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전에 빼라[유영만의 절반의 철학]

최은영 2024. 8. 1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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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

나는 과연 오십 후반전을 감당할 능력과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내 인생 2분의 1, 50세 이후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현실에는 엄연한 '사실'이 똬리를 틀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절반의 철학을 실천하면서 인생 후반전을 일생 반전으로 만들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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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만 지식생태학자·한양대 교수

[유영만 지식생태학자·한양대 교수]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 누구나 50이 된다. “40대부터 인생 이모작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겹게 들었다. 전반전은 비록 남을 위해 살아왔지만 후반전만이라도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낡은 몸과 마음 그대로의 나’에 머물러 있다.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제2의 인생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맞이한 또는 곧 맞이할 50이라는 숫자는 늘 무겁게 막연하게 느껴지는 나이다. 나이는 ‘나 이제부터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인데, 나는 언제부터 나를 깨닫는 각성과 결단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신통치 않은 성적표뿐 아니라 살아온 날만큼의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는 막연한 부담감이 그저 감당되지 않는 게 문제다. 진정한 담당자는 주어진 인생을 감당하는 사람이다. 나는 과연 오십 후반전을 감당할 능력과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문제없는 인생이 문제라고 하지만 가만히 생각만 하고 있다고 다가오는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리 만무하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해야겠다. “견해는 언젠가 진부해지지만, 사실은 영원히 진부해지지 않는다”는 아이작 싱어의 말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은 현실을 기반으로 지금 여기에서의 삶이 양산하는 산물이다. 사실은 오로지 사실이 거주하는 현장에 몸이 개입되지 않고서는 파악할 수 없는 진실의 재료다. 100세 시대 삶에 관한 다양한 주장과 견해는 내 몸을 관통하며 남긴 흔적 얼룩이 번역된 언어가 아니다. 당연히 와 닿지 않고 자주 듣다 보니 남의 이야기처럼 진부하게 들릴 뿐이다.

그런데 몸이나 정신은 전처럼 팔팔하지 않고 문제는 체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언젠가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살아간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날은 더 길고 지금까지 투자한 돈보다 앞으로 들어갈 돈도 더 많은데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모르는 불안감은 엄연한 현실이자 사실이다. 내 인생 2분의 1, 50세 이후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현실에는 엄연한 ‘사실’이 똬리를 틀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오십 세의 오(五)는 나를 의미하는 오(吾)의 다른 이름이다. 지금까지 남을 위해서 힘들게 살아온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고 나(悟)답게 살기 시작하는 시기가 바로 오십이다. 단순한 숫자 오(五)가 나를 의미하는 오(吾)로 바뀌고 마침내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는 오(悟)로 바뀌는 일련의 과정이 오십이 되면서 자유로운 나로 거듭나는 진정한 변신과정이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이던 삶을 오색찬란(五色燦爛)하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 바로 마지못해서 하던 일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지 않던 또는 원해서 하던 일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다.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지금 여기서 실천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나의 ‘코나투스’(내적 경향성)나 ‘힘에의 의지’를 떨어뜨리는 일은 아예 끊어버리거나 절반으로 줄이고 나를 살아있게 만들어주는 일은 두 배로 늘리는 것이다.

절반의 철학을 실천하면서 인생 후반전을 일생 반전으로 만들고 싶은가.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오십 이후는 ‘하던 일을 반으로 줄이고, 하고 있거나 안 하던 일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 세상에 단 하나(1)밖에 없는 유일한 내가 되는 비결은 하던 일을 절반(1/2)으로 줄이고, 하고 있거나 안 하던 일을 두(2) 배로 늘리는 노력을 반복하는 것이다. 절반으로 줄이면(÷2) 인생 후반전이 행복해지고 종반전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두 배로 늘리면(×2) 지금보다 백배 더 재미있게 살 수 있다. 이분의 일(1/2)이 이(2)를 만나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1)한 ‘나’, 소중한 나가 된다. 나누기와 곱하기만 잘하면 성공하는 오십이 될 수 있다. 이걸 간단한 공식으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1/2(절반)× 2(두 배) = 1(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

끊기 없는 끈기는 중년의 삶에 위기를 불러온다. 마지못해 늘 해오던 습관과 관습을 벗어던지고 나에게 의미와 가치를 주지 않거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모든 일들을 과감하게 끊어버려야 한다. 그러면 두 배 늘려야 할 것들이 보인다. 이 놀라운 마법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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