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전거래 시스템, 중고거래 신뢰 위한 변화의 시작
중고거래 사기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비대면 거래 시 선결제를 악용한 전형적인 사기수법은 물론, 이제는 직접 대면해 물품을 사고파는 직거래조차 안전지대가 아니다. 사기 피해 정보공유 웹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2023년 접수된 중고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31만2169건, 금액은 무려 2597억8240만원에 달했다.
중고거래가 개인들 간 거래가 이뤄지고 사용했던 제품을 사고팔다 보니 개인 간 거래 환경이 통제되거나 보호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반 상품 거래와 달리 중고거래는 구매자 입장에서 제품의 상태, 품질, 판매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중고거래는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지 않고 계좌 지급정지 의무화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아, 사기로 인한 피해와 책임은 오롯이 소비자 개인의 몫이 된다. 이 같은 거래 환경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 불신을 키우고 원활한 거래를 저해한다.
이 때문에 중고거래 업계는 안전거래 환경 조성을 위해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안전결제 시스템을 점차 도입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 한 국내 중고거래플랫폼은 모든 거래를 안전결제를 통해서만 할 수 있게 하는 약관 변경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안전결제는 구매자가 거래 제품을 받고 상태 확인 및 구매 확정 후에 판매자에게 정산이 이뤄진다. 높은 거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결제 수단으로, 많은 전자상거래에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결제는 그동안 중고거래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결제 방식은 아니었다. 정산 지연을 우려해 판매자가 안전결제를 종종 거부하는데, 구매자는 이러한 판매자 의사에 따라 결제방식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싸지 않은 물품일수록 서로 직접 거래를 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행태 때문에 소비자 안전의 사각지대가 생겼다. 안전결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중고거래 플랫폼의 결단이 바람직한 변화의 시작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지금은 없어선 안 되는 자동차 안전벨트도 도입 초기에는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반발이 있었다. 착용이 불편하고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안전벨트 착용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안전벨트 착용이 법적으로 의무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안전벨트의 역할과 효과를 체감하게 됐다.
중고거래 이용자들 역시 안전결제를 당연하게 이용하기까지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중고거래 시장에 안전결제가 활성화되면, 소비자들은 그 필요성과 장점을 충분히 경험하고 나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통해 안전결제가 중고거래의 표준 시스템으로 자리잡는다면 중고거래의 신뢰도 제고와 소비자 보호에 기여할 것이다.
성장하고 있는 중고거래 시장은 누구나 어떤 상대와도 안전하게 거래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고거래플랫폼 차원에서 안전결제와 같은 안전거래 시스템을 강화하고, 그 필요성을 공감하는 소비자와 함께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안전거래를 향한 중고거래 업계의 적극적 행보가 소비자의 탄탄한 신뢰와 지지로 귀결되길 기대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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