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약 클럽, 걸리면 영업 정지”
7일 법 개정, 적발 업소는 영업 못 해
클럽 등 마약 사범 4년 새 3.6배로
市, 업소 이름-위반 내용 공개 추진
“마약이 담겼던 것으로 보이는 비닐팩이나 주사기 등은 없는지 꼼꼼히 봐주세요.”
9일 오후 10시 서울 서초구의 한 유흥주점 앞. 남색 조끼를 입은 서울시 식품정책과 직원이 이렇게 말하자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 경찰, 보건소 직원 등으로 이뤄진 합동단속반이 재빠르게 주점으로 진입했다. 불시 점검에 당황한 주점 직원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이들은 단속 취지를 설명한 후 업주의 허가를 받고 일사불란하게 주방, 화장실, 객실 등으로 흩어졌다.
● 마약 불시 점검 나선 서울시
금요일 밤 늦은 시각 합동단속반이 모인 이유는 서울시의 유흥시설 대상 마약류 일제 단속을 위해서다. 최근 대학가까지 대규모 마약 투약, 유통 범죄가 적발되는 등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서울시는 8월 한 달간 클럽형 주점 등 서울시내 4000여 개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마약류 일제 단속에 나섰다.
이날 합동단속반이 강남역의 한 클럽형 주점에 들어가자 음악이 크게 울리고 안쪽에서는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실내는 발밑이 어두워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지 않으면 걸음을 내딛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합동단속반 관계자는 “클럽과 같이 어두운 실내에서는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GHB 같은 마약을 몰래 술잔에 타는 등 오남용 범죄가 일어나기 쉽다”고 설명했다.
손전등을 들고 화장실 쓰레기통 안과 객실의 소파 주변을 면밀히 살펴보던 단속반이 “마약류 사용 의심 정황이 없다”고 하자 서울시 관계자는 ‘마약에 대한 호기심은 곧 죽음’ ‘단골 손님은 친절응대, 마약 손님은 경찰응대’라고 적힌 포스터와 스티커를 업주에게 건넸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유흥시설에서 마약 사건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만 마약류관리법으로 처벌됐지만 이젠 업소도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며 “손님뿐만 아니라 종업원들이 위법 행위를 하지 않는지도 잘 살펴 달라”고 당부했다.
7일 식품위생법이 개정·시행되면서 유흥시설 영업자가 마약 관련 위법 행위를 하면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법 개정 이전에는 ‘마약류관리법’으로 형사처벌만 받고 유흥시설 영업은 지속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위법 행위가 적발된 유흥시설에 대해 행정처분은 물론이고 업소명, 소재지, 위반 내용 등을 공개해 영업자와 손님 모두에게 경각심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날 단속을 받은 한 업주는 “법이 개정된 사실을 몰랐다”며 “원래도 이상한 낌새가 있는 손님은 즉각 경찰에 신고했지만, 앞으론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살펴봐야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는 “음주운전도 당사자뿐만 아니라 방조자도 처벌받는 것처럼, 마약류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이니 우리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라며 “서울시에서 받은 물뽕 검사 간이용 키트를 카운터에 구비해두고 의심 상황이 발생하면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 마약류 익명 검사도 증가세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유흥시설 관련 마약류 사범은 2020년 193명에서 지난해 686명으로 최근 4년 새 3.6배로 급증했다. 특히 전체 마약사범 중 20, 3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마약 범죄에 더욱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마약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서울형 검사·치료·재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25개 자치구 보건소에서 1년째 ‘마약류 익명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8∼12월 134건이었던 검사 실적은 올해 상반기(1∼6월) 375건으로 증가했다. 1년간의 익명 검사 결과 총 7건의 양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 마약류 중독 환자를 위해 ‘서울시 마약관리센터’(가칭)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이 센터는 공공과 민간 자원을 연계해 상담과 치료·재활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며 내년 6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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