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1만2000원' 돌봄이 끊겼다…냄새나는 방에 갇힌 장애인들

김지은 기자 2024. 8.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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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처치 곤란이에요."

보건복지부는 장애 정도에 따라 최대 월 480시간까지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는 "어찌저찌 장애인 콜택시로 병원에 가도 서류 접수가 쉽지 않다"며 "요즘은 하루종일 집에서 TV만 듣는다. 복지관에 사람을 구해달라고 해도 지원자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거꾸로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을 선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업무 강도에 따른 보수 책정, 임금 구조 개선, 경력 인정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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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따기' 장애인 활동지원사… 장애인들 "집안일 마비"
50대 독서 시각장애인 조모씨는 최근 활동지원사가 그만두면서 이동이 어려워졌다. 요즘은 매일 같이 침대에 앉아 TV만 듣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지금 처치 곤란이에요."

11일 오전 10시쯤 서울 영등포구 한 오피스텔. 50대 독거 시각장애인 조모씨는 베란다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와 빨래를 언급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베란다 문을 여니 뜨거운 열기와 함께 쿰한 냄새가 진동했다. 다른 한쪽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분리수거 쓰레기가 있었다.

일하던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그만둔 후 지난 3주간 조씨 일상은 마비됐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은 장애인 집에 방문해 가사 업무, 신체 활동, 사회 참여 활동 등을 돕는다. 보건복지부는 장애 정도에 따라 최대 월 480시간까지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기간 집을 관리하지 못한 탓에 바닥에는 먼지가 있었다. 냉장고에는 지난달 사둔 달걀만 가득했다. 밥솥은 텅텅 비었다. 그는 "물을 끓이다가 발에 화상 입은 적이 있어서 요리를 못한다"며 "아침에도 편의점에서 죽을 사먹었다"고 말했다.

혼자서는 이동도 쉽지 않아 3주 동안 병원에도 못갔다. 그는 "어찌저찌 장애인 콜택시로 병원에 가도 서류 접수가 쉽지 않다"며 "요즘은 하루종일 집에서 TV만 듣는다. 복지관에 사람을 구해달라고 해도 지원자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3개월 동안 지원자 없다" 일상 생활 마비된 장애인들

조씨는 최근 활동지원사가 그만두면서 돌봄 공백에 빠졌다. 냉장고에는 지난달 사둔 달걀만 가득했다. 이전에 요리를 하다가 화상을 당한 적이 있어 음식을 하지 못한다. /사진=김지은 기자

여름철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한 장애인들이 '돌봄 공백'에 빠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내 수급자는 2만6536명이었지만 활동지원사는 2만1010명이었다. 경기 지역은 수급자가 3만5039, 활동지원사는 2만4844명이다. 수요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장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활동지원사가 일을 그만두는 이유는 낮은 임금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장애인 활동지원사 시급은 보통 1만2000원이다. 심야·공휴일에 근무 시 1만7000원 정도다. 50대 여성 김모씨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음식, 빨래, 청소를 하는데 노동 강도에 비해 시급이 낮다"고 말했다.

경기권에서 근무하는 40대 남성 박모씨는 "일부 장애인은 시내 깊숙한 곳에 사는 사람도 있다"며 "교통비도 안 나오는데 매번 자동차를 끌고 가는 게 부담이다. 집에서 가까운 수급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활동지원사 부재에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장애인들은 '이중고'를 겪는다고 한숨 지었다. 80대 노모와 함께 사는 50대 시각장애인 한모씨는 "5월부터 활동지원사를 구했지만 실패했다"며 "땀을 흘려도 빨래를 못해서 옷 갈아입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씨는 "너무 덥지 않나. 마트에 가서 시원한 물을 사 먹고 싶어도 꾹 참는다"며 "여름이 되니까 집안에서 큼큼한 냄새가 진동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활동지원사가 장애인 선택하는 현실…처우 및 임금 구조 개선 고려해야"

평소 50대 시각장애인 조모씨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 병원을 가지만 최근 3주 동안 병원 서류 접수가 쉽지 않아 가지 못했다. /사진=김지은 기자

공백이 길어질수록 우울함도 커진다고 했다. 한씨는 "평소에 소설을 쓰고 공모전에 작품도 제출했다"며 "지금은 활동지원사가 없어서 타 봐줄 사람도, 공모전에 글을 내줄 사람도 없다.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고립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매일 아침 지인들에게 연락해 온라인에 구인글을 올려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그는 "올해만 활동지원사가 6명이나 그만뒀다"며 "주변에 마땅한 사람이 없다 보니 알음알음 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활동지원사는 일을 더 한다고 해서 경력이 인정되는 구조도 아니다"라며 "시급도 높지 않아서 다들 덜 힘든 일을 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거꾸로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을 선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업무 강도에 따른 보수 책정, 임금 구조 개선, 경력 인정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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