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위성 발사해 우주서도 산림 관리”
1160억 원 들여 농림위성 개발… 내년 8월 미국에서 발사 예정
하루에 지구 13바퀴 반 돌며… 산림자료 촬영해 센터로 전송
산불-산사태 등 재난 대응 도와… 디지털 산림 기술 고도화 기대
“모두가 누리는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 우주에서도 산림을 살펴봅니다.”
8일 서울 강동구의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 상황실에서 만난 원명수 센터장은 농림위성(차세대중형위성 4호) 모형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 산불 폐목재가 튼튼한 건물로
지하 1층 지상 2층, 968㎡ 규모인 센터 건물은 나무로 만들었다. 국내 최초로 산불 피해 나무를 활용해 세운 건물이다. 2022년 축구장 2만2830개를 합친 넓이인 1만6301ha(헥타르) 피해가 난 경북, 강원 산불 때 불에 탄 소나무를 이용했다. 콘크리트로 바닥을 다지고 그 위에 나무로 기둥과 보, 벽체를 올렸다.
정찬식 산림과학원 연구관은 “목재 강도와 성능은 산불 피해 소나무나 일반 소나무나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산림과학연구원은 2018년 강원 삼척 산불 당시 불에 탄 소나무를 3년 동안 수집해 휘거나 구부러지게 하는 외부 압력을 견디는 힘(휨강도)을 측정했다. 2018년에는 77.1MPa(메가파스칼), 2019년은 79.4MPa, 2020년은 82.6MPa로 집계됐다. 국내 자생 소나무 평균 휨강도 76.1MPa을 넘어선 수치다.
건물에 사용된 목재 총량은 134㎥다. 저장된 이산화탄소량은 110t이다. 승용차 1대(연료소비효율 L당 14km 기준)가 1년에 1만5000km를 주행했을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2.4t 정도인데, 45대 넘는 승용차가 1년 동안 달리며 방출한 이산화탄소를 건물이 품는 것이다. 필요한 전기 대부분은 건물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에서 충당한다.
● 저비용 고효율 꼼꼼한 숲 관리
농림위성은 하루에 지구를 13바퀴 반을 돈다. 국내 상공에는 매일 오전 11시경, 2분 30초 정도 머물며 제주 국가위성운영센터에 자료를 보낸다. 기존 아리랑 위성이 보내는 화면 폭은 12km로 좁지만, 농림위성 화면 폭은 전보다 10배 넓은 120km다. 사흘이면 한반도 전체를 촬영할 수 있다. 식별 범위는 가로, 세로 5m다. 우주에서 침엽수나 활엽수 등 15개 나무 종류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센터는 위성이 보낸 산림 자료를 쓰임새에 맞춰 분석한다. 산불, 사태 같은 재난 예측과 대응, 피해 파악, 생태계 변화, 개화 시기 등 27개 종류의 자료를 파악한다. 김경민 산림위성센터 연구관은 “산림재난을 지상에서 파악하려면 인력과 시간이 많이 투입되고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위성 자료를 보면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농림위성에는 산림 관찰에 특화된 적외선 대역 적색 경계(Red-Edge)를 찍는 카메라가 국내 최초로 장착됐다. 가시광선인 R(빨강), G(녹색), B(파랑) 가운데 산불이나 병해충 같은 식생에 변화가 생기면 변화 폭이 가장 큰 R 대역의 세부적인 분석이 중요하다고 한다. 원 센터장은 “눈에 안 보이는 적색 경계에서 식물 변화 징후가 처음으로 나타난다”며 “적색 경계를 분석하면 식생 변화를 정확하고 빠르게 알 수 있다”고 했다.
● 세계 숲 산업 이끄는 핵심 기술
농림위성은 전 지구 표면의 약 60% 영역대를 관찰하며 국내 숲뿐 아니라 해외 숲도 촬영한다. 베트남, 브루나이, 볼리비아, 우루과이, 뉴질랜드는 산림의 97% 이상을 훑는다. 산림의 탄소 저장, 생태계 순환 과정을 구성하는 생물의 총합인 바이오매스 현황 등을 파악한다.
산림청은 농림위성으로 얻은 해외 숲 자료를 바탕으로 아시아산림협력기구 회원국과 해외조림사업 국가와의 국제협력 강화는 물론이고 숲 정보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산림청과 양자협력을 맺고 있는 39개 국가 가운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산림자원의 현황과 변화, 농림위성 활용 기술을 전수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농림위성 기대수명은 5년이다. 산림과학원은 후속 위성 연구에 들어갔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농림위성으로 디지털 산림 관리 기술을 고도화하고 산림 강국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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