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서 보고 계시죠" … 한국新 세운 박혜정의 사모곡
최근 암투병 어머니 별세
슬픔 이기고 최고 기록
근대5종 성승민 동메달
亞 여자선수로는 최초
박혜정(21·고양시청)이 2024 파리올림픽 마지막날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 남현희 씨께 소중한 은메달을 바치게 된 그는 시상대 두 번째로 높은 곳에서 "엄마 혜정이가 해냈어요"라며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대회 역도 여자 81㎏ 초과급 경기에서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을 들었다. 기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 기록 296㎏에서 3㎏을 경신한 그는 생애 처음 출전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한국 역도는 2020 도쿄 대회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최소 1개 이상의 메달을 획득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박혜정이 여자 81㎏ 초과급 경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스타 선수들도 벌벌 떨게 만드는 무대가 올림픽이지만 박혜정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동안 큰 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던 '강심장' 박혜정은 펄펄 날았다. 한국 역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신기록까지 세운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윤진희(동메달)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한국 선수가 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장미란의 경기 영상을 보고 운명처럼 역도를 시작하게 된 박혜정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재학 시절 맹활약을 펼치며 '제2의 장미란'이라는 기분 좋은 별명을 얻었다.
성장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던 건 아니다. 박혜정은 한국 역도의 전설 장미란과 비교되는 것에 부담감을 느껴 잠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박혜정에게 포기란 없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자신감을 회복한 그는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더욱 훈련에 매진했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말을 가슴에 새긴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매일 새벽 5시 30분부터 늦은 저녁까지 진행되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양손바닥에 굳은살을 달고 살았던 그는 하루에 많게는 4000㎏ 이상을 들기도 했다.
금메달은 아쉽게 리원원(중국·합계 309㎏)에게 내줬지만 박혜정은 지난 4월 8년간의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 남현희 씨께 올림픽 은메달을 바치게 됐다. 육상 원반던지기 선수 출신인 어머니는 박혜정이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역도 선수로 성장하는 데 버팀목 역할을 했었다.
박혜정은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는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서 어머니 생각을 최대한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어머니가 떠올랐다"며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나를 안아주셨을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면 어머니께 메달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성승민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근대5종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같은 날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5종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근대5종 여자부 결승 경기에서 성승민은 펜싱, 승마, 수영,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441점을 기록했다. 금메달만큼 값진 동메달을 따낸 성승민은 한국 여자 근대5종의 새 역사를 쓴 주인공이 됐다.
지난 8일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20승을 쌓아 225점을 얻어 8위에 이름을 올렸던 성승민은 이날 승마에서 감점 없이 300점 만점을 따내며 중간 합계 3위(525점)에 자리했다. 펜싱 랭킹 라운드 최하위 2명부터 '서바이벌' 방식으로 올라가며 추가 점수를 노리는 보너스 라운드에서는 엘레나 미켈리(이탈리아)에게 패배해 5위(525점)로 순위가 하락했다. 하지만 수영 선수 출신인 그는 수영에서 전체 2위에 해당하는 2분11초47의 기록을 세우며 3위(813점)로 도약했다. 앞선 종목들의 성적에 따라 출발 시차를 두는 레이저 런에서 선두보다 31초 늦게 출발한 성승민은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았고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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