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단거리 2.5㎞ 인천 ‘교동도’···걸어서 탈북 ‘귀순 단골’ 루트된 이유[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8.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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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량 바다 건너 北 ‘황해도 연백군’
軍 “출발 때부터 감시하며 귀순 유도”
교동도 해안, 해병 200여명 경계 작전
같은 길이의 휴전선, 육군 1.5개 사단
[서울경제]

한강 하구 남북 중립수역은 경기 파주 탄현면 만우리에서 인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까지 약 67㎞ 구간이다. 북한 개성시 판문군 임한리부터 황해남도 해남리와 마주하고 있다.

중립수역은 남한과 북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한강에 설정한 별도의 군사분계선(MDL)이 없는 완충구역이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관할 중이다.

이 가운데 인천 강화군 ‘교동도’는 북한과 직선거리로 불과 2.5㎞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지역이다. 강화군의 최북단으로 바다를 건너면 바로 북한 지역인 ‘황해남도 연백군’이다. 교동도 한강하구 경계작전은 해병대 2사단 5여단이 맡고 있다.

이 지역은 귀순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곳이다. 심지어 탈북 경로가 다시 월북을 하는데 활용되기도 했다. 2017년 8월에 나뭇가지와 스티로폼 등 부유물을 어깨에 끼고 한강을 헤엄쳐 건너와 귀순한 20대 북한 주민 김씨가, 2020년 7월에는 동일 지역을 통해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 경로다.

인천 교동도 일대는 탈북민들이 ‘수영을 하거나 걸어서 넘어오는 귀순 단골’ 경로로 꼽힌다. 군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는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이 빠질 때 걸어서 탈북하거나, 물이 들어올 땐 수영해서 귀순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교동도는 대부분 해안이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민간인이 거주하는 일부 구간에는 철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동도, 탈북 경로 다시 월북할 때 활용

교동도 귀순 사례를 살펴보면, 2012년 9월에 20대 북한 주민이 통나무를 잡고 교동도까지 떠내려 온 뒤 주민 신고로 당국에 붙잡혀 귀순한 바 있다. 2013년 8월엔 40대 북한 주민이 교동도 앞바다를 헤엄쳐 건너와 집주인을 깨운 뒤 “북에서 왔다”고 신분을 밝히기도 했다.

또 2014년 8월에 부자지간으로 알려진 50대와 20대 남성 2명이 해안으로 헤엄쳐 나와 해병대 초병이 발견해 귀순하기도 했다. 2015년 9월 역시 북한 주민이 교동도 앞바다로 남하해 귀순했다.

최근에 20대 북한 주민 남성 1명이 지난 8일 새벽 교동도로 넘어와 귀순했다. 경계근무 중이던 해병대 초병이 열상감시장비(TOD)로 귀순자를 발견해 수칙에 따라 안전하게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에 탈북했던 김씨(2020년에 다시 월북) 이후 교동도를 통한 북한 주민의 귀순 소식은 2017년 이후 7년 여 만이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별도의 군사분계(MDL)선이 없다. 특히 인천 교동도 지역은 썰물 때는 걸어 다닐 수 있는 수준으로 수위가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탈북 단골’ 루트로 꼽힌다. 폭은 가장 넓은 곳이 10㎞, 가장 좁은 곳이 900m 정도다.

여기에 인천 교동도와 맞닿아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도,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넘어오는 탈출 단골 경로다. 해안선이 복잡하고 남북 간 거리가 가까운 데다 북한군의 감시가 다소 소홀하기 때문이다.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서 바다 건너 2.5㎞ 떨어진 북 황해도 연백평야 모습. 연합뉴스

강화도 지역은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해병대가 경계책임을 담당하는 곳이다. 해병대 제 2사단은 김포와 강화도, 교동도, 말도 등 북한과 마주보는 해안에 경계병력을 배치해 사실상 한강하구 전체에 대한 경계 작전을 수행한다.

앞선 귀순 사례는 군의 경계 작전 실패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유인 즉 수영이든 걸어서든 북한에서 바다를 건너 우리 측 지역에 들어온 후에 북한 주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7년 여 만인 이번 북한 주민의 탈북도 경계 작전에 실패한 것인가.

군은 이번 경우 북한 주민이 북측에서 출발할 때부터 감시했고 우리 측 지역으로 귀순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이) 출발하는 지점부터 계속 감시해서 (귀순을) 유도했던 성공적인 작전”이라며 “그것을 공개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는데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보고하겠다”고 했다.

국방부 장관의 설명처럼 북한 주민의 탈북 시도를 처음부터 지켜보고 이를 유도했다면 성공적인 경계 작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해병대가 적은 병력으로도 ‘물샐틈없는 경계’ 작전을 펼친 셈이다.

北 소요 사태 시 ‘대량 탈북 루트’ 가능성

해병대 2사단의 경계책임 지역은 수도권 서측방(김포·강화)으로 255㎞에 달한다. 휴전선(250㎞)보다 길다. 육군 10여 개 사단이 휴전선 250㎞를 지키고 있다. 특히 단골 귀순 루트인 교동도는 해안선 길이가 37.5㎞에 이른다. 같은 길이의 휴전선은 통상 육군 1.5개 사단이 지키는데, 교동도는 해병대 대원 200여 명이 경계 작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탈북이 우리 군이 가동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출력 스피커를 쌓은 형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기상 상태에 따라 최대 20㎞ 떨어진 곳까지 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처럼 걸어서 내려왔다는 건 탈북을 시도하는 주민 입장에겐 큰 도전이지만, 북한 내부는 발칵 뒤집혔을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의 소요 사태 시 이 같은 방법으로 귀순하려는 ‘대량 탈북 루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군 소식통은 “귀순 주민의 본래 거주지가 어디인지 정확한 조사가 필요해 확성기 방송의 영향이 있었는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의 한 관계자는 “심리전에서 확성기 방송 효과를 보려면 3개월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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