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계화 기로에 선 K무역] ⑥ ‘유럽의 공장’ 튀르키예 “한국과의 수출입 격차 줄어들길
타하 사란 튀르키예 투자청 서울대표 인터뷰
튀르키예, 제조업 강해 ‘유럽의 공장’ 역할
한국과는 수출입 불균형, 수출 늘어나길 기대
한·튀르키예 FTA 재협상 희망 중
최근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 쌓아 올리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중국의 과잉 생산 억제를 겨냥한 서방의 압박이 유럽연합(EU)으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진해 온 한국으로선 전 세계를 휩쓰는 보호무역 기조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등 단일 경제에만 의존하는 관행을 끊고,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선비즈는 한국의 주요 수출입국을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어떻게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새로운 수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분석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유럽의 공장’. 한국인에게 ‘형제의 나라’로 알려진 튀르키예의 별명이다. 튀르키예는 제조업이 발달해 있어 유럽 및 주변국의 생산기지 역할을 한다. 특히 튀르키예는 유럽의 자동차 공장으로 불린다. 르노, 포드, 피아트, 현대차 등 총 14개 완성차 업체 및 400여 개의 1차 자동차 부품 협력사가 튀르키예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또한 튀르키예는 2022년 기준, 연간 총생산량(135만2000대)의 71.7%에 해당하는 97만 대를 수출했다. 수출된 자동차는 주로 유럽(65%)으로 향했다.
이에 튀르키예는 한국과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고자 한다. 유럽 시장을 놓고 보면 튀르키예의 수출입은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수출보다 수입 위주의 시장이다. 2023년 기준, 튀르키예가 한국에 수출한 액수는 10억4200만 달러로 수입액(94억7900만 달러)의 9분의 1 수준이었다. 튀르키예가 한국과 수출입 불균형을 고민하는 이유다. 튀르키예는 한국과의 수출입 불균형을 균형 관계로 맞추는 한편 양국의 무역액을 늘리고자 올해 1월 주한튀르키예상공회의소도 출범했다.
조선비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에 위치한 주한튀르키예상공회의소에서 메틴 아탈란(Metin Atalan) 주한튀르키예 상공회의소 회장과 타하 사란(Taha Saran) 튀르키예 투자청 서울대표(한국 지부장)를 만났다. 독일 출신인 아탈란 회장은 독일에서 사업을 하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012년에 한국을 찾았다. 아탈란 회장의 아내는 한국인이기도 하다. 아탈란 회장은 “한국에서 지낼수록 한국인은 형제와 같은 느낌이 든다. 2002년 월드컵을 기억하냐”며 친밀감을 표현했다. 아탈란 회장은 양국 경제에 대해선 “한국은 원자력은 물론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면서도 “튀르키예가 갖고 있는 지리적 장점, 1996년 발효된 관세 동맹에 따라 사실상 유럽연합(EU)에 준하는 수출 관세 혜택을 받고 있기에 한국 기업이 튀르키예에 진출하면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란 지부장은 2008년 대구에서 대학 생활을 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이후 지금까지 10년 넘게 한국에서 지냈다. 그는 2012년 대학 졸업 후 튀르키예로 돌아갔다가 2016년 한국 지부장 자격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사란 지부장은 “튀르키예는 유럽 및 중동 시장 진출 생산기지로 튀르키예 정부가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편 것이 주효했다”며 “튀르키예 정부는 내·외국인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은 물론 각종 세금 감면, 연구개발을 위한 인센티브, 대출 및 고용 지원 등 프로젝트별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며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라고 힘줘 말했다.
─주한튀르키예상공회의소가 올해 1월 출범했다. 그만큼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이 무역 상대로서 튀르키예에 중요한 이유는.
아탈란 회장: “튀르키예는 한국으로부터 첨단 기술, 탄탄한 경제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튀르키예가 한국을 긴밀한 파트너로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양국의 주요 수출입 품목은 무엇인가.
아탈란 회장: “한국이 튀르키예에 수출하는 품목 대부분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전자 및 기계, 석유화학 제품이다. 반대로 한국은 튀르키예의 바이오·제약 수출 1위 시장이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전체 액수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주로 소수의 한국 기업이 튀르키예로 혈액제재, 혈장제제를 수출한 다음 포장 및 가공 작업을 수행한다. 이후 한국으로 가져오거나 다른 나라로 수출한다.”
