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소주 반병이 녹아든 애절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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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장마가 되면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노래가 바로 '비 오는 날 수채화'다.
당시엔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영화지만, 곽재용은 훗날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이라는 명작의 감독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개봉 날 영화관에 찾아가 무명의 신인 이경영이 대배우가 될 것임을 직감하고 악수하고 사인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노래를 부른 당사자들의 고통이 녹아들어서인지 이 곡은 영화와는 달리 빅히트하면서 1980년대를 대표하는 비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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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장마가 되면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노래가 바로 ‘비 오는 날 수채화’다. 이 곡은 1989년에 발표된 동명인 영화의 주제가다. 당시엔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영화지만, 곽재용은 훗날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이라는 명작의 감독이 된다.
우선 영화는 곽재용이 감독하고 강석현·옥소리가 주연, 이경영이 조연을 맡았다. 이는 이경영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과거 영화는 멀티플렉스가 아닌 단관극장에서 개봉했다. ‘비 오는 날 수채화’는 현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가로수길의 건너편에 자리한 극장 ‘브로드웨이’에서 개봉했다. 당시에는 개봉 날 주연 배우와 감독이 모두 극장에 나와서 인사하는 것이 관례였다. 개인적으로는 개봉 날 영화관에 찾아가 무명의 신인 이경영이 대배우가 될 것임을 직감하고 악수하고 사인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 노래는 가수 강인원이 지인과 사업을 하려다 배신을 당해 실의에 빠졌을 때 제작 의뢰를 받아 만든 노래다. 강인원은 영화음악을 제작하기 위해 김현식·권인하·신형원 등 지인들을 모았다.
문제는 김현식이었다. 김현식은 당대 최고의 가수였지만 간암에 걸렸었다. 그럼에도 언제나 술을 마셨다. 주변 가수들이 술을 못 마시도록 만류했지만 쉽게 말을 듣는 성격도 아니었다. ‘비 오는 날 수채화’를 녹음할 때도 김현식이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결국 소주 반병을 마시고 녹음에 응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노래를 부른 당사자들의 고통이 녹아들어서인지 이 곡은 영화와는 달리 빅히트하면서 1980년대를 대표하는 비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음악상, 골든디스크상, KBS 가요대상 작사상, 한국 노랫말 대상 등 상복도 많았다.
하지만 노래를 부른 멤버들은 활동을 길게 하지 못했다. 강인원은 한 인터뷰에서 “김현식이 몸이 아픈데, 방송활동을 많이 해 고생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워 여러 방송에서 차트 1위를 할 때 미련 없이 활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노래에서 김현식은 목이 아파 소리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절규한다.
1980년대까지 가요계에는 비를 맞으며 걷는 이야기에 관한 가사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대기오염으로 비를 맞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순수와 낭만의 시대가 없어진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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