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싹쓸이한 中, ‘OLED 왕좌’도 빼앗아갔다

유지한 기자 2024. 8. 1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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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49.7% 1년새 한국 추월
일러스트=김현국

올해 1분기 글로벌 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점유율이 한국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OLED는 액정표시장치(LCD)보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한국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는데, 중국 기업들이 따라잡은 것이다. 저가 공세로 세계 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OLED까지 앞서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결국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중국 경쟁 업체를 따돌릴 신기술을 내놓지 못한다면, LCD처럼 OLED 시장도 중국에 빼앗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LCD 이어 OLED도 중국이 1위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OLED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1일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중소형 OLED를 포함한 전체 OLED 시장(출하량 기준)에서 점유율 49.7%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줄곧 1위였던 한국의 점유율은 49%로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은 각각 62.3%와 36.6%로 큰 격차가 있었다. 불과 1년 만에 20%포인트가 넘는 격차를 따라잡고 오히려 한국을 제친 것이다. 중소형 OLED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이 세계 점유율 50.5%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48.2%로 중소형 시장에서도 중국에 따라잡혔다.

중국의 추격은 인구 14억명 내수 시장 덕분이다. 여기에 미·중 갈등으로 애국 소비 열풍이 불고, 중국 당국이 자국산 부품 사용을 장려하면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화웨이·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OLED 패널의 한국산 부품 비율은 2021년 78%에서 지난해 16%로 뚝 떨어졌다. 대신 이들은 중국산 OLED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중국산 OLED를 장착해 ‘가성비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우고 있다.

◇中, OLED 대규모 투자도 잇따라

현재 중국산 OLED는 주로 중국 제품이나 애플의 보급형 제품에 들어간다. 아직 중국의 OLED 품질과 수율이 한국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전력, 무게, 화질 등에서 중국 업체들이 한국의 기술력을 따라오지 못해 애플의 아이패드 등 프리미엄 제품에는 아직 중국 기업이 납품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내수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으려 시도하고 있다.

특히 OLED가 스마트폰 중심에서 태블릿·노트북·PC 등 IT용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중국 기업들은 관련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BOE는 지난해 630억위안(약 12조원)을 투자해 IT 제품용 OLED 생산 라인을 건설한다고 밝혔고, 비전옥스도 IT용 OLED 공장을 짓기로 했다. 시장조사 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2020~2027년까지 세계 디스플레이 장비 지출의 85%가 BOE·CSOT 등 중국 제조 업체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12%로 예상된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OLED 기술력이 올라가면 현재 한국 기업들의 주요 공급처인 삼성과 애플의 프리미엄 제품을 두고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며 “얼마든지 OLED 시장에서도 저가 공세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기술 격차를 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OLED 시장에서도 LCD 때처럼 저가 공세가 이어질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TV 패널 공장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 CSOT가 선정됐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LCD TV 패널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사라지고 중국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이 우위에 있었던 LCD는 시간이 지나 범용 기술이 되면서 저가를 내세운 중국이 시장을 장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LCD 사업을 완전히 접었고, LG디스플레이도 2022년 국내에서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했고 중국 공장을 매각 중이다. 앞으로 중국 3대 기업의 LCD 점유율이 70%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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