역할을 잘해줬어요. (권)유나는 막내이자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또 한편으론 어른스러운 친구이기도 하고요. 촬영 내내 건강하게 찍어줘서 고마운 마음이 커요. (백)하이는 제일 조용하지만 묵묵하게 중간을 잘 지켜주는 친구예요. 나중에 너무 잘 될 친구라 생각해요. (이)한주는 정말 아기예요. 어떤 말만 나와도 까르륵하고 신기할 정도로 늘 하이텐션이죠. 늘 행복한 아이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염)지영이는 막내라인인데도 연락을 서스럼없이 할 만큼 붙임성이 좋은 친구예요. 촬영 마지막 날 친구들이 돈을 모아 탄생석이 박힌 반지를 선물해 줬는데, 시사회 때 꼭 끼고 오라 하더라고요. (박)효은이는 원래 조안무로 함께하던 팝핀 댄서였는데 이미지가 잘 맞아 캐스팅된 친구예요. 치어리딩이나 안무 연습할 때 중심 역할을 해주며 가장 고생했던 친구죠. 마지막으로 세완이랑 아람이는 말할 것도 없어요. 미나와 세현이의 역할을 1000% 이상 해준 친구들이라 생각해요."

그러면서 이혜리는 "더 잘해줄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밥이라도 한 번 더 사줄 걸 아쉬움이 든다.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는데 내 코가 석자라 못 챙겨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 잘 이끌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라며 미안한 마음도 함께 전했다.


이렇듯 '밀레니엄 걸즈'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준 덕에 '빅토리'라는 큰 프로젝트를 마치는 데 성공한 이혜리.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주인공 역할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이번 도전은 더 큰 의미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10대에 아이돌로 데뷔해 20대에 '응답하라1988'과 '놀라운 토요일' 등에 출연하며 첫 번째 전성기를 맞았던 이혜리. 그런 그가 이젠 30대에 접어들며 새로운 장에 발을 들일 예정이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기대하고 기대해 주시는 거에 늘 다다르진 못하지만, 매번 미미하게라도 성장하고 있지 않나 싶다. 대단하지 않더라도 늘 도전하며, 조금조금씩 나은 선택을 하려 노력 중이니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라고 답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써브라임]

빅토리 | 이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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