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진보 또는 보수 유전자

경기일보 2024. 8.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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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인류는 다양한 두뇌활동으로 복잡한 사회활동을 영위하도록 진화했다. 생물학적 에너지 관점에서 단백질을 포함한 다양한 영양물질의 충분한 공급이 뇌의 발달을 가속화했다고 할 수 있다.

뇌의 발달은 다시 가금화와 경작 등 먹거리의 효율적 확보 방안을 마련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생식과 번식의 기회를 높였다.

인간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와 자원만으로도 지구를 위태롭게 할 정도의 개체군 크기를 이루고 있다. 인간의 기본권을 영위하기 위해 에너지와 자원을 확보하는 일은 모든 인간이 지구라는 생태계에서 안정적 또는 평화적 자기방어를 하기 위한 중요한 목적이 되고 있다.

작물의 경작과 동물의 가금화로 상시 생물학적 에너지 공급이 가능해지고 이 규모와 관리 방법에 따라 인간사회에 자본주의가 생성되는 일은 인간의 기본 요구를 얻기 위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자본의 규모에 따라 사회에는 다양한 계층이 형성되고 이 계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자본주의의 속성으로 일반적인 상식의 대를 이어오고 있다.

부모의 부에 의해 잘 갖춰진 자본으로 구축된 시스템은 이례적인 변수가 없는 한 자식에 의해 잘 유지되고 있다. 근대까지도 인류의 재배 및 사육기술은 여전히 자연에 의존함으로써 자원과 에너지의 공급량의 한계 때문에 대기근과 팬데믹 등 큰 사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은 그 제한된 흐름에 예속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그 큰 개체군 속의 다양하고 특정한 개체의 호기심은 도전과 성취를 통해 화학비료 발명은 물론이고 혁신이라 할 수 있는 경작기술의 발달과 이를 재분배하는 유통기술의 발달을 유도했다.

넉넉해지는 자원으로 더 이상 제한된 자본의 흐름에 예속되지 않는 자유계층이 두터워지게 된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전통적인 자본에 예속돼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유전자의 발현에 부응하기 어려웠던 개체는 이제 유전자 발현에 부응해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또 자본의 생성과 유지가 인간의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는 다양한 도구와 문명으로 바뀌면서 각 개체의 안정적 지위 확보를 위한 경쟁 노력이 다양화됐다. 뇌는 호기심 만족 이후 파생되는 지루함을 기피하기 위해 다양한 유전적 특성을 발동해 나름대로 우위적 결과를 얻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다.

결국 확보를 위한 이 다양성은 안정적으로 지위를 지키려는 방향과 이를 변화시켜 새로운 체계를 통해 지위를 확보하려는 방향에서 상충한다.

인류의 생존 전략으로 생성되는 사회는 자연적이지만 그 구성과 유지 관리는 두뇌의 발달을 야기한 인간의 진화적 특성상 매우 복잡하며 그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진화는 자연 선택의 대전제로 멸종하지 않으려는 특정한 방향이 있지만 그 방향의 구체성은 애매하다. 진화의 주체인 환경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개체의 호기심이 어떠한 문명을 이룰 것이며 이 문명의 구성원인 개체의 인문적 다양성이 어떤 유전자에 의해 발현하는지에 대한 예측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보수이거나 진보이거나 인간사회의 경향화를 유도하는 것은 특정 시점에서의 특정 개체의 유전적 차이가 특정한 성향으로 구체화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 속도에 대한 각 개체의 유전적 발현에서 체득하게 되는 인문학적 사고이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물학적인 ‘뼛속까지’ 보수와 ‘뼛속까지’ 진보는 존재하고 있다. 유전적 형질에 의한 요인도 있지만 생물학적 연령에 의한 요인도 있다.

물리적인 ‘에너지와 자원’ 그리고 ‘인문적 지위’는 모두 인간이기에 유전적으로 선택돼야 하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이들은 서로 사귀는 일까지 재고해 봐야 할 정도로 대립하고 있다. 아니, 대립돼진다.

생물학적인 유전적 성향 차이보다는 사회적인 대립 구도를 만들어 호기심이 생성하는 지루함을 잊게 해야 사회적 지위가 쟁취되는 개체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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