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대신 불 끄고 AI가 약 조제 뚝딱… ‘일하는 로봇’과 만나다
동물 다리 모방한 사족보행 로봇… 의료 소프트웨어 탑재 로봇 등 선봬
윤리적 판단력-예술적 창의성 등… 인간과 공존 위한 근본적 고민도
이진원 RAIM 관장은 “로봇과 AI는 인간의 삶이나 사회에 파급력이 매우 큰 기술이라는 점에서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서로 친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RAIM이 구축됐다”며 “로봇과 AI는 인간 대신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는 동시에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어 윤리적인 관점에서의 고민도 할 수 있도록 전시관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 로봇·AI가 ‘온’이 되면 ‘오프’가 되는 인간
RAIM은 우선 로봇과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온 앤 오프: 일하는 로봇, 그리고 사람’이라는 테마의 기획전시를 마련했다. 온 앤 오프(ON & OFF)는 로봇과 AI를 작동시키려면 전기를 켜고 꺼야 한다는 의미와 로봇 및 AI가 작동(on)하면 사람은 일을 쉰다는(off) 뜻을 담고 있다.
사람의 부족한 근력을 보완해 주는 웨어러블 로봇, 물건을 형태·크기별로 분류하는 물류 로봇, 의료용 소프트웨어와 로봇팔 기술이 적용된 약사 로봇, 위험을 감지하고 알리는 AI 관제실 등을 체험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영역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꾸몄다.
● 창의적 작업도 로봇·AI가… 윤리 문제는 딜레마
RAIM에는 로봇, AI와 연관된 윤리적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공간들도 있다. 예를 들면 스크린을 보며 핸들을 돌리는 체험 공간은 ‘트롤리 딜레마’를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트롤리 딜레마는 브레이크 고장으로 멈출 수 없는 차량을 몰고 있을 때 어떤 윤리적 선택을 할지 판단하는 사고 실험이다. 도로 왼쪽에 노인 1명, 오른쪽에 어린이 2명이 있을 때 핸들을 어느 쪽으로 꺾을지 선택해야 한다.
윤리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딜레마는 로봇과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AI 알고리즘이 특정한 인종과 성별에 유리한 편향 학습을 했다면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재된 AI가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 및 AI와의 공존을 고민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예술과 연관이 있다. 과학관에는 로봇 팔이 ‘싱잉볼’을 연주하고 AI가 질문에 답해주는 명상 공간이 있다. AI 로봇이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공간도 있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예술 영역에도 로봇 및 AI가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의 공존이 미칠 영향을 지속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이 관장은 “로봇과 AI는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기술들이기 때문에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고민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로봇과 AI가 만드는 세상을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 양극단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사이 어딘가일 수도 있으니 과학관 체험을 통해 다양한 고민을 해보는 발상의 씨앗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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