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육수당’ 2637명 못 받았는데…뒷짐만 진 전남교육청
한 학기 지나도록 대책 마련도 안 한 교육청 “조치할 것”
전남도교육청이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지급하기 시작한 ‘학생교육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학생이 2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3명이 한 학기 동안이나 교육수당을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교육청은 이들에 대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매월 지급되고 있는 교육수당의 사용액도 절반을 넘지 못한다. 서점이나 예체능 학원 등으로 사용처가 제한되면서 이런 시설이 없는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미사용 금액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경향신문이 전남도교육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전남학생교육수당 관련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교육수당을 받지 못하는 학생이 263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교육청은 ‘학생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 인구소멸 지역의 교육 불균형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지난 3월부터 초등학생 8만280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수당 지급을 시작했다. 지역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16개 군지역은 매월 10만원, 나머지 지역은 월 5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수당 지급이 시작된 지 한 학기가 지났는데도 100명 중 3명(3.18%)은 수당을 신청하지 않았다. 미신청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영암군으로 지급 대상 2174명 중 118명(5.4%)이나 됐다. 나주시도 6430명의 학생 중 317명(4.9%)이 신청하지 않았다.
미신청 학생이 많은 것은 복잡한 절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교육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보호자가 전남도교육청 홈페이지에서 본인인증 등을 거쳐 직접 신청해야 한다. 온라인 신청이 완료되면 NH농협에서 수당이 지급되는 별도 카드인 ‘전남 꿈 실현 공생카드’도 발급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수당을 신청하지 못한 학생의 상당수는 보호자가 온라인 신청 등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거나 조부모 등 취약계층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신청 학생 비율이 높은 영암과 나주는 외국인 주민 비율이 높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외국인 주민 비율은 영암 14.2%, 나주 5.0%로 전남지역 평균(4.1%)보다 높다.
전남교육청은 미신청 학생에 대한 실태조사 등 별다른 대책을 시행하지 않았다. 교육청은 ‘미신청 사유’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에 대해 “개인 사정으로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지급된 교육수당 사용률도 저조하다. 도교육청은 이 기간 189억9965만원을 지급했지만 사용금액은 88억8000만원(46.3%)에 그쳤다. 지급된 수당의 절반도 사용되지 못한 것이다.
낮은 사용률은 사용처 제한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청은 ‘교육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문구점이나 서점, 문화 시설, 피아노·태권도 등 예체능 학원 등에서만 사용하도록 했다. 지역 음식점이나 마트에서 사용할 수 없고 ‘국·영·수’ 학원도 안 된다.
전남의 많은 농어촌 지역에는 수당을 쓸 수 있는 가게가 하나도 없는 곳이 상당하다. 학생교육수당은 오는 12월15일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지난 4개월 동안 100억원의 미사용 금액이 발생했는데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연말 미사용 수당 규모는 250억원에 이를 수 있다. 정철 전남도의원(교육위원회)은 “교육수당은 좋은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도시와 다른 농촌지역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남도교육청은 “학교 단위로 미신청 학생을 파악해 조처를 하고 있다”면서 “사용처 제한으로 수당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으며 지속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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