─한국과 튀르키예의 무역 중 흥미로운 수출·수입품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아탈란 회장: 자동차가 흥미로운 분야라는 것은 확실하다. 현대자동차는 1995년 튀르키예에 첫 해외공장을 설립한 이후 튀르키예 공장을 확장했다. 앞으로 전기차 분야의 협력도 기대된다. 튀르키예는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매우 강력한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어 12개 이상의 글로벌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란 지부장: 최근 몇 년간 튀르키예의 방위 산업이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는 것은 잘 알 거다. 튀르키예는 방위 산업 분야에서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튀르키예군이 활동하는 여러 지역에서 한국의 방위 산업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다. 양국은 이미 헬리콥터, 지상 차량과 같은 분야에서 좋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아탈란 회장: “개인적으로 외국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한국의 인구가 4500만 명이라는 점에 놀란다. 한국이 속해 있지 않는 업계는 없고 원자력은 물론 자동차, 건설,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상위권이다. 여기다 한국의 역동성은 최고의 강점이고, 이를 통해 최첨단 기술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뭐든지 해낼 한국의 저력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에 힘든 환경으로 작동하는 측면도 있다. 대부분의 나라는 소수의 산업에 집중하고 있고, 해외 기업은 그 외 분야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반도체, 전자제품, 심지어 수소 자동차와 같은 첨단 기술 분야의 경쟁력도 갖고 있다.”
사란 지부장: “인구 감소는 최대 약점이다. 경제와 산업을 계속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인구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한국은 출산율 저하에 직면했다. 또한 가격이 높은 것도 약점이다. 한국 제품의 품질은 매우 좋고 유럽 제품에 비해 비싸지 않지만, 중국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이 높다. 한국이 튀르키예를 포함한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면 인구 감소, 높은 가격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에 진출할 경우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 특히 유럽 시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튀르키예와 협력하는 것이 유망하다. 튀르키예는 EU와 관세 동맹을 맺고 있기에 EU와 수출입을 할 때 관세가 없다. 또한 튀르키예는 젊은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생산비가 더 저렴하다. 대학 졸업생의 상당수는 공학 및 기술 분야를 전공했다.”
2022년 기준 튀르키예 인구는 약 8500만 명이다. 2000년부터 매년 약 50만 명 이상이 증가하는 등 내수 시장의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중에서도 2000년 이후 출생한 Z세대가 전체 인구의 37.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 인구 구성이 젊은 편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최소 2035년까지 튀르키예의 Y세대(1990년~2020년 초) 인구 비율은 유럽 및 주변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탈란 회장: “물류비 측면에서도 튀르키예 진출은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된다. 가자지구 전쟁 등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물류비가 2~3배 증가했다. 튀르키예는 유럽, 중동으로 향하는 육로, 철도를 보유하고 있다.”
─양국의 무역을 확대할 분야와 품목은
사란 지부장: 재생에너지, 헬스케어, 바이오, 방위 산업 분야의 협력이 기대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고 있는 건설 산업도 흥미로운 분야다.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양국이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튀르키예는 글로벌 건설 분야 2위다. 동아프리카, 중앙아시아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건설 회사의 기술력은 월등하기에 더 복잡한 프로젝트를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튀르키예 내 건설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제3국의 프로젝트를 양국이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아탈란 회장: “관광 산업도 협력을 강화할 여지가 많다. 지난해 해외 관광객 기준, 이스탄불은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다. 한국에서도 한 해에 20만 명 이상이 튀르키예를 찾는다. 앞으로 튀르키예는 더 많은 한국 관광객이 튀르키예를 찾길 바란다.”
사란 지부장: “튀르키예는 국내 전력 수요의 29%를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와 함께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두 번째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는 일본이 수주할 계획이었지만, 철회됐다. 현재 한국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프랑스도 튀르키예 원전 수주에 뛰어들었나.
사란 지부장: “확실한 것은 한국과 중국이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도 경쟁에 참여했다.”
─한국 기업이 튀르키예 기업과 협력할 때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나.
사란 지부장: “무역은 사고파는 사업이기에 정부의 지원이 많지 않다. 하지만 튀르키예에 투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튀르키예 정부는 세금 감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인세가 중심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기한을 두고 세금 감면을 제공한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세금 감면 기한은 없고 세금 감면 액수만 정해 놓았다. 만약 1억 달러를 투자하고, 세금 감면이 50%라면 5000만 달러의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보통 다른 나라는 최대 10년, 최대 5년이라는 기한을 정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50년에 걸쳐서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현지 직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비 대출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현지 직원 지원, 토지 지원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지원은 EU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많다.”
─한국과 튀르키예의 수출입 목표액은 얼마인가
사란 지부장: “튀르키예 정부가 총수출 목표는 발표했지만,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튀르키예의 총수출액은 약 2560억 달러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50% 늘릴 예정이다. 이런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시아 수출을 늘리고자 한다. 튀르키예 정부는 수출액 중 아시아 비중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한국은 주요 시장 중 하나라 매우 중요하다.”
아탈란 회장: “튀르키예와 한국이 2013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양국의 무역이 균형을 이루리라고 가정하지는 않았지만, 튀르키예 입장에선 한국으로의 수출액과 수입액 격차가 너무 크다. 양국 교역액이 늘어나면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격차가 줄어들길 바란다. 이를 위해 한·튀르키예 FTA 재협상이 이뤄지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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