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다양성과 포용의 산실 ‘경기도’

경기일보 2024. 8.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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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고려, 조선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1천년 동안 통합과 포용이라는 특별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외지인의 대거 유입은 경기도 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사항으로 여러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됨으로써 풍습과 생활문화가 혼합되는 계기가 됐다.

현대 경기도의 문화적 다양성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경기도가 가진 통합과 포용의 역사적 임무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모색과 사회적 인식 확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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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경기역사문화유산원장

경기도는 고려, 조선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1천년 동안 통합과 포용이라는 특별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온 나라의 문화와 문물이 모여들고 뒤섞여 새로운 형태로 재창출되기도 했다.

특히 광복과 6・25전쟁 후 많은 외지 인구가 경기도에 유입되면서 이러한 면모가 크게 부각됐다. 광복이 되자 경기도에는 귀환동포와 월남민의 이입(移入)이 매우 많았다. 중국과 북만주 지역의 동포들이 인천항을 통해 귀국했고 이들은 해안선이나 연안을 따라 남하한 후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경기도에 정착하는 사례가 많았다. 또 지방에서 계속 발생한 정치적 소요사건, 자연재해와 전염병의 창궐 역시 인구 이동을 부추겼고,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곤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공업과 서비스산업의 중심지인 서울과 경기도로 몰려들었다.

6・25전쟁 중 경기도는 피란민들의 주된 이동 통로였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전후(戰後)에도 그대로 머물러 사는 경우가 많았다. 피란민은 주로 서울, 인천 등 큰 도시에 정착했지만 농촌지역에도 상당수가 유입됐다. 경기도는 각 지역에 난민수용소를 설치해 이들을 수용한 뒤 도내 미간척 유휴지와 간석지 등을 최대한 개발했다. 정부 역시 전황이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유엔의 지원을 받아 주택을 건설하고 피란민 정착사업으로 귀향불능 피란농민 정착 개간 및 염전사업장을 추진했다. 외지인의 대거 유입은 경기도 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사항으로 여러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됨으로써 풍습과 생활문화가 혼합되는 계기가 됐다. 현대 경기도의 문화적 다양성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 역시 통합과 포용의 실천이 절실하다. 빈부 격차와 세대 갈등, 지역 이기주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다문화 관련 지표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3년 통계에 의하면 경기도의 외국인 수는 38만여명에 달한다. 도민 100명 중 3명은 외국인 주민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다양성 포용도’는 매우 낮은 실정이다. 몇 년 전 영국의 BBC 방송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배경, 문화, 견해가 다른 이들에게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서로 관용적이냐”는 물음에 20%만 ‘매우 관용적’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27개 조사 대상국 중 2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7월 말 영국의 한 소도시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발생한 흉기 살해 사건은 ‘범인은 무슬림’이란 허위 정보가 소셜미디어에 등장하고 극우 인플루언서들이 이를 토대로 반이슬람‧반이민 정서를 앞장서서 자극, 증폭함으로써 급기야 극우 폭력 시위를 촉발시켰다. 세계 곳곳에서 극우 세력들의 인종차별을 기반으로 한 폭력이 숱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 역시 남의 일로 여길 수만은 없다. 경기도는 우리나라에서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경기도가 가진 통합과 포용의 역사적 임무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모색과 사회적 인식 확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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