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11번가 인수 협상 멈춰… 티메프 사태 여파로 지분 스왑 물 건너가

노자운 기자 2024. 8.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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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이 기사는 2024년 8월 9일 8시 3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 추진이 흐지부지 끝나는 모양새다. 매각 측과 오아시스 측 모두 논의를 더 이어 나가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은 매각 방식과 주식 교환 비율 등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에 난항을 겪어 왔는데, 최근 이른바 ‘티메프’ 사태까지 터지면서 금융당국이 지분 스왑 형태의 M&A에 대해 감시 수위를 높일 분위기가 감지되자 인수 성사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이다. 오아시스 역시 큐텐처럼 주식 스왑 방식으로 11번가를 인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 추진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M&A는 당초 오아시스의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서 주도적으로 중개했던 것인데, 정작 매도 측과 매수 측은 미온적인 태도였다”며 “그나마 오가던 논의도 이젠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매각 대상은 11번가 지분 전량이다. SK스퀘어가 80.26%를,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H&Q코리아파트너스·MG새마을금고)이 18.18%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말 SK스퀘어가 18.18%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했기 때문에 통매각 권한이 나일홀딩스 측에 넘어간 상태다. 나일홀딩스는 11번가를 5000억원 이상에 팔아야만 손실을 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는 자사 주식과 관계사 루트의 주식을 섞어 11번가 주식과 맞바꾸는 방식을 H&Q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분을 스왑한 뒤 상장을 해서 나일홀딩스가 현금을 엑시트(투자금 회수)해가는 구조다. 루트는 오아시스 모회사인 지어소프트, 그리고 지어소프트 대주주인 김영준 오아시스 의장이 지분 86.4%를 들고 있는 비상장사다.

양측은 그동안 이 같은 방식의 M&A 구조를 놓고 대립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H&Q 입장에서는 오아시스 본체도 아닌 루트 주식을 섞어서 받는 게 탐탁지 않았다고 한다. 루트는 순자산이 52억원밖에 안 되고 지난해 4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적자 기업이다. 순자산이 1489억원, 연간 영업이익이 127억원에 달하는 오아시스와 비교가 안 되는 재무 상태다.

H&Q는 또 인수대금 중 일부는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H&Q 입장에서는 국민연금 같은 재무적투자자(FI) 때문에라도 가급적 현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체 매각대금 가운데 최소 절반은 현금으로 받아야 출자자(LP)들에게 면이 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아시스 측에서는 창업자인 김영준 의장이 관심을 보였던 건 맞지만, FI들의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연간 영업손실이 1000억원 넘는 적자 기업을 인수하는 게 향후 오아시스의 상장 추진 시 기업가치 제고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 모회사이자 상장사인 지어소프트는 주가가 전적으로 오아시스 이슈에 의해 움직이는데, 11번가 인수 얘기가 나온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바라볼지도 관건이었다고 한다. 오아시스는 이미 2022년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기업가치 1조1000억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때문에 11번가와 지분을 스왑할 경우 최소 1조5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길 원했다. 11번가의 기업가치를 5000억원으로 평가받는다면, 주식 교환 비율이 3대 1이 되는 셈이다. H&Q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조건일 수밖에 없다.

H&Q 내부에서는 현재로선 매각 자체를 보류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메프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 전체가 혼돈에 빠진 상태인 만큼, 내부적으로 회사를 다지고 상황을 봐가면서 천천히 매각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티메프 사태의 영향으로 금융당국이 지분 스왑 방식의 M&A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이번 딜이 흐지부지된 계기 중 하나다. 큐텐은 지난 2022년 티몬을 인수할 때도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 보유한 티몬 지분 전량을 큐텐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지난해 위메프를 인수할 때도 원더홀딩스가 보유한 지분을 얻고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주식을 넘겼다. 큐익스프레스의 몸집을 키워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문어발식 인수를 한 것이다. 이후 위시를 인수하면서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대금을 끌어다 쓰는 바람에 이번 사태가 터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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