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말 때문에 고생한 3년 전 그 선수, 우여곡절 끝에 근대5종 완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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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이 말을 안 들어서 올림픽 메달 꿈을 접어야 했던 근대5종 선수가 3년 뒤 마지막으로 오른 올림픽 무대에서 우여곡절 끝에 경기를 완주했다.
독일의 아니카 칠레켄스(34)는 11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결승에서 합계 1천376점을 받아 15위에 올랐다.
칠레켄스는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제대로 '블랙 코미디'를 연출해 전 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씁쓸한 웃음을 안겼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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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무대' 파리서도 승마서 감점돼 탈락…다른 선수 기권으로 행운의 결승행
(베르사유[프랑스]=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말(馬)이 말을 안 들어서 올림픽 메달 꿈을 접어야 했던 근대5종 선수가 3년 뒤 마지막으로 오른 올림픽 무대에서 우여곡절 끝에 경기를 완주했다.
독일의 아니카 칠레켄스(34)는 11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결승에서 합계 1천376점을 받아 15위에 올랐다.
칠레켄스는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제대로 '블랙 코미디'를 연출해 전 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씁쓸한 웃음을 안겼던 선수다.
결혼 전이었던 당시 '아니카 슐로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한 그는 펜싱, 수영을 치른 시점까지 선두를 달렸으나 이어진 승마에서의 좌절로 메달 꿈을 접어야 했다.
칠레켄스는 승마에서 만난 말 '세인트 보이'가 장애물 넘기를 거부하는 등 말을 듣지 않아 완주하지 못해 '0점'을 받았다.
속이 터질 법한 칠레켄스가 펑펑 울면서 경기를 이어가던 모습은 보는 사람을 웃게 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게 만드는, 도쿄 대회의 명장면 중 하나였다.
2012년 런던 대회부터 올림픽 무대에 오른 베테랑 칠레켄스는 도쿄의 아픔을 뒤로하고 이번 파리 대회에도 도전했다. 30대 중반인 그는 파리를 자신의 은퇴 무대로 삼기로 했다.
칠레켄스는 이번에도 말 때문에 위기를 겪었다.
준결승 승마 경기에서 만난 말 '아레초 데 리버랜드'가 한 차례 장애물에 걸린 뒤 멈춰 선 것이다.
칠레켄스는 완주는 했지만, 승마에서 시간 초과 감점을 받은 탓에 점수가 좋지 못했다.
5개 종목을 모두 합한 최종 점수에서 단 '2점'이 부족해 상위 9명에게 주는 결승 출전권을 놓쳤다.
그런데 결승 날 아침 칠레켄스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준결승에서 A조 5위로 결승에 올랐던 영국 선수 케이트 프렌치가 몸이 안 좋아져 출전을 포기하면서 칠레켄스가 결승행 막차를 타게 된 것.
프렌치는 도쿄 대회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출전이 가능해졌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칠레켄스는 아침 운동을 위해 8㎞를 뛰고 가족을 만나러 가던 중이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급하게 베르사유 궁전으로 간 칠레켄스는 경기를 완주해냈다.
칠레켄스는 "가장 큰 목표는 승마에서 잘하는 것"이었다며 "정말 좋은 말과 관중들 앞에서 즐거운 승마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생활의 마지막 경기를 즐기려고 했다. 운동선수는 때로는 터널에 갇혀 즐기는 걸 잊어버리기도 한다"고 돌아봤다.
앞으로 말 때문에 고생할 근대5종 선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근대5종에서 승마 종목이 제외되기 때문이다.
도쿄 대회의 '말 안 듣는 말'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칠레켄스가 세인트 보이 때문에 선두에서 30위 밖으로 추락하면서 말을 추첨으로 배정받아 20분 남짓 파악한 뒤 경기에 나서야 하는 현재 경기 방식이 '복불복'이라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칠레켄스의 코치가 채찍질을 더 강하게 하라고 외치고 주먹으로 말을 때린 점도 드러나면서 말과 제대로 교감할 시간 없이 채찍질해가며 달리게 하는 것이 '동물 학대'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후 논의에 착수한 국제근대5종연맹(UIPM)은 몇 개월 만에 올림픽 근대5종 경기에서 승마를 제외하기로 전격 결정, 이번 파리 올림픽까지만 승마 경기를 포함하기로 했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부터는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장애물 레이스로 대체된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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