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활 금맥 키워낸 ‘돈맥’
현대차, 슈팅 로봇·장비 등
양궁에 500억원 넘는 투자
SKT, 20여년간 펜싱 지원
사격도 과거 한화 후원받아
특정 종목 메달 쏠림 보여
대한민국 선수단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폐막을 사흘이나 남겨놓고 금메달 13개를 수확했다. 당초 5개가 목표라던 대한체육회의 예상을 보란 듯이 제치고 2012년 런던 올림픽(금13·은9·동9)과 같은 수의 금메달을 따냈다.
성적은 뛰어났지만 메달 편중 현상은 여전했다. 일본이 7개 종목에서 금메달 18개를 딴 것과 달리 한국은 금메달 13개 중 양궁, 펜싱, 사격, 태권도에서 12개가 쏟아졌다. 특히 한국이 따낸 금메달의 절반을 차지한 양궁과 펜싱은 오랫동안 특정 대기업의 후원을 받은 종목이다. 사격을 포함하면 금메달 77%가 대기업 후원 종목에서 나왔다. 풀뿌리 체육이 성장하는 대신 집중 투자가 이뤄진 특정 종목에서 성과가 나는, 과거 한국 사회 저돌적 산업화 모델이 스포츠에서도 여전히 작동 중이다.
양궁은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받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 겸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양궁을 지원하며 5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했다. 2012 런던 올림픽 이후로는 연구·개발(R&D) 능력이 총동원됐다. 슈팅 로봇이나 선수들의 자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훈련용 다중카메라, 활 성능을 점검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 등의 제공은 다른 나라 선수들은 꿈도 못 꿀 정도의 지원이다.
전 세계 최고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투자하는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은 5개 종목을 싹쓸이한 파리에서 다시 한번 크게 주목받았다.
펜싱에는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SK텔레콤의 후원이 있다. 20년 넘게 펜싱 종목의 경기력 향상과 저변 확대를 위해 300억원가량을 투입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 및 국제대회 지원 등에 집중해왔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국내에서 19회째 열린 SK텔레콤 국제 그랑프리 펜싱 대회 등으로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며 한국 펜싱의 산실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펜싱 대표팀은 이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도 진천선수촌에 올림픽 경기장과 같은 규격의 피스트를 만들고 관중 함성과 경기장 조명까지 동일한 조건을 갖춰 훈련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훈련 파트너와 전담팀, 전력분석관 파견은 물론 의무 트레이너까지 별도로 지원했다. 펜싱 경기장 인근 호텔을 선점해 선수들이 대회 기간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이번에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로 대선전하며 부활한 사격도 과거 한화의 후원을 받았다. 지난해 인연이 끝났지만 한화가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아 지원한 20년 사이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2016 리우 대회까지 금메달 5개, 은메달 7개, 동메달 1개를 땄다.
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지는 실력도 결국 돈의 싸움이다. 올림픽도 전쟁이라며 해병대 훈련을 하는 쇼맨십이 아닌, 투자와 관심으로 성장시켜온 거대 회장사들의 지원이 성과를 만들었다. 어쩌면 진천선수촌으로 대표되는 국가 및 체육회 주도의 ‘시스템’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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