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주에서 확실한 아시아 최초 메달리스트로...성승민, 근대5종 새 이정표

성승민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근대5종 결선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파리= 서재훈 기자

성승민(한국체대)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 한국 여자 근대5종의 새 역사를 썼다.

성승민은 11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결선 경기에서 펜싱, 승마, 수영,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441점으로 3위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첼레 구야시(헝가리·1,461점), 엘로디 클루벨(프랑스·1,452점)은 각각 금, 은메달을 가져갔다.

한국 근대5종은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대회에서 남자부 전웅태(광주광역시청)가 사상 첫 동메달을 따냈고, 이번엔 여자부에서 성승민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근대5종 여자부 경기에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가 메달권에 진입한 적이 없어 성승민은 ‘아시아 최초의 여자 근대5종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성승민은 일찌감치 근대5종의 기대주로 두각을 나타냈다. 수영 선수로 시작했지만 대구체중에 진학한 뒤 교사의 권유를 받아 근대5종으로 종목을 바꿨다. 중학교 시절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가능성을 보였고, 고등학교 때도 전국체전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수영 기초가 탄탄한 성승민은 2021년 11월 고교생 신분으로 처음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성인 선수들을 제치고 2위에 오를 만큼 실력이 뛰어났고, 태극마크를 단 이후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춰 나갔다.

지난해 5월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서 처음으로 개인전 은메달을 따냈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선 말이 장애물을 여러 차례 지나치는 등 고전한 끝에 승마 점수를 따내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지만 여자 근대5종을 이끌어 온 선배 김선우, 김세희와 뜻깊은 단체전 동메달을 합작했다.

이후 펜싱과 승마, 사격을 집중적으로 연마한 성승민은 올해 대표팀의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4월 월드컵 2, 3차 대회에서 연속 개인전 은메달을 수확했고 6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여기에 여자 계주에서도 김선우와 호흡을 맞춰 사상 첫 우승을 일궈냈다.

처음 올림픽에 출전해서도 그의 기세는 이어졌다. “많이 떨고 긴장하면서도 즐길 줄 아는 게 장점”이라고 밝힌 성승민은 펜싱 랭킹 라운드와 준결선까지 주춤했지만 메달이 결정되는 결선에서 제 기량을 발휘했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경기장에 1만5,000여 명의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펼쳐진 결선에서 성승민은 두 명의 유럽(헝가리·프랑스) 선수에 이어 당당히 3위로 레이저 런 결승선을 통과, 아시아 여자 선수 최초의 올림픽 근대5종 메달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성승민과 함께 출전한 김선우는 1,410점으로 8위에 자리해 세 번째 올림픽에서 개인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한국 근대5종은 전날 남자부에서 전웅태가 6위, 서창완이 7위에 오른 데 이어 여자부에서도 두 선수 모두 10위 이내 성적을 내며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파리 =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