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용 공짜 시대 끝나나

장형태 기자 2024. 8. 1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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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스마트폰 AI 기능 사용에 月 20달러 받을 수도”
일러스트=박상훈

올해 초 삼성전자 갤럭시가 내장형 인공지능(온디바이스 AI)을 선보인데 이어 애플도 이르면 가을 아이폰 등에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AI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가운데, AI 기능이 유료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CNBC는 시장 분석가들을 인용해 “애플이 곧 출시할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최대 월 20달러(약 2만7000원)에 제공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AI 유료화 전망은 앞으로 AI 기능이 매월 일정 금액을 내는 ‘구독 경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빅테크의 가장 큰 고민인 AI 수익성 딜레마를 구독료로 풀겠다는 것이다. 구글∙애플∙아마존∙메타 등 빅테크가 연간 수십, 수백조 원씩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며 생성형 AI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벌어들이는 돈은 투자에 비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용 AI를 유료화한다면 디바이스 기반 AI 서비스에서도 유료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생성형 AI 구독 모델을 정착시키면 너도나도 AI 유료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AI, 직접 팔기보단 끼워 팔기

AI 기능의 구독 서비스는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워드·엑셀이 포함된 자사 오피스 앱과 이메일 앱에 AI를 접목해 월 20달러를 받고 있다. MS는 지난 3월 ‘코파일럿 프로’를 출시했다. 오픈AI의 생성형 언어모델 GPT-4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AI로, 검색뿐 아니라 MS 워드·파워포인트·엑셀 등에서 문서 작성을 돕는다. 주제에 맞는 프레젠테이션을 생성해주고, 엑셀 문서 내 복잡한 데이터를 바로 분석해주는 식이다. MS는 코파일럿을 오피스 앱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MS는 코파일럿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유료 서비스로 고객들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AI 유료화는 챗봇 중심으로 이뤄졌다. 오픈AI·구글·엔트로픽 등 생성형 AI 챗봇을 서비스하는 업체의 경우 더 빠르고, 똑똑한 챗봇을 이용하려면 월 구독료를 내야 하는 방식이다. 오픈AI·구글·엔트로픽은 모두 월 20달러를 내면 고급 기능을 열어주고 있다.

빅테크가 주목하는 새로운 수익화 방식은 자신이 잘하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에 AI 기능을 더해 추가 요금을 받는 방식이다. 애플의 AI는 글귀나 그림을 생성하고, 사진과 문구를 수정해주는 보통의 생성형 AI 기능뿐 아니라 자사 음성 비서 ‘시리’에 AI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시리가 아이폰에 담긴 정보를 바탕으로 사진도 찾아주고 일정도 잡아주는 식이다. 또 오픈AI의 챗GPT를 탑재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검색도 가능하다.

애플이 AI 기능을 유료화한다면 기존 챗GPT나 코파일럿처럼 월 20달러를 받거나, 자사 구독 묶음 서비스에 AI 기능을 포함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현재 애플은 음악, OTT, 게임, 가상 저장 공간을 한데 묶어 ‘애플 원’이라는 상품으로 월 1만4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닐 샤 파트너는 “AI 투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애플은 그 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자체 생성형 AI 모델 ‘라마’를 앞세운 메타도 유료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메타는 AI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학계는 물론 상업적 이용에까지 라마를 무료로 풀고 있다. 하지만 수익화 방안도 동시에 고민 중이다. 지난 4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라마 접근 권한을 유료화할 수 있으며, AI를 통한 광고 및 유료 콘텐츠와 AI 비즈니스 메시지 등을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AI·헬스 공격적 행보... 삼성의 선택은

온디바이스 AI폰 시장을 연 삼성전자는 일단 당장 유료화보다는 AI 스마트폰 보급과 저변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을 통해 기존 출시된 갤럭시 스마트폰에도 AI 기능을 넣어주기로 했다. 또 삼성전자는 생체 정보 분석용 악세서리인 갤럭시링을 새로 출시하고, 건강 측정 앱인 삼성 헬스를 강화하고 있다.

매년 2억대에 가까운 갤럭시 스마트 기기를 출시하는 삼성전자가 완전 무료로 AI 기능을 탑재하고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미 시장에 나온 다른 스마트링 제품들은 기기값은 물론이고 건강 정보 체크 및 분석료 명목으로 월 수만 원의 구독료를 받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사업부 사장도 지난달 파리 공개 행사에서 “최신 AI 기능 업데이트를 유료화할지는 시장 상황과 소비자의 요구 등을 감안해 2026년 결정할 것”이라며 “일단 내년까지는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년부터는 갤럭시에서 AI 기능은 별도 구독료를 내고 써야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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