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치지도 못하는데 선발 전날 골프라니…
78일. LG 최원태가 6전 7기 끝에 시즌 7승 고지에 오르는데 걸린 시간이다. 최근 경기에서 결과가 안 좋기도 했지만, 그보다 부상이 뼈아팠다. 난데없는 억측에 마음고생도 심했다.
최원태는 10일 잠실 NC전 5이닝 1실점 호투로 9-3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5월 24일, 같은 NC전 승리 이후 두 달 보름 만의 첫 승리다. 5월 NC전 이후 6차례 선발 등판에서 승 없이 3패만 기록하다 7번째 도전 만에 드디어 승을 추가했다.
최원태는 지난 6월 11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 전날 삼성전 선발 투수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옆구리 통증으로 갑작스럽게 빠졌다. 검진 결과 우측 광배근 미세 손상 진단을 받았다. 최원태는 엔트리 말소 이후 꼭 한달만인 지난달 12일에야 1군 등록이 됐다.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국내 1선발이 한 달을 떠나 있었으니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염경엽 LG 감독도 “무책임하다”며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부상 원인을 두고 최원태가 등판 전날 골프를 치다 옆구리를 다쳤다는 억측까지 나왔다. 억울해도 어디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10일 NC전 승리 후에야 당시 상황에 대해 말을 할 수 있었다. 최원태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화요일 선발이니까 월요일 캐치볼을 하는데 갑자기 허리가 쑤시더라. 근육통 정도로 알았고, 참고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 일어났더니 통증이 너무 심하더라”고 했다. 평소 루틴대로 훈련을 진행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통증이 왔다는 이야기다.
그 와중에 골프 억측이 들려왔다. 최원태는 “주변에서 친구들까지 ‘골프 쳤느냐’고 하더라. 골프는 잘 치지도 못하는데…”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날이 선발인데 누가 골프를 치러 가겠느냐”고 하소연 했다.
부상 이탈 전까지 최원태는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하며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켰다. 갑작스러운 부상에 아쉬움이 컸지만 “하늘의 뜻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령탑의 쓴소리가 힘들지는 않았을까. 최원태는 “감독님이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저한테는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셨다. 더 편하게 해주시려는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최원태는 지난 시즌 도중 키움에서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유망주 이주형과 유니폼을 맞바꿨다. KBO에서 보기 드문 대형 트레이드. 그만큼 LG의 우승 열망이 컸고, 최원태에 거는 기대가 컸다. 최원태는 이적 후 첫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이후 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LG 유니폼을 입고 9차례 선발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 6.70에 그쳤다. 최원태는 “그 첫 경기만 딱 좋았고, 그게 끝이지 않았나 싶다”며 스스로 부진을 인정했다.
올해는 자존심 회복이 필요하다. FA를 앞둔 시즌이기도 하다. 최원태는 “결과를 내려고 하지는 않는다”며 “투구 밸런스나 그런 부분에서 좋았던 느낌을 계속 찾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은 제 성적보다는 팀 성적이 중요하니까, 한 경기 잘 던졌다고 다음 경기 잘 던지려고 하기 보다 그냥 제 계획대로 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LG는 1위 KIA와 5경기 차다. 역전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간격이지만, 최원태가 꾸준히 호투를 해 준다면 그 가능성은 커진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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