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해리스로 활기 찾은 美 민주 지지자들

홍주형 2024. 8. 1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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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에 실망했던 지지자들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 생겨나
트럼프캠프 “허니문” 평가절하
이번엔 유리천장 깨질지 관심

“사람들은 해리스에게 투표하는 것에 사실 신나(excited) 있어.”

케이티(36)는 10일(현지시간) “해리스 열풍은 진짜냐, 사람들은 해리스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홍주형 워싱턴 특파원
홍보 전문가로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의 고향 오하이오 출신 흑인인 그녀는 워싱턴의 시민단체, 홍보대행업체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재생산권(낙태권)의 강력한 옹호자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중동 정책을 지지하지 않지만 이번 대선에선 그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려고는 도저히 투표장에 갈 것 같지 않았다고 한다.

메릴랜드 거주 백인 우버 기사 데이비드(60) 역시 해리스 부통령에 투표할 생각이다. 오랜 민주당 지지자인 그는 “신난 것은 젊은이들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내가 편향된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달라”면서도 이길 가능성이 생겼다고 기대에 차 말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모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길 줄 알았지만 승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수많은 관측 시스템에도 어차피 선거 결과는 논리적이지 않다. 판세가 어떻건 선거를 이어나가기 위해 없으면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실제 그렇든 그렇지 않든 선거에 이기고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혹은 착각, 이로 인해 얻어지는 ‘흥’이다. 6월27일 TV 토론이 미국인들에게 참담했던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가 드러났기 때문만이 아니라 어느 쪽을 택하든 미국의 앞날이 과거를 답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좌절 때문이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선출이 민주당 지지 성향 미국인들에게 되돌려준 것은 바로 ‘흥’과 이길 수도 있겠다는 기대다. 부통령으로서 인기가 없었다거나, 바이든 대통령과 외교 정책에서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문제 특사로서 ‘이민 차르’의 이미지를 덮어쓴 것을 잊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될 수 있겠다고 믿을 만큼 이들은 들떠 있었다. 마지못해 투표장에 갈 사람들이 열렬한 마음으로 투표장에 가게 만든 것, 그것이 해리스 부통령이 가져온 변화다.

트럼프 캠프는 이를 ‘해리스 허니문’으로 부르고, 몇 주가 지나면 ‘바이든의 부조종사’로서의 해리스의 실체가 곧 드러날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그럴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비판받았던 경제 문제가 갑자기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다른 뚜렷한 이민 문제 해결책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재생산권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흑인이자 인도계인 50대 여성으로 70대 백인 남성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후보를 갖게 된 것 자체로도 이들에겐 지난 몇 주가 충분한 재생의 시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기다 기름을 들이부었다. 늦봄 미국 대학가를 휩쓸었던 반전 시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 중 하나가 ‘교차성(intersectionality)’이었다. 젠더·인종·계급과 같이 한 개인이 가진 다양한 정체성은 상호교차적으로 형성되고, 그에 따른 차별도 복합적으로 작동한다는 용어다. 흑인 페미니즘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 말은 지난 주말 워싱턴 듀퐁서클의 서점 ‘크레이머스’에서 만난 백인 여대생 두 명에게서도 흘러나왔다. 해리스 부통령이 자메이카계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를 뒀기 때문에 미국 흑인이 아니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시한 것은 바로 그 상호교차성이다.

2024년 8월, 워싱턴에 도착해 처음 본 ‘해리스 허니문’의 모습이다. 미국의 유리천장을 이번에는 꼭 깨자는 클린턴 전 장관의 뉴욕타임스(NYT) 기고, 링크트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의 실리콘밸리발 해리스 부통령 지지 성명 등 지난 2주간 쏟아졌던 저명인사들의 지지 이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 해리스 부통령 등판으로 비로소 활기를 되찾은 평범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목소리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다른 말을 하겠지만, 새로움의 활기만큼 첫 장을 열기에 적합한 것은 없다는 생각에 이들의 목소리를 첫 칼럼으로 남겨 둔다.

홍주형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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