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지원금·제4이통’ 헛발질한 정부... 돌고돌아 다시 ‘알뜰폰’ 카드 꺼내나
스테이지엑스 자격 상실로 제4 이통 무산
알뜰폰 사업자 망 사용료 낮아지면 저렴한 요금제 나올 수 있어
“정부, 통신 시장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 고민해야”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추진한 정책들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새로운 대책이 시급해졌다. 제4이동통신 출범이 무산된 데 이어, 전환지원금 제도마저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 카드를 다시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유상임 “알뜰폰 견실하게 육성해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8일 인사청문회에서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해결책에 대해 “통신사 간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는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후보자가 이런 방침을 내세운 것은 이동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타파하고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제4 이동통신 도입을 추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31일 제4이동통신 후보였던 스테이지엑스의 사업자 후보 자격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정부에 약속한 초기 자본금 2050억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유 후보자는 제4이동통신의 필요성과 관련한 질의에 “우리나라 통신시장 규모와 환경상 새로운 사업자를 진입시키는 것보다 알뜰폰을 견실하게 육성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위해 올해 초 추진한 전환지원금 제도 역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환지원금은 통신사 간 번호 이동을 촉진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금전적 혜택으로, 최대 5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그러나 최신 스마트폰이 아닌 구형 폰에 집중돼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6와 Z플립6의 경우, 전환지원금이 아예 지급되지 않거나 소액만 제공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환지원금 제도 시행에도 불구하고 번호 이동 수치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며 “시장 경쟁을 왜곡하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 “풀MVNO 육성 모델 검토해야”
현재 과기정통부는 통신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는 연구반을 구성했다. 연말까지 신규 이통사 정책 및 신규 주파수 할당 관련 보완 사항 등 연구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알뜰폰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알뜰폰 활성화 카드 외에는 통신비 인하를 위한 특별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5G(5세대 이동통신) 중저가 요금제 신설 등을 통신 3사에 압박, 추가적인 인하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활성화를 통한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을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 3사에 내는 망 사용료인 도매대가가 낮아지면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 점유율 15%를 가진 알뜰폰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가 현재로선 그나마 유효한 정책 수단”이라며 “풀MVNO(자체 교환망을 갖춘 알뜰폰 사업자) 육성 모델을 도입하면 통신 3사와 어느 정도 경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는 이동통신사(MNO)로부터 통신망을 임대해 판매하지만,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을 직접 관리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요금제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지 못하고, 이동통신사의 상품 및 정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풀MVNO 사업자는 자체 전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통신 3사와 망 도매대가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 3사의 자회사들이 알뜰폰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어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고,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 인하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뜰폰은 전체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서비스가 아닌 만큼 해결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단편적 대책일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통신 시장 전반에 대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도 “당장 요금 인하보다는 통신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둬 사업자들이 과감하게 마케팅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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