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예 특공대 맹활약, 제 말대로 됐네요"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2024. 8. 11. 23: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재근 진천 선수촌장 인터뷰
144명 선수로 종합 8위 성과
선수간 인사 등 단합 이끈 결과
펜싱 오상욱 金 가장 기억 남아
엘리트 체육 기사회생했지만
지속성 중요, 4년 후 준비해야
장재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이 11일 프랑스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한 뒤, 대한체육회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리 김지한 기자

"와, 진짜 말한 대로 된 게 신기하네요. 적은 인원에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낸 우리 선수들에게 그저 고맙습니다. 하하."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메종 드 라 시미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만난 장재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62)은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맹활약에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장 촌장은 불과 두 달 전 매일경제신문을 통해 "대한민국 선수단은 소수정예 특공대로 파리올림픽에 도전한다"고 했다. 선수 144명으로 종합 8위(금메달 13개·은메달 9개·동메달 10개)에 오른 한국 선수단의 성과에 장 촌장은 크게 고무됐다.

파리올림픽 한국 선수단 총감독을 맡았던 장 촌장은 "적은 인원이었던 만큼 선수단의 모든 구성원이 '한 팀'으로 더 똘똘 뭉쳤다. 선수, 지도자, 훈련 파트너, 지원 스태프 등 너 나 할 것 없이 특공대 역할을 잘 수행했다. 모두 감사하다"며 활짝 웃었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장 촌장은 "이번 올림픽은 한국 엘리트 스포츠가 중요한 기로에 설 대회"라고 말했다. 당초 잡았던 목표는 금메달 5개 이상, 종합 15위 이내. 그러나 한국 선수단은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양궁이 5개 전 종목을 휩쓸었고, 사격(금3, 은2)과 펜싱(금2, 은1)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태권도, 유도 등 세대교체를 이룬 종목도 적지 않았다.

"금메달 7~8개까지 내다봤지만 13개까지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던 장 촌장은 "올림픽 개막을 100일 남겨놓았을 때는 정말 금메달 5개 안팎이 예상치였다. 엘리트 체육이 붕괴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도 컸다. 그때 선수와 지도자들이 훈련에 집중했고, 구성원들의 눈빛이 달라지면서 개막 30일을 남겨놓고서는 뭔가 일을 내겠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밝혔다. 뚜껑이 열리자 연일 메달레이스를 챙긴 장 촌장은 "대회 기간 중 메달이 안 나온 날에는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많은 메달 덕분에 오랜만에 행복한 고민도 가져봤다"고 말했다.

장 촌장은 지난달 12일 파리 인근 퐁텐블로에 마련한 사전 훈련 캠프 '팀 코리아 파리 플랫폼'이 개관했을 때부터 선수단과 함께했다. 평소에도 선수촌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꼼꼼하게 챙기면서 스킨십을 이어오던 장 촌장은 파리올림픽에서는 경기 전 몸을 푸는 웜업장부터 찾아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줬다.

장 촌장은 "경기 구경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고 직접 한 번 더 말해주는 게 큰 힘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과 경기 전에 손도 마주치고, 조금이라도 더 얘기를 나누면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국 선수들이 따낸 모든 메달이 뜻깊지만 장 촌장은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오상욱(28·대전광역시청)이 금메달을 땄던 것을 이번 대회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으로 꼽았다. 장 촌장은 "올림픽 준비 기간에 상욱이가 부상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했다.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땄을 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너무 기뻐서 경기장 아래까지 뛰어내려갔다"며 웃어 보였다.

장 촌장은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낸 비결로 '종목 간 단합'을 꼽았다. 그는 "선수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선수들에게 종목 가릴 것 없이 서로 인사하라고 했다. 지금은 서로를 향해 무언의 응원을 하고 서로 시너지도 내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자평했다. 이번 대회에서 두드러진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출생자)의 반란'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내가 선수로 뛰었을 때 세대는 수동적이었다. 반면 현재 젊은 세대는 능동적이다.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훈련한다. 그만큼 자기 관리를 우리 때보다 더 철저하게 한다. 훈련 능률이 올라가고 경기력도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파리올림픽을 통해 성과를 확인했지만 장 촌장은 냉철한 시각도 빼놓지 않았다. 장 촌장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 스포츠는 기사회생한 것뿐이다. '회생'은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겸손한 자세로 2028년 올림픽을 다시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촌장은 엘리트 스포츠의 지속적인 발전 방안으로 국가대표 선수를 위한 재정 지원 확대, 시대 흐름에 맞는 훈련 시스템 보완을 강조했다.

특히 장 촌장은 안세영의 문제 제기로 불거진 배드민턴대표팀의 훈련 방식 문제와 관련해 "쉽게 말해 훈련 방식이 Z세대에게는 안 맞을 수 있다. 기존 제도를 완전히 없애자는 건 아니지만 현재 뛰는 선수들에게 맞게끔 보완·수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가 이번 문제를 살펴볼 것"이라던 그는 "이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어떤 문제를 바꿨다고 누구 하나 피해를 보면 안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파리 김지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