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5종 첫 메달’ 성승민 “4년 뒤에는 메달도 노랗게 염색할게요”[올림픽x인터뷰]
첫 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올라선 성승민(21·한국체대)이 꺼낸 첫 마디는 “아 3등이다”였다.
아시아 최초의 여자 근대5종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자부심이었다.
성승민은 11일 프랑스 샤토드베르사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여자 결승에서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런(육상+사격) 경기 결과 총 1441점으로 전체 3위로 대회를 마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승민은 취재진과 만나 구릿빛 메달을 어루만지며 “잊지 못할 첫 메달이다. 아시아 여자 선수로는 최초라는 사실에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성승민은 수영 선수 출신으로 대구체중 2학년 근대5종에 입문했다. 2021년 11월 고교생 신분으로 태극마크를 달은 그는 지난 6월 한국 근대5종 역사상 여자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 개인전 우승을 달성해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파리 올림픽에선 한국을 넘어 아시아 여자 선수로 최초의 메달리스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했다.
성승민은 시상대에 올라설 때까지 보냈던 지난 나날을 떠올렸다. 그는 “하루에 8~9시간은 훈련했다. 육상 훈련이 정말 싫었는데 그래도 근대5종 선수라면 달려야 했다”고 웃었다.
성승민은 자신의 첫 경기였던 승마를 감점없이 300점 만점으로 마친 것이 원동력이 됐다고 짚었다. 그는 “항상 기술 종목이 부족해 승마와 펜싱에 더욱 공을 들였는데, (다음 올림픽부터는 제외되는) 승마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짧은 시간에 말과 교감을 이루느라 쉽지 않았는데, 말이 불편하지 않게 다룬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성승민에게 아쉬움이 남은 종목은 역시 마지막 레이저 런이었다. 앞선 종목들의 성적에 따라 출발 시차를 두느라 선두였던 엘로디 클로벨보다 31초 늦게 출발한 그는 라이벌들의 부진에 금메달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뙤약볕에서 소진된 체력이 사격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성승민은 “욕심이 나서 따라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체력이 부족한 걸 느꼈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3등이었다”고 말했다.
성승민은 이제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LA 올림픽부터는 승마 대신 휠과 구름사다리, 벽 등 다양한 장애물을 빠르게 통과하는 장애물 레이스가 도입돼 쉴 틈이 없다.
성승민의 취미는 염색이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는 노랗게 머리를 물들였던 그는 LA 올림픽은 “메달을 노랗게 물들이겠다. 동메달을 땄으니 이젠 금메달을 노려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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