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웅의 이슈 탐구] 위기관리 기본 간과한 백종원
백씨, 가맹점주 요구 대응 안일
‘백종원은 강자’ 여론도 불리
법적 대응보다 대화와 타협을
‘연돈볼카츠’ 논란은 많은 국민이 주목하는 사회적 이슈다. 사건은 지난 6월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들이 요리연구가 백종원씨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가 허위 과장 광고로 가맹점을 모집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백 대표를 믿고 계약했는데 매출과 수익이 가맹점 모집 당시 약속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점주들은 6월 24일 더본코리아를 가맹사업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더본코리아는 즉각 반박했다. 가맹점 모집 과정에서 허위나 과장된 매출액, 수익률을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매출과 수익 감소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이후 물가 상승 등 외식 시장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을 꼽았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흐르자 백 대표도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 사업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급기야 연내 상장을 추진해 왔던 더본코리아의 상장 예비 심사가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연기되기에 이르렀다.
‘연돈볼카츠’ 논란에서 어느 쪽 주장이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지는 결국 제3의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발단과 전개 과정, 백 대표 측의 대응을 보면 아쉬운 것이 한둘이 아니다.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기 위한 위기관리 차원에서 시사점을 살펴보자.
첫째, 백 대표 측은 핵심 이해관계자(primary stakeholders) 관리에 실패했다. 더본코리아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비즈니스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가맹점주다. 본사와 가맹점주는 경제적 이해를 매개로 연대를 맺고 있다. 언제든지 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관계다. 이러한 관계는 서로에게 이익이 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어느 한쪽이 손실이 나거나 이해가 충돌하게 되면 언제든지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사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속성이 이렇다고 한다면 본사는 핵심 이해관계자의 정서와 요구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면서 초기에 신속히 대처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일부 가맹점주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본사에 전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하는 걸 보면 초기 단계에서의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본사에서 가맹점주의 의견을 평소에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지금 같은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파장이 훨씬 작았을 것이다.
둘째, 법적 대응과 여론 관리의 득실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있는지 궁금하다. 백 대표 측 주장대로 가맹 계약 과정에서 위법부당한 행위가 전혀 없었다면 강경한 법적 대응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오해를 살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대응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해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법적 대응은 백 대표 측에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문제는 국민 여론은 단시간 내에 정서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한번 고착되면 바꾸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백 대표 측을 사회적 강자, 가맹점주를 약자로 인식한다.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없는 다수의 국민들은 ‘오죽하면 백종원을 상대로 저렇게 몸부림치겠느냐’는 데 공감할 가능성이 크다. 백 대표 측이 불리한 구도다. 백 대표 측은 언론이 가맹점주의 주장을 주로 대변해 주고 자신들의 해명은 제대로 전달해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공적 활동으로 국민적 신뢰를 쌓아 온 백종원이기 때문에 언론이 지금 정도라도 귀를 열고 해명을 전해 준다고 생각해야 한다.
백 대표 측을 공격하는 가맹점주들이 갖고 있는 속내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의 여론 판도를 보면 백 대표 측은 법적 차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여론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 가는 게 좋을지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문제를 제기하는 측의 주장을 열린 마음으로 진지하게 들어보고 오해가 있으면 풀고 대화와 타협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유재웅 한국위기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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