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우승 청부사인데, MLB 36승 클래스가 보였다 말았다… 이제 LG 잡으러 간다

김태우 기자 2024. 8. 1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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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발투수 라우어가 1회에 투구하고 있다. 2024.8.11 ⓒ연합뉴스
▲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발투수 라우어가 2회초 1사 2루에서 삼성 박병호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한 뒤 땀을 훔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 통산 36승의 클래스가 보이는 듯 하다가도, 또 갑자기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KIA의 대권 승부수로 뽑히는 새 외국인 투수 에릭 라우어(29)가 가능성과 보완점을 모두 남긴 KBO리그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우려했던 것을 지운 부분도 있었지만, 더 나아져야 할 부분도 제시했다.

최근 KIA와 35만 달러에 계약하고 KBO리그에 입성한 라우어는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워낙 거물급 경력에 첫 경기라 많은 시선이 집중됐다. 결과적으로는 고전했다. 홈런 두 방을 얻어맞기도 했고, 여기에 수비 지원도 받지 못했다. 이날 3⅓이닝 동안 75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2피홈런)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팀 타선이 7회 동점을 만들어 패전은 면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36승, 한 시즌 두 자릿수 승수(2022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라우어는 2022년 이후 왼 팔꿈치·오른 어깨 부상으로 고전했다. 이 때문에 2023년부터 구속이 뚝 떨어졌고, 지난해 고전에 이어 올해는 휴스턴 구단 산하 트리플A에만 머물렀다. 경력의 돌파구가 필요했던 라우어,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기 위한 KIA의 이해 관계가 잘 맞아 떨어졌다.

라우어는 8일 광주에서 첫 불펜 피칭을 했다. 올 시즌 내내 트리플A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기는 했지만 장거리 이동에 시차도 적응해야 했다. 이날 30구를 던지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다만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라 첫 경기 투구 수는 80~90개 정도로 설정하고, 경기 양상을 보며 교체 타이밍을 저울질한다는 게 이범호 KIA 감독의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날 등판은 기대에 못 미쳤다. 2회 강민호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뒤 흔들렸다. 2회 1사 후 이재현에게 내준 볼넷이 빌미가 됐고 이후 도루를 허용했다. 여기서 박병호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맞은 것에 이어 2사 후에는 이성규의 우익수 방면 뜬공을 나성범과 김선빈 모두가 처리하지 못하면서 실점했다.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아 라우어로서는 다소 억울할 법한 상황이었다.

이어 3-3으로 맞선 4회에는 박병호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한 끝에 결국 4회를 책임지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2회 투구 수가 불어났고, 1회부터 힘을 많이 쓴 느낌도 있었다. KIA 벤치의 교체 타이밍은 적절해 보였다. 라우어로서는 자신의 능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 그런 경기였다.

라우어는 이날 포심 28구, 커브 8구, 슬라이더 1구, 체인지업 5구, 커터 32구를 던졌다. 라우어의 메이저리그 레퍼토리 또한 포심과 커터의 비중이 높았다. 미국에서 던지는 것과 큰 차이는 없었던 셈이다.

▲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정재훈 코치가 2회초에 홈런 허용에 이어 실점한 선발투수 라우어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발투수 라우어가 1회에 투구하고 있다.

일단 구속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불펜 피칭 당시 최고 구속은 147㎞였는데, 이날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1㎞까지 나왔다. 평균 구속도 147㎞였다. 2023년보다 구속은 조금 더 좋았다. 비록 1·2회에 힘을 많이 써 3회부터는 구속이 조금 떨어지는 양상이 있었지만 이는 컨디션이 더 올라오면 나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하이패스트볼의 위력도 괜찮았다.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와 타이밍이 밀려 뒤로 나가는 파울이 많았다.

라우어는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포심의 위력이 좋은 편이었는데 이 정도 힘과 구속이라면 KBO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팔 스윙도 빠른 편이라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 구속은 더 빠를 수 있다. 커터도 던지는 데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이날 경기 결과가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스트라이크와 볼의 편차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제구가 안 좋다는 인상이 없었다.

다만 4실점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포심-커터 외의 변화구 커맨드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커브와 체인지업을 던지기는 했지만 헛스윙 비율이 떨어졌다. 커터가 피홈런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강민호에게 던진 커터는 높은 쪽에서 몸쪽으로 휘었다. 이건 강민호가 잘 쳤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박병호에게 던진 커터는 구속이 1·2회보다 떨어진 상태에서 가운데에 몰렸다.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춰 놓고 있다가도 칠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명백한 실투였다.

첫 등판이 끝나고 장·단점이 나온 만큼 라우어도 다음 등판부터는 조금 더 좋은 컨디션, 그리고 다른 전략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 클래스는 가진 선수다. 과감한 우타자 몸쪽 승부에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구속을 유지하면서 피치 디자인을 조금 더 다르게 가져가고 커맨드 쪽의 개선이 있다면 분명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건 이론적인 이야기고, 증명은 라우어의 몫이다. 로테이션상 라우어의 다음 등판 상대는 좋은 좌타자가 많은 '추격자' L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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